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에서 건너온 왁자지껄한 탁주

- 천사 섬에서 태어난 탁주, '수미 생 쌀막걸리'를 음주해보았다.

by 주간일기

요즘 막걸리 가격이 정말 어마무시하다. 그렇게 대단히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은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저렴하다고 생각되었던 서민을 위한 술은 어느새 못해도 5,000원 이상의 가격으로 바뀌고 말았다. 막걸리를 즐기는데 망설여진다니, 참으로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상황에서 오늘은 상당히 저렴한 막걸리 한 병이 눈에 들어와 가져오게 되었다. '수미 생 쌀막걸리',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쌀로 만들어진 생막걸리다. 저 멀리 신안에서 건너온 이 친구는 과연 어떠한 맛과 향을 가져다 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천사 섬에서 태어난 탁주, 수미 생 쌀막걸리

병 자체는 지역 막걸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를 선보인다. 안쪽의 술이 비치지 않도록 새하얀 빛깔을 지니고 있으며, 뚜껑 역시 병과 같은 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반적으로 깔끔한 모습의 전면부에는 '수미 생 쌀막걸리'라는 술의 이름과 함께 이 작품을 빚어낸 장소인 '신안'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섬과 쌀이 나타나 있는 것으로 보아 신안의 특징인 '1004개의 섬'과 이 막걸리가 좋은 쌀을 이용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수미 생 쌀막걸리'는 '신안 암태도 주조장'이 깨끗한 물과 공기, 100% 국내산 쌀을 이용해 빚은 탁주로서, 전통방식으로 자연발효하고 저온숙성하여 유산균이 그대로 살아있는 술이다.


60년을 넘는 시간 동안 쌓아온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그대로 접목시켰으며, 일반 막걸리보다 쌀 함유량이 높음에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아 목넘김이 훌륭하고, 단 맛과 산미, 질감 등이 균형 잡힌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참고로 '수미 생 쌀막걸리'를 만든 '신안 암태도 주조장'은 인근 섬마을을 합쳐 단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는 막걸리 주종이다.


제품의 용량은 750ML, 도수는 6도, 가격은 2,500원. 혼자서 마시기 참 좋은 용량에 막걸리라고 했을 때의 평균 도수, 그리고 너무나도 저렴한 값을 지니고 있다. 상당히 오랜만에 보는 듯한 착한 가격이다. 예전에는 지역막걸리라 함은 다 이런 가격을 가지고 있었으나, 최근 막걸리의 프리미엄화가 이루어짐에 따라 이렇게 3000원 이하의 막걸리는 정말 흔하지 않아 졌는데.. 간만에 만나니 이리 반가울 수가 없다.


아 그리고, 혹여나 해서 말하는 것이지만, 막걸리를 섞어 주고 바로 따르는 일은 없도록 하자. 나도 자칫했다간 큰 참사가 날 뻔했다.

잔에 따른 술은 마치 우유와도 같은 순백의 빛깔을 선보인다. 술의 안쪽으로는 탄산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기포가 송골송골 맺혀 있고, 표면에 묻어 있던 물방울은 막걸리의 질감을 보이듯 아무 저항감 없이 떨어진다.


이어서 몇 번 흔든 뒤 코를 가져다 대면 고소한 곡물의 향기가 흘러나온다. 향 자체가 크게 강하지 않고 은은하게 퍼지며, 고소함이 지난 후 코의 끝 부분에선 미미하게 잣 향과 포도 냄새가 다가온다. 향만 봐서는 아마 무난한 지역막걸리의 맛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특유의 곡물 특유의 고소함을 중심으로 한 냄새는 확실히 큰 부담 없이 매력적이다.


잔을 입에 대고 한 모금 머금으니 균형 잡힌 술이 혀를 감싸 안는다. 고소함과 감미, 산미를 모두 지녔고 각자의 맛들 중 단 하나도 지나치지 않아 상당히 깔끔하게 입 안을 채워준다. 탄산이 있긴 하지만 이 역시 목넘김에 전혀 방해되지 않을 만큼 약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곡물의 고소함과 단 맛이 먼저 마중을 나오고 포도껍질이 생각나는 산미는 가장 나중에서야 간신히 손을 뻗는 느낌이다.

보통 마시는 지역 막걸리보다는 한 층 더 위의 맛을 보여주는 친구이다. 적당한 바디감과 조화로운 풍미가 혀에서부터 목구멍까지 이어지며, 목 넘김 이후에는 입을 쩝쩝거리게 만듦과 동시에 긴 여운 없이 빠르게 사라진다. 눈을 감고 막걸리 본연의 맛을 즐기기보다는 잔을 빠르게 비우면서 가볍게 마시기에 딱 좋다. 우리가 흔히 식당에 갔을 때 주전자에 담아서 파전과 함께 왁자지껄 떠들기 딱 적당한 술이라고 생각된다.


전체적인 향미가 모난 곳이 없다. 다만, 크게 특별한 점을 찾기도 어렵다.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는 술로서, 부드럽게 떨어지는 산뜻하고도 고소한 맛이 매력적이다. 프리미엄 막걸리에서 느낄법한 자연적인 단 맛을 맛보기는 힘들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이 정도 단 맛에 이 정도 조화라면 가성비가 참 좋다고 느낄만하다.


음료수보다는 술에 확실히 가까운 막걸리이고, 질감 역시 막걸리답게 흘러들어 간다. 만약 조금 더 맛있게 먹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사이다와 1:1 혹은 2:1로 섞어서 즐겨보길 바란다. 친구 혹은 연인과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곁들일 음식은 막걸리 안주는 뭐든 좋을 것 같다. 제육볶음도 좋고, 전도 좋고, 두부김치도 좋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안주를 맞춰서 함께 하길 권한다.


'수미 생 쌀막걸리', 보통 말하는 가성비가 좋은 친구였다. 저렴한 가격에 즐겁게 취하고 싶다면 한 번쯤 마셔보아도 좋을 듯하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상이하다. 다만 술 자체가 싸기에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으니, 눈에 보이는 곳에서 구매해도 될 것이다.


천사 섬에서 태어난 '수미 생 쌀막걸리'의 주간 평가는 3.5/5.0이다. 다 같이 마시기에 좋은 작품이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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