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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Aug 10. 2023

가평 잣 생막걸리, 그리고 그 다음

-가평 잣 생막걸리의 프리미엄 버전,'가평 잣막걸리 블랙'을 음주해보았다

오늘은 이전에 음주하였던 막걸리 중 하나의 프리미엄판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글을 읽은 사람이 얼마나 될진 모르겠지만, 이전에 썼던 술 이야기 중에서 '가평 잣 생막걸리'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잣이 풍부하게 들어갔다고 하여 많은 기대를 하고 시작된 음주였으나 나에게 아쉬움을 가져다주었고, 그렇기에 글의 말미에서 다음번에 이 막걸리의 프리미엄판을 음주하며 다시 이야기를 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날이, 바로 오늘이 되었다.


사실 조금 더 일찍 이 잣 막걸리의 상위 등급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다른 술들이 너무 밀려 있던 탓에 순서가 늦게 찾아온 감이 있긴 하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술에 대한 기대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이번엔 정말로 청정가평의 잣을 듬뿍 담았다고 하니 오히려 늘었다면 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가평 잣막걸리 블랙', 흔히들 VVIP만 쓸 수 있는 카드를 블랙 카드라고 부르듯이, 이 가평 잣막걸리 역시 기존의 이름에 블랙을 더하여 출시되었다. 과연 이번엔 이름에 어울릴만한 맛을 보여줄지, 넉넉한 잣의 맛을 바라며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겠다.


가평 잣 생막걸리의 프리미엄 버전, 가평 잣막걸리 블랙

병의 모습이 이전과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전의 디자인에서 'BlACK'이라는 글자를 추가하고, 잣 함유량과 용량을 늘렸다. 또한 'Black'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싶었던 것인지, 전면부 위에 위치해 있던 붉은색 '樂'자가 사라졌다. 전체적으로 검은색 배경과 황금색 폰트를 사용한 덕에 확실히 이전에 비하여 디자인이 좀 더 깔끔하고 고급스럽다.


'가평 잣막걸리 블랙'은 경기도 가평군의 '우리 도가'에서 탄생한 막걸리로서, 기존의 '가평 잣 생막걸리'에 찹쌀을 추가하고 잣의 함량을 증가시켜 출시한 술이다. 집에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도록 용량을 1L에 가깝게 늘렸으며 가평잣의 고소한 맛과 향긋한 풍미가 가득 담겨있다고 한다.


이 막걸리의 용량은 970ML, 도수는 6도, 가격은 4300원이다. 용량과 잣 함유량을 늘린 만큼 확실히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다. 이전 '가평 잣 생막걸리'의 경우 750ML에 0.12%의 잣 함유량을 가지고 있었는데, 블랙에선 그보다 220ML 증가한 970ML에 0.3% 증가한 0.15%를 선보이고 있다. 당연히 가격 역시 2300원이었던 그냥 잣 생막걸리에 비하여 2000원 정도 증가하였다. 두 배 정도 올라간 가격에 용량과 잣 함유량의 증가, 거기에 찹쌀의 포함이라.. 결과가 어떨련지는 맛을 봐야 알 것 같다.

잔에 따른 술은 베이지색을 띄고 있다. 술을 따를 때의 질감은 걸쭉하게 다가오진 않았고, 술잔의 안을 유심히 보면 알겠지만 기포가 굉장히 요동치고 있는 상태이다. 상당한 탄산감을 보유하고 있으니 뚜껑을 열 때 조심하길 바란다. 나는 미처 모르고 봉변을 당했으니까.


코를 가져다 대면 약간의 탄산감과 함께 잣의 고소한 향이 잔을 타고 올라온다. 미세하게 비릿한 향도 섞여 있긴 하지만, 고소한 향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그리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 뒤로 쌀의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마무리 짓는다.


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으니 진하지 않은 막걸리가 물 같은 질감으로 혀를 감싸준다. 막걸리치곤 상당한 탄산에 약간의 산미와 단 맛이 같이 느껴지며, 주감 자체는 부드러운 편이다.


첫맛에선 잣의 풍미를 느끼기가 힘들었다. 거의 잣 막걸리라는 것을 눈치기 힘들 정도의 평범한 맛으로 혀에서부터 목구멍까지의 과정이 진행되고, 그 후 여운에서 잣의 향이 코에 맴도는 듯하다. 

문제는 이때 느껴지는 잣의 향이 애매한 것이 고소함과 비린내가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잣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만약 잣이 주는 비린내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꺼려질 것으로 생각된다.


바디감 자체도 묵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약간의 달콤한 풍미를 지닌 채로 입 안을 채우는 막걸리이다. '가평 잣 생막걸리'에 비해선 확실히 괜찮아진 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잣의 풍미를 확실히 담고 있냐고 물어본다면, 그 질문엔 제대로 답하기 어려울 것 같다.


잔을 반복하면서 드는 생각이 조화가 그렇게 나쁜 술은 아니다. 적당한 단 맛과 탄산, 물 흐르듯이 다가오는 주감에 텁텁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일반적인 막걸리라고 생각했다면 좀 더 높은 평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 술의 이름은 '가평잣막걸리'었고, 그렇기에 풍부하게 느껴져야할 잣의 맛은 물과 같이 흘러가는 중이었다.


묵직한 막걸리, 무거운 잣의 풍미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가벼운 질감과 끝에서 향을 남기고 사라지는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음주해보길 바란다. 그런 사람에겐 또 취향이 적중 할 수 있을 법한 맛이다. 나는 조금 더 묵직한 멋을 기대해서 그런지 아쉬움이 남는 술이었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도토리 묵이나 두부김치를 추천한다. 잣향의 여운을 가진 보통의 막걸리이기에 기존의 안주와 곁들인다면 다 잘 어울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가평 잣막걸리 블랙' 기대가 컸기에 아쉬움이 남는 술이었다. 옅은 잣을 맛보고 싶다면 모를까, 나는 잣이 들어간 만큼 일반적인 막걸리의 맛보단 재료의 맛을 더 느끼고 싶었으니.


판매처에 따라 몇 백 원 정도의 가격차가 나기 때문에 잘 보고 고르길 바란다. 몇 백 원이라고 하면 큰 금액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비율로 따지면 10%가 넘는다.


가평 잣 생막걸리의 프리미엄 버전인 '가평 잣막걸리 블랙'의 주간 평가는 2.9 / 5.0이다. 잣을 수놓기엔 막걸리는 너무나도 넓은 바다였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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