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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Aug 29. 2023

당신이 해병대라면 그냥 지나치기 힘든 술

-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팔각모사나이'를 음주해보았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해병대를 다녀온 사람이든, 해병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든 한 번쯤은 들어본 문장일 것이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말이며, 동시에 그들이 가진 유대감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 문장은 군대 안에서 뿐만 아니라 여러 미디어 매체를 통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 


해병대를 나오지 않은 나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은 문장이지만, 최근에 나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이 문장을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증류주, 온라인에서 주류를 열심히 살펴보던 중 한 술병 위에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말이 떡하니 쓰여 있는 것이다.


다른 곳도 아닌 술에서 이런 말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찬찬히 살펴보니, 신기하게도 해병대전우회에서 직접 팔을 걷고 나서서 만들어낸 술이었다. 이름 역시 해병이라는 단어에 잘 어울리는 '팔각모사나이'. 물론 오롯이 해병대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콜라보긴하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누가 이곳에서 술이 탄생할 것이라고 생각이나 했겠는가. 육군에서 '푸른 소나무', '전선을 간다' 이러한 술을 낸 격인데.


여하튼, 이러한 이유로 궁금증을 자극받은 나는 곧바로 술을 구매하였고, 이렇게 여러분에게 이야기하게 되었다. 과연 해병대를 상징하는 팔각모를 쓴 증류주는 어떤 맛과 향을 보여줄지.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팔각모사나이

참으로 매력 있는 디자인이다. 병 전체의 모습은 딱딱 각이 잡혀 있는 해병을 연상시키며, 전면부에 보이는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슬로건은 해병대의 정신을 그대로 담아놓은 듯하다. 전체적인 도안은 우리가 흔히 해병대 하면 떠올리는 모습을 그대로 표현해 놓았고, 동시에 머리에 쓰인 팔각모는 술이 가진 정체성, 거기에 마시는 즐거움으로 끝나지 않는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팔각모사나이'는 '대한민국 해병대 전우회'와 '우리술상회'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매실증류주로서, 100% 김해산 햅쌀을 사용한 담금주와 친황경 황매실을 5~6개월 발효 숙성 후 추출한 매실원액을 블렌딩 하였으며, 이후 함께 증류하여 3회 필터링, 4~5개월의 숙성 과정을 거친 후 완성되었다.


햅쌀, 매실, 계피 원재료의 매력을 조화롭게 담아내어 스트레이트, 온더락 등 어떤 방식에도 잘 어울리고, 감압의 장점과 상압의 장점을 접목시킨 증류기를 사용하여 매실향을 최대한 살렸다고 한다.


이 각 잡힌 술의 용량은 250ML, 도수는 33도, 가격은 29,500원이다. 250ML 용량 한 병의 가격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비싼 값으로서, 750ML 용량으로 따지면 가끔 구매하는 죠니워커 골드 이상의 가격을 보여주고 있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텅장 만들기 딱 좋은 금액이라는 소리다.

잔에 따른 술의 모습은 투명하니 매끄럽다. 여타 증류주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코를 가져다 대니 은은한 매실향이 잔을 타고 흘러나온다. 33도라는 고도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알코올의 역한 향은 거의 느껴지지 않으며, 매실향이 사라지는 끝 부분에서 간신히 다가오는 정도에 그친다. 약간의 쿰쿰함을 가지고 있긴 하나 향을 맡는 데 있어서 방해될 정도는 아니고, 전반적으로 진하기보단 엷게 펼쳐지는 듯하다.


약간의 기대와 함께 한 모금 머금으면 부드러운 알코올이 혀를 사로잡는다. 그윽하게 혀에 스며드는 맛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보통 이 정도 도수를 가지고 있으면 혀에 닿는 순간 매콤한 타격감이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스파이시함은 입 안을 살짝 뜨겁게 만드는 정도에서 그치고 도수에 어울리지 않는 청량한 맛이 매실향과 같이 코에서 맴돈다.

약간의 스파이시함, 쌀의 단 맛, 부드러운 질감과 과실의 향, 거기에 미세하게 느껴지는 계피 맛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혀에서부터 목구멍까지 큰 방해 없이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고도수에서 보통 느끼기 힘든 고운 주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꽤나 매력 있는 술의 특색이라고 생각된다.


목넘김 이후에는 곡식이 주는 감미와 매실 향을 남기고 사라진다. 향이 코에 감돈지 얼마 되지 않아 자취를 감추는 것으로 보아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여운을 가지고 있는 술이다. 전체적인 맛의 순서가 잘 정돈되어 있는 편에 속하고, 알코올의 맛이 도수에 비해서 연하기는 하나 한 번에 들이켜면 마지막에 몰아서 오는 느낌이 있기에 금방 취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살짝 가벼운 바디감과 쌀의 감미로운 풍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팔각모사나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굉장히 높은 도수가 강렬하게 다가올 것 같지만 생각보다 부드러운 주감과 맛들의 멋매가 매력적으로 나를 향한다.


자신이 어느 정도 강한 도수의 술을 좋아한다면 원액으로 마시는 것을 권하며, 그것이 아니라면 온더락이나 하이볼로 음주하길 바란다. 체감 도수와 실제 가지고 있는 알코올 함량이 조금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느새 취하는지도 모르고 비틀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회, 매운탕, 알탕 등을 권하고 싶다. 회 한 점, 혹은 매운탕 국물 한 숟가락과 함께 했을 때 정말 좋을 증류주이다. 



'팔각모사나이', 외강내유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술이었다. 매실향과 함께 감도는 부드러운 감미는 가격을 제외한다면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번 술은 어디서 구매할지 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콜라보레이션을 한 곳이 술의 판매처와 동일하기 때문에, 애초에 구매할 수 있는 곳이 한 사이트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해병대의 정신이 담긴 '팔각모사나이'의 주간평가는 3.4 / 5.0이다. 엔트리급 위스키의 가격은 쉽사리 구매하기 부담스러울만 하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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