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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왜 술이 좋아?

그냥, 좋아서

by 주간일기

너는 왜 술이 좋아? 얼마 전 친구에게 들었던 질문이다. 그 물음에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유는 그저 '좋아서'가 끝이었다. 나는 생각난 그대로 '그냥 좋아서'라고 대답하였고, 나의 대답에 그 친구는 나를 왠지 모르게 오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릴때야 술이란 것은 단순히 즐거움을 위해서 시도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었지만, 지금은 그 수단을 시도하기 위해 생각해야할것이 너무나도 많으니까. 거기에 들어가는 돈, 시간, 그리고 건강. 단순히 좋아해서 즐기기엔 여러 이해과정을 거쳐야하는 목적이 되어버렸다.


20살, 내가 처음 술을 음주하였을 때. 지금이야 여러가지 술을 맛 보며 글을 쓰고, 부족한 입맛으로 나름대로 평가도 해보지만, 20살의 나는 소주와 맥주가 술의 전부인줄 알았다. 잔을 넘길수록 점점 희미해져가는 시야와 즐거워지는 분위기, 한 병 두 병 테이블 위와 바닥에 놓인 술병이 가만히 서있지 못하고 넘어질때면, 나 역시 흐릿해져가는 눈과 함께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그 때는 그저 그런게 즐거웠다. 내가 몸을 기댈 때면 누군가는 휘청거리고 있었고, 또 누군가는 바닥에 누워 또르르 굴러가는 병을 따라하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되었던 때였고, 그러기 위해서 술을 마시는 것이었다.


만약 20살의 나에게 '넌 왜 술이 좋아?'라고 물어본다면 이렇게 대답했을것이다. '야, 누가 그걸 생각하면서 먹냐. 그냥 먹는거지.' 그럼 그 때 친구는 나에게 지금처럼 애매한 눈빛을 보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 때는 그래도 되는 때였으니까.


술의 용량은 같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술의 무게는 무거워져갔다. 술을 마시는 것이 취미라고 하면 누군가의 시선을 마주해야했고, 그 시선을 마주하기 위한 이유가 필요했다. 단순히 '좋아해서' 라고 말하기에 내 말의 무게는 너무 가벼웠으며, 이 무게를 더해 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것은 어쩌면 나의 이유를 무겁게 만들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내가 하는 일을 위해서, 혹은 술과 관련되서 글을 쓰는게 직업이야. 라고 말을 할 수 있다면 넘어지지는 못하더라도 다시 의자에 몸을 편하게 기대도 되지 않을까?


한 살, 두 살 쌓여갈수록 술이라는 취미가 내 몸을 짓누르는 것처럼, 한 자, 두 자 쌓여갈수록 내가 쓰는 글은 날 조금이라도 가볍게 만들어 줄지 모른다. 사실 그걸 목표로 이렇게 글을 쓰는거고.


그래, 그렇게 해서 몸이 가벼워지면 좀 더 당당하게 말해야겠다.


'그냥,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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