<태평양전쟁 전시상황에서의 인간군상> 누가 친일파, 애국자인가?
식민지시대를 살아온 당대인들의 친일파들에 대한 분류는 반민특위에서 1차 자료로 사용할만큼 높은 평가를 받은 1948년에 출간된 <친일파 군상(민족정경문화연구소)>이 좋은 참고가 된다.
이 책에서는 ‘독자중 혹은 기계적 속단으로 누구는 본집에 그 이름이 등재되었고, 어느 때 어떤 담화를 발표하였고, 어떤 강연회의 연사가 되었고, 어떤 친일적, 전쟁협력적 단체의 간부로 그 이름이 발표되었으니. 그이는 친일파, 전쟁협력자에 틀림없다는 경홀한 단정’을 경고하고, 친일파를 1) 자진적으로 나서서 성심으로 활동한 자, 2) 피동적으로 끌려서 활동하는체 한 자로 분류하였다.
김성수, 유억겸 등은 2)의 갑 즉, 경찰의 박해를 면하고 신변의 안전 또는 지위, 사업 등의 유지를 위하여 부득이 끌려다닌 자로, 장덕수와 신흥우 등은 2)의 을 즉, 본래 미영(美英))에는 호의를 가졌으나 일본에 호감을 가지지 아니하였고, 혹은 친미 배일사상의 소지자이었으나 위협에 공포를 느끼고 직업을 유지하기 위하여 과도의 친일적 태도와 망종적 협력을 한 자로 분류하였다.
'본집에 등재될 인물중에는 진정 협력자도 많지만은 위협과 강요에 부득이하여 협력적 행동을 하게 된 자, 또는 형식적으로 협력하는체 한 자 절대다수라 아니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공리 또는 조선민족의 이익이 된다는 생각 하에서 자진 성심 협력한 자도 상당히 수다하지마는 그 당시의 배일적 사상가, 종교가, 교육가 등 중에는 관헌과 그 주구배의 강요, 위협 등에 부득이 협력적 태도를 보인 자, 혹은 전향 성명을 하게된 자 불소(不少)하였던 것이니 이러한 부류의 인물들에 대하여는 그 환경과 처지에 도리어 동정할 점이 있는 것이다.
(중략) 그뿐 아니다. 전시에 미.영을 적이라 악선전하던 자(물론 그들의 대다수가 구미 유학자로서 정신적으로 친미영은 할지라도 원래 친일파가 아닌 것과, 그들의 한 말이 본의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을 것이나) 금일 미군에 아부만을 하는 자도 불소함은 일대 모순의 감이 없지 아니하며, 또 일시 좌익정당에서는 우익 정당에 친일파 반민자가 많은 것같이 선전하여 왔고, 우익정당에서는 도리어 좌익에 많음을 말하고 있음은 실로 이 문제가 정당의 선전자료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감이 있다. 그러나 이 반민자 문제는 민족적인 양심으로 논의되어야할 지상명제가 아닐 수 없다.'
김학민.정운현 엮음, <친일파 죄상기>, ‘친일파군상’, 34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