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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Sep 14. 2023

중국의 사대 명주 중 하나, 55도를 가진 그 술

중국 사대명주의 압도적인 도수, '서봉주 그린55'를 음주해보았다.

오늘은 오랜만에 고량주, 그중에서도 중국의 가장 유명한 4대 명주 중 하나를 들고 왔다. 이 술에 얽힌 일화 중 하나로는 1955년, 중국 저우언라이 총리가 홍콩 축하연에 만찬주로 나온 3개의 백주를 보고, "왜 중국에는 4대 명주라 하는데 하나가 비는 것이냐"라고 하자 동포 중 한 명이 "4대 명주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구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라고 하였단다. 이것만 봐서는 그냥 인기가 많아 구하기 어려운 술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당시 술의 년 생산량은 130톤으로 어마무시 하였음에도 수요량을 충족시킬 수 없었던 것이었다. 이일 이후 추가적으로 양조장을 설립할 것을 지시하였고, 300톤 규모의 생산력을 갖추고 나서야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다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수도 있을법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서봉주'이다. 봉향형 백주의 원조로서 뿌리 깊은 역사를 자랑하며 많은 사랑을 받는 술. 그 서봉주 시리즈 중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서봉주 그린'을 여러분에게 이야기하기 위해 준비해 보았다. 머리가 아프지 않고 목이 마르지 않으며 뒷맛까지 즐겁게 만드는 고량주의 맛과 향은 어떨지, 55도라는 압도적인 도수가 가져다 주는 강렬함은 어떨지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중국 사대명주의 압도적인 도수, 서봉주 그린55

중국명주라고 쓰여 있는 케이스가 눈에 띈다. 아래로는 '서봉주'라는 술의 이름이 적혀 있으며, 그 아래로 도수와 용량을 찾아볼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친구이다. 금색과 붉은색으로 치장되어 있으며, 한자 역시 하나하나 힘 있게 쓰여 있다.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고량주의 패키지와 꽤 유사하기에 큰 차이점을 찾긴 힘들지만, 외관만으로 술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서봉주 그린'은 '산시 서봉주식회사'에서 탄생한 고량주로서 서봉주 생산공장 설립이래 가장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스테디셀러이다.  

오랜 전통기법으로 숙성되어 깊고 묵직하면서도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선사하며, 다양한 요리에 부담 없이 곁들일 수 있는 정통 봉향형 백주라고 한다. 


술의 용량은 500ML, 도수는 55도, 가격은 판매처에 따라 꽤나 차이를 보이는데, 보통은 3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참고로 GS를 통해 29800원에 살 수 있었다. 혹여나 최고가인 5만 원에 구입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 


여기서 확실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단연코 도수이다. 55도, 아무리 고량주라고 하지만 55도짜리는 그리 흔하지 않다. 40도짜리만 먹어도 넘어가는 목구멍의 위치를 그대로 알 수 있게 되는데 과연 55도가 가져다주는 느낌은 어떨까.

잔에 따른 술은 여타 증류주와 다를 것 없는 모습을 보인다. 늘 쓰는 표현처럼 매끄럽고 투명하다. 굉장히 고요하게 느껴지는 술잔이다.


코를 가져다 대니 고량주 특유의 향기가 퍼져 나온다. 파인애플과 꽃이 생각나며 신기하게도 끝에선 간장이 떠오른다. 55도라는 굉장히 높은 도수를 가지고 있어 알코올향을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알코올향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파인애플향이 지배적으로 감돌고, 그 근처를 약간의 쿰쿰함이 맴도는 듯하다. 약간의 상큼함과 달콤함도 곁들여져 있다.


한 모금 먹어보니 조금 달콤한 술이 혀를 휘감으며 들어온다. 흔히 말하는 고도수의 역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향긋한 파인애플향과 부드러운 질감을 가진 술이 입 안을 채우기 시작한다. 약간의 따가움과 함께 예상했던 것보단 곱게 목 넘김이 이루어지며, 목구멍, 식도, 위 순으로 화끈한 뜨거움이 전해진다. 술의 진행방향을 내 몸이 그대로 전달해 주는 느낌이다. 

한 잔 만으로도 꽤나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고량주였다. 물론 대부분의 고량주가 그리 역한 편은 아니지만, 술 자체도 깔끔하고 이만 원대 후반의 술에서 느끼기엔 도수대비 굉장히 고운 질감과 과정을 지니고 있다. 


목 넘김 후에는 파인애플향과 몸을 뜨겁게 만드는 화끈함을 남기고 사라지는데, 이게 독한 알코올이 혀에 남아 있는 느낌이 아니라 말 그대로 몸 자체가 더워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심지어 이야기를 하기 위해 몇 잔 마시지 않은 이 순간에도 시시각각 취기가 몸을 뒤덮어 가는 듯하다. 향은 비교적 오래 남지만 그래도 여운 자체는 나름 간결한 편이다.


가벼운 바디감과 단 맛과 약간의 산미, 그리고 파인애플 향으로 이루어져 있는 고량주이다. 기분 좋게 취할 수 있는 특유의 풍미를 자랑하는 술로서, 자신이 고도수의 술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음주해 보길 바란다. 물론 반대로, 고도수의 술이 잘 안 맞는다면 반드시 희석해서 마시거나 한두 잔 정도 가볍게 즐겨야 한다. 두 세잔만 마셔도 소주로 치면 한 병이 돼버리니까.


물론 서봉주의 가장 기본 단계긴 하지만, 중국 사대 명주라는 것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맛이었다. 이 가격에 깨끗하고 매끄럽게 들어오는 55도의 고량주가 만족스럽지 않을 리가 없다. 향과 달리 맛에 있어선 쿰쿰함도 느껴지지 않았고, 파인애플 향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면 큰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꿔바로우, 탕수육, 유린기 등 확실히 기름기 있는 음식을 추천하고 싶다. 이 기름이 위를 보호해 줘야만 그나마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술이다. 더불어 만약 자신이 술이 약하다면 꼭 조심하도록 하자.


'서봉주 그린 55', 매력적인 고량주였다. 몇 잔 마시지 않았음에도 비틀거리는 느낌을 가져다주고, 자신의 식도나 장기의 위치를 가르쳐주는 참 신기한 경험을 만들어준다.


위에서도 써놓았지만 가격대가 판매처에 따라 상당히 차이가 난다. 현재 온라인에서 구매할 시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2만 원 이상 차이 나니 반드시 잘 살펴보고 구매하길 바란다.


역사를 담은 '서봉주 그린 55'의 주간 평가는 4.0/5.0이다. 서봉주의 다른 시리즈가 궁금해지는 맛이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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