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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Sep 06. 2023

무릇 오랜 세월을 버틴 데에는 그 이유가 있는 법이다

-세월이 담고 있는 술의 가치, '사화정미소'를 음주해보았다.

여기, 1945년 작은 정미소로 시작해 어느덧 전통주의 선두 주자 중 한 곳으로 자리 잡은 양조장이 있다. 창원시 사화동에 위치해 이제는 78년이란 세월을 담고 있는 이곳. 조부의 조그마한 '사화정미소'로 시작되어 어느덧 경상남도의 대표 양조 기업이 된 '맑은내일'이다.


기나긴 시간을 달려온 양조장은 단순히 세월만을 내세우지 않는다. 자체 식품중앙연구소를 보유해 수십, 수백 가지의 연구를 거쳐 제품을 선보이며, 어떠한 단계도 위탁 없이 '연구-개발-생산-판매'까지 이르는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진행한다. 그리고 이렇게 절감한 비용을 오로지 고객에게 돌려주기 위해 애쓴다. 이러한 역량을 가진 곳이 바로 양조장의 이름답게 오늘 보다는 내일을 위해 나아가는 '맑은내일'인 것이다.


평소에 한 양조장의 술만을 고집하진 않지만, 꽤 괜찮다는 평을 듣는 탁주나 전통주를 음주했을 때 '맑은내일'에서 탄생한 술들을 여럿 본 것 같다. 우연찮게도 오늘 여러분에게 이야기할 술 역시 이곳에서 출시되었고, 때문에 양조장에 대하여 간단히 노닥거려 보았다.


이곳의 시작을 그대로 담고 있는 탁주 '사화정미소'. 처음을 간직한 막걸리의 향과 맛은 어떨지, 세월의 가치를 기대하며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겠다.


세월이 담고 있는 술의 가치, 사화정미소

고급스럽다. 병의 모양도 그렇고 안으로 비치는 막걸리와 전면부에 보이는 '사화정미소'라고 쓰여 있는 디자인까지 모두. '프리미엄 막걸리'라는 라벨답게 일반적인 중저가형 막걸리에 비하여 확실히 고풍스럽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림에는 'GOOD TOMORROW'라는 영어 단어로 '맑은 내일'을 나타냈으며, 전체적으로 디자인이 번잡하지 않아 어떤 술인지 이해하기도 편하다. 좋은 쌀을 쓴 좋은 막걸리라는 것을 우아하게 잘 표현한 듯하다.


'사화정미소'는 '맑은내일'에서 탄생한 프리미엄 살균 막걸리로서, 인공감미료 및 어떠한 당도 들어가지 않은 상태로 만들어졌다.


일반 막걸리보다 국내산 쌀 함량을 2배가량 높여 곡물에서 기인하는 자연스러운 단 맛을 극대화했고, 오랜 시간 낮은 온도의 발효와 숙성 과정을 통하여 산미는 낮추고 부드러운 맛을 높였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탄생한 품질을 인정받은 것인지 '2023 대한민국 주류 대상'에서  '살균 막걸리 부문 대상'이력을 남기기도 하였다.


이 막걸리의 용량은 480ML, 도수는 12도, 가격은 15,000원. 물론 할인을 하고 있기에 약간 더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한 병 값으로 따졌을 땐 상당히 비싼 가격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요즘 나오는 막걸리들이 10,000원은 우습게 넘긴다지만, 아쉽게도 내 지갑 사정은 전혀 우습지 않은 것이 마음 아프다.

잔에 따른 술은 조금 짙은 우유를 따라 놓은 듯하다. 부드럽고 걸쭉하게 병의 주둥이로부터 흘러 내려가며, 이에 맛을 보기 전임에도 술이 고울 것이라는 걸 미리 짐작할 수 있었다.


코를 대보니 시원한 과실의 향이 잔으로부터 느껴진다. 수박, 참외 등의 냄새에 약간의 쌉싸름함과 포도껍질의 발효 향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뒤로 고소한 곡물의 향기가 찾아온다. 여러 향들이 고루 분포한 상태에서 옅게 찾아오기에 끝 향이 오래남는 편인데, 그래서 그런지 쌀의 향기가 코 끝에서 오래 맴도는 것 같다.


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으면 부드럽고 걸쭉한 주감이 단 맛과 함께 혀를 안아준다. 일반적인 단 맛이 아닌 참외나, 멜론 등에서 느낄법한 과실의 달콤함이 다가오며, 직후 곡물의 구수함과 함께 약간의 쌉싸름함이 혀에서 감돈다. 보통의 막걸리 도수를 생각하였을 때 꽤나 높은 12도라는 도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예상보다 알콜의 향미가 그리 강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술 자체가 고와 혀에서부터 목넘김까지의 과정에 불편함이 전혀 없다. 목구멍을 지난 후에는 미세한 단 맛과 씁쓸한 고소함을 남기고 사라지고, 이 때 코에는 과실향을 살짝 놓아둔다. 맛의 마지막으로 갈수록 단 맛보다는 고소함과 씁쓸함이 부각되며, 이러한 맛은 음료수 같은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여겨진다.


상당한 바디감을 지닌 쌀의 풍미와 과실의 단 맛이 입 안을 채우는 것이 꽤나 만족스러운 술이다. 특히나 혀를 가득 안아주는 특유의 느낌은 묵직하고 부드러운 막걸리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을 만한 맛을 지니고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다른 것보단 술이 가진 씁쓸함에 양부가 갈리지 않을까 싶다. 눅진하고 부드러운 질감, 참외가 생각나는 과실의 향미, 곡물의 고소함까지 모두 튀는 것 없이 어우러져 만족스러웠지만, 끝에서 맴도는 도수가 가진 씁쓸함은 사람에 따라 갈릴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맛이라고 생각된다. 


혹시 술을 마실 때 이 씁쓸함이 너무 강하게 느껴진다면 얼음을 몇 개 넣어서 마셔 보는 것을 추천한다. 단순히 얼음을 추가하는 것 만으로 좀 더 부드럽고 가벼워진 상태에서 씁쓸함이 덜한 술을 느낄 수 있다. 당연히 이 때는 원액이 가진 바디감이 덜해지니 취향에 맞춰 마시길 바란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육전이나 두부김치 등을 추천하고 싶다. 맛이 너무 강한 안주보다는 막걸리 안주 중 비교적 담백한 음식을 골라 술에 집중하면 좋을 것이다. 그만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탁주이다.


'사화정미소', 확실히 고풍스러운 매력을 지니고 있는 친구였다. 풍부하게 혀와 입을 메우는 쌀의 멋매는 어디에서 쉽게 맛볼 수 있는 풍미가 아니기에, 자신이 이런 느낌의 술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마셔보기를 권한다.


참고로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상당히 상이하다. 심한 곳은 4000원 정도의 차이가 날 때도 있으니 정말 잘 살펴본 후에 판매처를 결정하였으면 좋겠다.


세월을 간직한 '사화정미소'의 주간 평가는 3.8/5.0이다. 높이 세운 집일수록 그 주춧돌이 튼튼한 법이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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