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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음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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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Jul 27. 2023

지나친 순수함은 과유불급이라

- 땀을 내듯 증류시켜 빚어내다, '한주35'를 음주해 보았다.

한국의 전통주에는 정말 다양한 것들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는 '로주'라 하여 이슬같이 받아낸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 조선시대 전통증류주는 한 번 맛을 보면 일반 소주보다 강한 기운에 금세 흥취가 오르나, 그 뒤가 너무나도 깔끔하여 취기가 사라진 후에 곧바로 찾게 된다고 한다.


이 가문으로만 이어져 오던 술이 모두에게 전해지는 민족의 술로 바뀌면서 이름 또한 '한주'로 바뀌게 되고, 199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판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게 되니, 도대체 어떤 술인가 궁금하여 이렇게 가져오게 되었다.


땀을 내듯 증류하여 '한주'라는 이름으로 불린다는 증류주는 어떤 맛과 향을 가지고 있을지. 빠르게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땀을 내듯 증류시켜 빚어내다, 한주

투명하다. 술을 가리기보단 그 모습을 그대로 보이는 쪽을 선택하였고, 여러 디자인을 섞는 것보다는 한국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선택은 '한주'라는 이름에 확실한 색깔을 부여하였다. 


술의 이름부터 병에 적혀 있는 글씨와 문장까지, 무엇 하나 전통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 '한주'라는 명칭 역시 맛과 향이 한국 고유의 이미지를 안고 있어 그렇게 지었다고 하니 하나부터 열까지 한국적인 술인 셈이다.


'한주'는 '한주양조'가 빚어낸 증류식 소주로서, 우리 쌀과 누룩, 안성의 청정 100m 지하 암반수를 이용하여 탄생하였다. 병에 담기기 전까지 섭씨 18도 이하의 저온에서 30일간 발효시킨 후 장기간의 숙성과정을 거치는데, 이러한 품질과 조주법 덕분인지 35도의 알코올을 가진 채로 깊고 부드러운 맛과 그윽한 향을 자랑한다고 한다.


참고로 '2015 우리 술 품평회 최우수상', '2013 우리 술 품평회 우수상', '2010 우리 술 품평회 장려상', '2016 몽드셀렉션 골드' 등의 여러 곳에서 인증받은 수상이력을 가지고 있는 친구이다.


술의 용량은 360ML, 도수는 35도, 가격은 13000원 정도. 싸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리 비싸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체감상 요즘 나오는 증류식 소주들의 가격이 워낙 높다 보니 이러한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증류식 소주답게 색에 있어서 그렇게 큰 차이를 보이진 않는다. 투명하고 깨끗하며, 굉장히 부드러울 것이라고 예상된다.


잔에 코를 가져다 대면 갈아진 배의 시원한 향이 알코올과 함께 올라온다. 살짝은 달콤한 듯 느껴지는 배와 곡식의 향이 다가온 뒤 싸한 알코올의 향이 찾아오며 코를 꽤나 맵게 만드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전반적으로 향 자체는 깔끔하고 깨끗하다.


한 모금 머금으니 스파이시한 술이 알코올과 함께 혀를 휘감는다. 쌀의 풍미도 살짝 느껴지긴 하나 예상했던 것보다 스파이시함이 진하게 다가온다. 순간적으로 목구멍이 뜨거워질 정도이다. 


상온에 놔두었다가 음주하면 시원하게 음주하는 것보다 비교적 알코올의 도수가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약간 차갑게 보관하였다가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혀를 휘감았던 술은 빠르고 깔끔하게 목구멍을 빠져나간다. 목 넘김 이후에는 쌀과 알코올을 혀와 코에, 그리고 배의 향을 남기고 사라지는데, 알코올의 향미가 비교적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개인적으로 좋은 여운이라고 말하긴 어려웠다.


가벼운 무게에 싸한 풍미를 가지고 있는 증류주이다. 다른 맛보다는 쌀, 알코올, 배의 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35도라는 도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술이 깔끔한 것 자체는 장점이지만, 알코올이 주는 독함과 싸함을 잘 다듬지 못한 것은 상당히 아쉽게 다가온다.


어떻게 보면 참 한국적인 맛이다. 가장 술에 충실한 느낌을 가지고 있으니. 그러나 혀를 아리게 만드는 주감과 툭 튀어나온 알코올은 강한 도수가 주는 독함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도록 만든다. 


말 그대로 취기가 오르는 듯한 느낌과 깔끔하면서도 진하고 높은 도수의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적합한 술이나, 잘 다듬어져 있는 알코올과 넉넉한 곡식의 풍미를 느끼고 싶은 사람에겐 어려운 소주이다. 지금보다는 비교적 순수한 알코올을 좋아하던 이전의 시기에 인기가 좀 더 많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회나 매운탕을 추천하고 싶다. 매운탕의 매콤 칼칼한 국물과 함께 음주한다면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한주 35' 조금 더 잘 다듬어진 알코올의 맛과 풍부하고 시원한 쌀의 향미를 기대했으나 맛을 본 후 아쉬움이 생긴 술이었다. 알코올이 조금만 더 옅었더라면 음주하기 좀 더 편한 술이 되었을 듯하다. 가장 순수한 소주에 가까운 느낌은 장점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단점이 될 수 있는 애매한 요소였다.


한국의 전통을 그대로 담은 '한주 35'의 주간평가는 2.8 / 5.0이다. 지나친 순수함은 과유불급이라.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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