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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Aug 14. 2023

쌀이 없는 곳에선 어떻게 막걸리를 빚을까

-부드럽고 구수한 좁쌀의 멋, '조껍데기술'을 음주해보았다.

막걸리는 아주 예전부터 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술이다. 보통 쌀이나 밀을 발효시켜 만든 이 전통주가 우리나라의 다양한 곳에서 여러 가지 모습으로 만들어져 왔다는 것은 여러분도 익히 잘 아는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면, 벼농사를 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곳에선 무엇으로 막걸리를 빚을까.


예를 들자면 제주도가 있다. 지형적 이유로 벼농사가 힘들어 쌀을 주식으로 하기 힘들며, 그러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이곳은 조와 보리를 중심으로 한 식문화가 발달하게 되었다. 그럼 조와 보리가 발달한 제주도에선 막걸리를 빚지 않았을까. 충분히 궁금해 할 수 있는 주제이다.


정답을 먼저 말하자면 한국의 전통술인 막걸리는 제주도에서도 당연히 빚어졌다. 단 쌀이 아닌 조를 빻아 껍질을 제거해 탄생한 좁쌀로 말이다. 쌀을 발효시켜 윗부분은 청주로, 밑부분은 탁주로 만들어 팔듯이 제주도 역시 조를 이용해 같은 방법으로 술을 빚었다. 차좁쌀로 만든 오메기떡을 누룩과 함께 발효하여 위에 뜨는 청주 부분은 오메기술로 만들어졌으며, 가라앉은 아랫부분은 좁쌀막걸리가 된 것이다. 역시나 술을 사랑하는 민족답게 어떻게든 막걸리를 빚어내는 모습이다.


여하튼, 이러한 설명을 하는 것을 보면 알겠지만, 오늘은 좁쌀로 만들어진 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조껍데기술', 좁쌀막걸리는 과연 어떤 맛과 향을 가지고 있을지.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부드럽고 구수한 좁쌀의 멋, 조껍데기 술

역시나 예스럽다. '조껍데기술'이라는 이름부터 예스럽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예상을 뒤엎지 못하고 디자인에서 여지없이 그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내용물이 보이지 않도록 흰 비닐로 감싸져 있는 병과 전면부에 보이는 조와 '조껍데기술'이라는 글자, 그리고 그림과 글을 덮어주는 황토색의 배경색까지. 참으로 전통적인 도안이나 술의 이름 때문인지 오히려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조껍데기술'은 '이동백운조주'에서 좁쌀을 이용하여 빚은 막걸리이다. 중국산 좁쌀과 국내산 백미로 탄생하였으며, 탄산감이 없어 부드럽고 좁쌀에서 구수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전면부에 보면 0.317% 좁쌀이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중국산 좁쌀을 쓴 것은 가격면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함유량이 다른 조껍데기술에 비하여 많이 낮은 편이다. 충분히 조의 맛을 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이 조로 만든 술의 용량은 1,200ML, 도수는 6도, 가격은 1700원이다. 1,200ML라는 용량을 생각해 보면 굉장히 저렴한 가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그렇기에 조껍데기 술임에도 조의 함유량이 이리 낮은 것이겠지만.

술을 따르면 아이보리 색이 적당히 진한 상태로 잔을 채워간다. 누렇다고 말할 수 있는, 외관만 봐선 부드러운 질감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막걸리이다.


잔을 몇 번 흔들어 코를 가져다 대니 약한 요구르트의 향기와 함께 씁쓸함, 그리고 조의 냄새가 굉장히 미약하게 올라온다. 특별한 알코올의 향이 나는 것은 아니며 고소함이나 구수함보다는 생각 외로 달콤함과 산미가 좀 더 자리를 잡고 있는 듯하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부드러운 막걸리가 단 맛과 함께 혀를 감싸준다. 향과 같이 맛에 있어서도 고소함 보다는 단 맛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조의 풍미가 진하게 느껴지는 술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한 번에 넘기지 않고 입에서 멈추면 비교적 조의 맛을 좀 더 느낄 수 있는데, 맛이 짙지 않아 순식간에 혀에서 사라진다.


'조껍데기술'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굉장히 옛날 막걸리의 특유의 탄산감 있고 묵직한 맛이 강할 것 같지만, 달콤하게 요구르트 같은 질감과 향으로 목구멍을 넘어간다. 조의 맛은 걸쭉하기보다는 딱 겉도는 정도에서 그친다.

목 넘김 이후에는 단 맛과 씁쓸함을 여운으로 남겨놓고 사라진다. 미세한 입자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술을 마시는 데 있어서 방해될 정도는 아니며, 여운이 긴 탁주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적당한 무게감에 무난한 풍미를 가지고 있는 친구이다. 조의 맛이 진하지 않기에 조가 가진 특유의 맛을 눅진하게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권하기 어려워 보이고, 가볍게 조의 향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마셔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전체적인 맛이 크게 튀는 것 없이 단 맛 위주로 이루어져 있고, 평범한 막걸리에 조를 말 그대로 0.3% 정도 첨가해 놓은 맛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크게 새로운 면이 없어 음주할 때 낯선 느낌을 받진 않겠으나, 과연 그것을 이 술의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가격을 생각하면 진하지 않은 조의 맛이 당연한 것임에도 아쉽다는 생각이 따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만약 음주계획이 있다면 도토리묵, 제육볶음 등의 안주를 추천한다. 맛이 달고 부드럽기에 비교적 자극적이고 매콤한 막걸리 안주와 음주한다면 잘 어울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조껍데기술', 무난한 막걸리에 조 한 방울을 떨어뜨려놓은 듯 한 술이었다. 가격이 저렴하기에 한 번쯤 음주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경험이라고 생각되지만, '조껍데기술'로서의 다른 장점은 찾기 힘들었다.


참고로 나는 이 술을 온라인이 아닌 '하나로마트'에서 구매하였기에, 혹여나 생각이 있다면 근처의 하나로마트를 찾아보길 바란다.  아직까지 다른 곳에선 발견한 기억은 없다.


조로 탄생한 '조껍데기술'의 주간평가는 2.7/5.0이다. 수수한 맛에 낮은 가격이 매력적이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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