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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Sep 10. 2023

쌀이 없는 제주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술

- 청아한 제주의 자연을 담다, '오메기술13%'를 음주해 보았다.

이전에 '조껍데기술'이라는 술을 소개했을 때 말했듯이, 제주도에는 제주도만의 문화를 그대로 간직한 술이 존재한다. 벼가 자라기 힘든 환경을 가진 그곳은 벼를 사용하여 술을 만드는 것이 아닌 차조를 주재료로 한 '오메기떡'을 이용하는데, 이 오메기떡을 발효시켜 나온 청주와 탁주를 각각 '오메기술', '조껍데기술'이라고 부른다.


이 중 '조껍데기술'에 대해선 한 번 이야기를 한 적 있으니 얼마 전 올린 글을 참고 하면 될 듯하고, 오늘은 그 때 말하지 못한 윗쪽의 맑은 부분인 '오메기술'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오메기떡'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오메기술'의 맛과 향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청아한 제주의 자연을 담다, 오메기술13%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병의 모양은 그렇게까지 특별하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 요즘 전통주를 자주 마시면서 볼 수 있는 흔한 디자인이다. 하지만 그 안으로 비쳐지는 노란 술의 빛깔은 꼭 유채꽃밭처럼 반짝이면서 아래의 띠지까지 이어지고, 파스텔톤으로 그려져 있는 꽃 그림은 술의 분위기를 한층 감성적으로 만들여준다. 대단히 세련되진 않았았으나,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외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메기술'은 '제주샘주'에서 한라산 암반수를 사용하여 빚은 술로서, 오메기떡을 제조 후 누룩가루와 물을 섞어 항아리에 넣어 발효하고, 이렇게 발효시켜서 나온 항아리 상층부의 맑은 부분을 이용하여 탄생하였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7년 연속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에서 대상 및 최우수상, 장려상을 수상하며 명주임을 인정받았으며, 곡물의 고소함과 부담스럽지 않은 달콤함으로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다고 한다.


이 술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13도, 가격은 9000원. 요즘 나오는 가격들이 다들 높다 보니 한 병에 '9000원'이라는 가격이 어느새 적당하다고 느껴지는 때가 와버렸다. 이제는 부디 술이 가격만큼의 맛을 보여주길 바랄 뿐인다.

잔에 따른 술은 병 안으로 비추었던 것과 같이 밝은 노란 빛을 띠고 있다. 보기 좋은 것이 먹기 좋단 말이 있듯이, 정말 술이 어여쁘니 맛의 궁금증이 더해진다.


코를 가져다 대니 약주에서 느낄 수 있는 약초향이 은은하게 잔을 타고 올라온다. 약간의 달콤함과 씁쓸함을 포함하고 있으며, 끝에 가선 산뜻함과 고소함도 느껴진다. 특유의 풀 냄새가 그리 지나치지 않기 때문에 향에선 크게 불편함을 느끼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생각했던 것 보다 독특한 향기에 제품설명란을 보니 백미나 차조를 제외하고도 감초, 조릿대, 개똥쑥 등 당양한 재료들이 눈에 띤다. 이름들을 보니 왜 이러한 향이 나는지 이해가 갈 것 같기도 하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어보면 부드러운 질감을 가진 술이 혀를 안아준다. 조금의 산미와 달콤함, 약주에서 느끼는 쌉싸름함으로 맛이 이루어져 있고, 13도라는 도수를 가지고 있지만 알콜의 역함은 거의 다가오지 않는다. 소주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도수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윽하게 혀를 넘어가는 맛이 참으로 우아하다. 단 맛이 중심이 되어 약간의 씁쓸함을 퍼뜨리며 입 안을 채워가는데, 약초의 맛이 주가 되지 않기에 향 보다는 맛에 있어서 낯설다는 느낌이 적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달긴하나 너무 달지 않고, 쓰긴하나 너무 쓰지 않은, 거기에 곡물의 멋매와 고운 주감은 덤이다.


목구멍을 넘어간 후에는 감미와 고미를 약간씩 남겨놓고 사라지며, 여운은 생각보다 깔끔하게 떨어진다. 생김새나 향에 비하여 입에 담았을 때 느껴지는 부담이 확실히 덜한 술이다. 제주 자연 중에서도 약초와 꿀을 그대로 담은 듯한 향과 맛을 가지고 있기에, 술을 마실 생각이 있다면 자신의 취향을 어느정도 고려한 뒤에 선택하길 바란다. 


적당한 바디감에 입 안을 채우는 독특한 풍미가 참으로 인상적이다. 충분히 낯설다고 느낄 수 있지만, 술을 비울 때 까지 낯선 채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향과 달리 맛은 몇 잔 반복하게 되면 혀가 익숙해지고, 어느새 본연의 맛을 그대로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곁들일 음식으로는 육회나 감자전 등을 추천하고 싶다. 또한 술 자체가 고와 일반적인 회에도 잘 어울릴 듯 하니, 이 중 자신이 좋아하는 안주를 선택하여 좋은 시간을 보내면 되겠다.


'오메기술13%', 세월을 잇는 향미로 혀와 코를 물들이는 술이었다. 약초의 향이나 맛은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매력있는 약주였다고 생각된다. 씁쓸함을 너무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면 한 번쯤은 겪어볼만한 경험이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무려 4000원 정도의 차이가 난다. 나도 깜짝 놀랐으니 혹여나 한 판매처에서만 구입하고 있다면, 자신이 구매하는 곳이 가장 비싸진 않은지 잘 확인해보았으면 좋겠다.


제주의 옛 멋을 담은 '오메기술13%'의 주간 평가는 3.5/5.0 이다. 역사를 간직한 전통의 맛은 확실히 매력적이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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