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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나라가 와인을 가장 좋아할까

전 세계 와인소비 국가 top 10

by 주간일기

술을 좋아하는 나는 종종 집 근처의 편의점을 들리곤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혹시나 내가 보지 못한, 혹은 아직 음주하지 못한 술이 있을까봐.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해가 저물고 달이 뜰 무렵, 나는 오랜만에 집에서 살짝 떨어져 있는 이마트 24 편의점을 가기 위해 문을 열었다. 마트에 들어가니 이전에 왔을 때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술 냉장고칸, 아쉬운 마음과 함께 돌아서려는 찰나 크게 자리 잡은 와인 매대가 눈에 들어왔다.


길게 늘여져 있는 와인 매대를 보니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분명히 내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편의점에서 와인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대형마트가 아닌 편의점에서도 우리는 소주뿐만 아니라 사케, 위스키, 와인 등 다양한 종류의 술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이어서 떠오르는 문장, '와인 매대가 이렇게 크게 있다는 건, 그만큼 우리나라가 와인을 좋아한다는 뜻일까?'


우리나라가 소주나 맥주를 좋아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며, 위스키 역시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유명한 위스키 중 하나인 '발렌타인'같은 경우는 한국만을 위하여 특별히 블렌딩한 '발렌타인 마스터즈'를 출시했을 정도이니까.


그럼 와인은 어떨까. 우리가 다른 술들을 좋아하는 것처럼 와인 역시 마찬가지일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몇 번째로 와인을 좋아할까. 그렇게 그 한 문장은 여러 갈래로 물꼬를 틀어 계속해서 나의 궁금증을 계속해서 자극하였고, 결국 이렇게 세계에서 가장 와인을 좋아하는 나라를 주제로 글을 쓰게 되었다.


그럼 모든 나라들이 와인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세계 와인 소비량 추세부터 살펴보자. 국제 와인 기구 OIV를 통해 확인해 보니 확실히 2000년대 이후로 전 세계의 와인 선호도가 굉장히 가파르게 상승하였다.

1.jpg 세계 와인소비량 추세 - 출처 OIV(국제와인기구)

2007년에 정점을 찍은 후 오르내리락을 반복하며, 2017년 하락기와 코로나가 겹친 것이 2020년부터 살짝 반등하는 모습이다.


아직 2021년까지의 리포트밖에 나와있지 않은 것이 아쉽긴 하나, 그때의 자료를 살펴보면 2021년엔 EU의 와인소비량은 무려 114 mhl, 세계 수치의 48%를 차지하고 있다.

보통 유럽국가들은 HORECA(Hotel, Restaurant, Catering)에 많은 영향을 받는데, 코로나로 주춤한 후 다시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시작하자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는 듯하다.


그럼 EU의 나라 중 하나가 가장 와인소비량이 높은 것일까? 아쉽게도 그것은 아니다.


2.jpg 국가별 총 와인소비량 순위 - 출처 OIV(국제와인기구)

국가별 총 와인 소비량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가장 높은 소비량을 자랑하는 것은 바로 미국. 지난 3년간 미국은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와인시장인 것을 모두에게 선보였으며, 지난 년도와 마찬가지로 흔들림 없이 1위를 지키고 있다.


이어서 보이는 것은 와인의 종주국들. 프랑스와 이탈리아, 2위와 3위의 차이는 크지 않으나 1위와 2위의 차이가 상당한 것이, 미국의 와인 시장이 얼마나 튼튼한지 모두에게 증명하고 있는 듯하다.


눈을 좀 더 내려보면 또 다른 종주국인 스페인이 6위에 있는 것을, 그리고 바로 밑인 7위에 아시아의 유일한 국가인 '중국'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수많은 유럽국가들 중에서 당당히 7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으나, 중국의 와인 소비량은 작년에 비해 15% 감소된 수치이며 2017년에 호황기를 맞이한 후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추세의 이유 중 하나가 중국 와인 소비의 하락에 있다고 하니 인구가 많은 만큼 당연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시아 관련 리포트를 보면 중국과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다음으로 이야기 나오는 것이 일본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는데, 2021년 기준이라 그런 것이 아닐까 위안을 삼는 중이다.


그럼 국가별이 아닌, 1인당 와인 소비량에선 어떤 나라가 강세를 보일까.


3.jpg 국가 간 1인당 와인 소비량 순위 - 출처 OIV(국제와인기구)

이전에 1위를 차지하였던 미국 대신 이번에 새로운 나라가 눈에 띈다. 포르투갈. 국가별 와인 소비량에선 10위도 머무르지 못했던 나라지만, 와인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1인당 와인 소비량이 무려 52L다. 그러니까, 모든 국민이 못해도 일주일에 1~2병은 음주한다는 말.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소주 사랑을 생각해 보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그 뒤를 이어 보이는 것은 국가별에서도 2,3 위를 차지했던 프랑스와 이탈리아. 역시 와인 종주국의 명성은 어디 가지 않는 듯하다. 스페인이야 2단계 하락한 8위를 기록하였지만, 그래도 큰 차이는 아니니까.


1인당으로 들어가니 확실히 유럽 국가들의 강세가 돋보인다.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선방했던 중국이나 땅이 넓기로 유명한 러시아는 온데간데 보이지 않고, 벨기에, 네덜란드 등 새로운 국가들이 속속히 나타났다. 인구가 많은 나라들이 이렇게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는 것이 신기하지만, 1위였던 미국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 유럽의 와인 사랑을 따라가기엔 다들 멀었나 보다.


리포트를 열심히 뒤져보았지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이야기는 그리 많이 나오지 않았다. 대개 유럽을 이야기하고 있었으며, 유럽을 제외하곤 미국의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지금 나는 더 쉽게 더 많은 와인을 가까이서 구매할 수 있었지만, 생각해 보니 이런 이점을 유럽은 아주 예전부터 당연하게 여겼을 것이었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와인을 생산하였고, 문화 중 하나로서 즐겨왔으니까.


와인이라고 해도 분명히 음주를 많이 하는 나라로 꼽히지 않는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겠지만, 내가 술을 좋아해서일까.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아 머릿속에 맴도는 것 같다.


그래도 오늘 오는 길에 와인 한 병을 사 와서 다행이다. 이 술로 내 몫은 다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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