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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Sep 08. 2023

가장 순수한 소주는 새벽을 생각나게 만든다

-이슬을 모아 만든 아침의 요람, '모월 인'을 음주해보았다.

강원도에는 치악산 근처에 위치한 '모월'이라는 양조장이 있습니다. 과거 치악산을 '모월산'이라고 부른 것에서 기인하여 이름이 지어졌으며, 전통주의 맥을 잇고 올바른 술 문화를 공부하며, 후대에 바른 술 문화를 전파하고자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졌습니다.


무분별하게 먹고 마시며, 취하기에 급급한 술이 아닌 바르고 정직하며 깨끗하고 정성스러운 먹거리이자 음식으로서 술을 탄생시켰고, 그렇게 태어난 '모월양조장'의 '모월'이라는 소주는 이 땅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품을 수 있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모월 인', '모월양조장'의 '모월'시리즈 중 하나이자 40도가 넘는 도수를 자랑하는 작품입니다. 출시된 지는 꽤 시간이 지났지만, 이제야 알게 되어 여러분에게 이야기드리기 위해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대통령상을 받기도 한 우리나라의 전통과 함께하는 술의 맛과 향은 어떨지,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슬을 모아 만든 아침의 요람, 모월 인

전반적으로 고풍스러운 느낌을 가져다주는 디자인입니다. 흔치 않은 색인 금색으로 뚜껑이 장식되어 있고, 그 아래로 상당히 신경 쓴 듯한 전면부가 보입니다. 보통 이름을 나타내는 띠지의 경우 같은 높이로 쭉 둘러 쌓여 있는데, '모월'의 경우는 띠지를 하나의 그림처럼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그 덕에 글자 뒤로 적힌 배경이 하나의 산처럼 보이기도 하며, 달과 밤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외관부터 전통의 멋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참으로 좋습니다. 검은 배경은 아마 '치악산'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월 인'은 맑은 물과 그 물에서 키운 쌀 '토토미'로 탄생한 증류주로서, 원주에서 나는 곡식과 여타의 첨가물 없이 밀, 누룩 만을 사용하여 약주를 만들고, 그 약주를 가장 맛이 깔끔하고 깊은 향을 더해주는 동증류기에서 상압방식으로 증류해 한 방울 한 방울 귀하게 내려받아 태어났습니다. 


저온에서 장기발효와 숙성을 거쳤고, 전통주 특유의 누룩향이 강하지 않아 목 넘김이 부드러우며, 깨끗한 뒤끝과 은은한 전통의 무게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이 고고해 보이는 술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41%, 가격은 38,000원. 375ML 용량을 가진 술의 가격이 약 4만 원 정도이니, 누구나 쉽게 구매하기엔 고민되는 금액이라고 생각됩니다. 거의 엔트리급 위스키와 비슷하네요. 요즘 전통주들의 수준이 예전에 비해서 많이 올라가서 그런지, 가격 역시 같이 상승하는 모습입니다.

잔에 따른 술은 일반적인 증류주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투명하고 매끄러운 것이 겉으로만 봐선 어떤 술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코를 가져다 대니 시원한 배의 향이 알코올과 함께 잔을 타고 올라옵니다. 41도라는 고도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역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며, 확실히 산뜻한 느낌을 지니고 있습니다. 


코의 끝에선 약하게 누룩 냄새가 다가오고, 전체적으로 깨끗한 향이 청량하게 자리 잡고 있는 듯합니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굉장히 단아한 쌀의 풍미가 혀를 안아줍니다. 향과 마찬가지로 알코올의 역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은 채 깔끔하게 지나갑니다. 미세한 단 맛과 곡식의 고소함, 청량한 알코올로 맛이 이루어져 있으며, 고도수에서 느껴지는 부담감은 거의 일절 없다고 하여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술 자체가 고운 편이라 혀에서부터 목 넘김까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이때 약간의 스파이시함이 목구멍에 맴돌긴 하지만, 그 도수가 41도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술이 사라지는 과정의 어디에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높은 도수의 불편함은 보이지 않습니다.


목 넘김 이후에는 약간의 고소함과 씁쓸함, 맵싸한 맛과 알코올의 향을 남겨두고 사라집니다. 간결히 끝나는 여운을 지니고 있으며, 몇 잔을 반복해도 깔끔하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가져다줍니다.


가벼운 무게와 입 안을 채우는 고소한 쌀의 풍미를 가지고 있는 친구입니다. '모월 인'은 '2020 우리 술 품평회 대통령상'을 수상한 경력을 지니고 있는데, 술을 머금자마자 입상한 이유를 바로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참으로 새벽 같네요. 정말 한 방울 한 방울 이슬을 모아 담아 놓은 듯한 소주입니다.


조금의 단 맛과 고소함, 그리고 깔끔하고 산뜻하게 이어지는 술의 조화가 굉장히 훌륭합니다. 재료들이 튀는 것 없이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고, 이에 마시는 사람은 언제 취하는지 모르고 몸을 비틀거리게 됩니다. 자신이 평소에 고도수의 술을 마시고 싶었으나 알코올의 역한 느낌이 싫으셨던 분은 '모월'을 한 번쯤 드셔보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알코올 함량이 부담스럽다면 얼음을 몇 개 섞어 음주하시는 것이 낫습니다. 너무 많이 넣는다면 술의 맛을 헤치겠지만, 소량의 얼음은 술의 맛을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알코올의 향미를 옅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술을 마실 때 안주는 회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방어회나, 광어회도 좋을 듯합니다. 술이 매끈하게 목구멍을 씻어 내려주기에 회와 함께 한다면 좋은 시간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모월', 이슬과도 같은 깔끔함을 보여주는 증류주였습니다. 한 병 가격이 약간 비싼 게 마음 아프긴 하지만, 그 값을 제외한다면 크게 흠잡을 것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편하게 취하고 싶은 날 좋은 사람과 함께 하기 딱 좋습니다.


찾아보니 판매처에 따라 약간씩 가격 차이를 보입니다. 10% 이상 할인하는 곳도 있으니 잘 살펴보시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합시다.


아침이 생각나는 '모월'의 주간평가는 4.0 / 5.0입니다. 단정하게 다듬어진 순수한 소주는 역시 최고군요.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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