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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Aug 28. 2023

제주도의 동백꽃은 늘 아름답구나

- 제주의 동백꽃은 혀에서 피어난다, '제주 동백'을 음주해보았다.

제주도 한경면 고산리는 옛날 제주민들의 첫 정착지로서 '왕지케'라고 불리고 있다. 여기서 '왕지케'는 (왕이 나는 곳)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서, '농업, 어업, 수렵'과 '경제, 전쟁, 전투술' 등 왕자들이 왕이 될 후계 교육을 받는데 필요한 것들이 모두 준비되어 있던 장소를 의미한다. 이 대단한 곳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바로 황토가 많다는 것인데, 이 덕에 '왕지케'는 제주도에서 거의 유일하게 논농사가 가능하였으며, 상업적 옹기를 제작할 수 있었다. 또한 그 두 가지가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술을 많이 빚는 곳이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2023년 지금, '왕지케'라는 이름은 지명이 아닌 한 양조장의 이름으로 변한 상태이다. 고산리의 전통을 그대로 따라 양조장이 하나 만들어졌고, 이곳은 마을과 자연을 이어가며 가장 풍요로운 지역의 작물과 물을 사용해 지역 특산주를 빚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연히 알게 된 것이지만, 지역의 특별함과 이름이 주는 매력 덕분인지 술에 대한 궁금증이 곧바로 생겨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오늘 할 이야기는 이곳에서 탄생한 술들 중 하나가 되었다. '제주, 동백.' 술 보다는 한 편의 시 같은 이름을 지닌 이 친구가 과연 어떠한 맛과 향을 보여줄지. 화사하게 퍼지는 동백꽃을 기대하며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겠다.

제주의 동백꽃은 혀에서 피어난다, 제주 동백

곱다. 병 모양 자체는 다른 술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동백의 디자인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화사한 아름다움은 아니나 수수하면서도 특유의 멋을 잃지 않았고, 감성적으로 쓰인 '제주, 동백'이라는 단어와 하얀색 배경은 꽃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파스텔톤으로 유려히 번져나가는 색이 참으로 우아하다.


'제주, 동백'은 '왕지케양조장'에서 탄생한 술로서, 동백과 맑은 물, 제주에만 있는 '붉은 누룩'으로 45일간 정성 들여 빚어낸 발효주이다.  


주정은 단 1%도 첨가하지 않았으며, 100% 자연의 발효로 태어난 깨끗하고 은은한 꽃향기와 기분 좋은 달달한 맛, 거기에 보자마자 마음을 뺏는 아름다운 색깔이 특징이라고 한다. 화학적 색소는 일절 사용되지 않았으니 마음껏 빛깔을 즐기길 바란다.


이 술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14도, 가격은 12,000원. 가벼운 마음으로 지갑을 열기엔 무거운 금액이다. 저가형 위스키 이상의 값을 가지고 있으니, 맛 역시 가격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잔에 따른 술은 진홍색 물감을 한 방울 퍼뜨린 듯한 색깔을 선보인다. 진하진 않으나 우아한 색을 뽐내내고 있으며, 상당히 부드럽고 매혹적으로 느껴진다.


코를 가져다 대니 묘하게 단 향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꽃잎을 꿀에 담갔다가 뺀 듯한 동백 향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그 뒤로 미세하게 알코올 냄새가 섞여서 올라온다. 14도라는 도수에 비해서 알코올의 향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정도이고, 전반적으로 은은하게 코 끝을 간지럽힌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달콤한 술이 좋은 향과 함께 혀를 감싼다. 생각보다 더 곱고 부드러운 술이다. 꿀, 포도, 배 등 약간의 산미를 가진 달달한 과실이 맛의 주를 이루고 있고, 탄산감이 없기에 혀에서부터 목구멍까지의 순서가 정말 자연스럽다. '제주, 동백'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어 이렇게 부드러운 단 맛보다는 약주에 가까운 맛을 예상했는데, 혀를 넉넉하게 안아주는 것이 꽤나 아름다운 맛이었다.

부드럽게 목구멍을 빠져나간 이후에는 단 맛과 본연의 향기를 코에 남기고 사라진다. 끝의 끝에서 알코올이 살짝 느껴지긴 하나 이 역시도 미미하여 술을 마시는 과정에 있어선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여운이 그렇게 긴 술은 아니며, 잠깐 머물렀다가 깔끔하게 날아간다. 


살짝 가벼운 바디감에 깨끗하고 풍부한 풍미가 입 안을 채우는 것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소주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알코올 함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역한 맛들은 전혀 다가오지 않고, 매끈한 감미를 중심으로 하여 이루어진 맛들의 조화는 서로를 방해하는 것 없이 돋우어 준다. 향은 낯익지 만은 않아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맛에 있어선 크게 호불호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잔을 반복할수록 풍부하게 느껴지는 단 맛은 참으로 좋다. 달짝지근하게 혀를 감싸는 과실이 주는 맛의 매력은 다른 술에서 잘 느끼기 어려운 경험이다. 동백으로 만든 비단이 혀에서 퍼지는 듯하다.


온 더락으로 즐기는 것도 좋다는 말이 있었으나, 개인적으로 이 술은 온 더락 보단 원액 그대로를 마시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된다. 맛이 짙은 편이 아니기에 얼음을 넣게 되면 전체적인 풍미가 상당히 옅어져 풍부하게 즐기기가 어렵다. 알코올이 잘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그리 무거운 주감을 가진 것도 아니기에 동백의 본연 그대로 즐기는 걸 권하고 싶다.


만약 자신이 과실의 감미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음주해 보길 바란다. 더 달콤하게 먹고 싶다면 하이볼로 마시는 것도 좋고, 동백의 향미를 그대로 감상하고 싶다면 원액으로 마시는 것도 좋다. 어떻게 음주하든 크게 실망할 일은 없을 것이다. 특히나 매콤한 안주인 '오징어 볶음, 낙지 볶음'등과 함께 한다면? 아마 쉽사리 겪기 힘든 행복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제주, 동백' 한 편의 시 같은 이름처럼 감미롭게 스며드는 맛이 매력적인 술이었다. 시원하게 먹어도 좋았고, 상온에서 마셔도 전혀 나쁘지 않았다.


판매처에 따라 큰 가격차는 나지 않지만 약 1000원 정도의 차이가 발생하니 잘 살펴보고 구매하길 바란다. 조금이라도 아껴야 더 많은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한 송이 꽃을 담은 '제주, 동백'의 주간 평가는 3.8 / 5.0이다. 제주도에 핀 동백꽃이 떠오르더라.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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