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윽하게 스며드는 과실의 향미, '우렁이쌀 청주'를 음주해보았다.
논산의 작은 양촌마을에는 3대를 이어오는 전통 양조법으로 술을 빚는 곳이 있다. 이 곳은 40년 경력의 양조 장인이 자리잡고 있는 곳으로서, 무려 1920년 부터 그 역사의 시작을 알려왔다. 1930년에 건립되어 막걸리 주조만을 위해 설계된 건물은 계속해서 발전해왔고, 현재에 이르러서 수 많은 전통주를 생산하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은 다름아닌 이 양촌양조장에서 태어난 술을 한 병 가지고 왔다. '우렁이쌀 청주', 좋은 재료와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장소는 과연 어떠한 작품을 빚어낼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그윽하게 스며드는 과실의 향미, 우렁이쌀 청주
겉으로 보이는 병의 모습부터 일반적인 전통주와는 확연히 차이점을 선사한다. 보통 긴 목을 가지고 있는 다른 술들과는 달리 둥글게 뚜껑까지 바로 말아올려져 가는 형태를 하고 있으며, 병의 색깔 역시 참기름을 담는 통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다. 금색으로 마감되어져 있는 뚜껑과 그 뚜껑을 감싸고 있는 띠지는 술이 가진 전통미를 살려주고, 전면부에 보이는 라벨엔 '우렁이쌀'이라는 술의 이름과 성분이 적혀져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믿음이 가도록 만든다. 병이나 전반적인 술의 디자인이 고유의 특별함을 유지하면서도 우리나라 술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가져다 준다.
'우렁이쌀 청주'는 3대를 걸쳐 100년을 이어온 '양촌양조'에서 전통 양조법으로 생산한 청주로서, 우렁이 농법으로 재배한 논산 찹쌀로 그 어떠한 감미료도 첨가하지 않은 상태로 빚어냈다.
60일간 저온 숙성 방식을 거쳐 일반적인 전통주와는 궤를 달리하는 깨끗함을 선보이며, 찹쌀이 가진 특유의 단 맛이 여운으로 머무른다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500ML, 도수는 14도, 가격은 16,000원. 혼자 마셔도 좋고, 둘이 마셔도 좋은 양에 소주보다 살짝 낮은 알콜 함유량, 술 한 병 값으론 살짝 부담되는 값을 선보인다. 물론 어디까지나 아직 마시기 전이기에, 정확한 체감 가격은 술을 마신 후에 다시 이야기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잔에 따른 술은 은행나무를 연상케 하는 빛깔을 선보인다. 연한 노란 빛깔로 물들어 있는 술은 꼭 봄을 보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감탄을 자아내도록 만든다. 술이 잔을 타고 매끄럽게 떨어지는 것으로 보아 꽤나 부드러운 질감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몇번 흔들어 코를 가져다 대니 꽤나 달달한 향이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옅은 요구르트가 생각나는 냄새이다. 사과, 복숭아 등의 과실의 향이 주로 자리잡고 있으며, 소주와 비슷한 도수를 가졌음에도 알콜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외관만 봐서는 싱그러운 과일의 향 보다는 술 냄새가 좀 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했는데, 색깔과도 같은 기분 좋은 향이 은은하게 코를 건드린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니 깨끗한 술이 혀를 부드럽게 안아준다. 향과 같이 상쾌한 맛을 지니고 있고, 맑은 단 맛과 산미 순으로 매끄럽게 입 안을 채워간다. 전반적으로 맛 자체가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다. 과일의 자태를 부끄럽게 뽐내는 사케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으며, 맛이나 향 양쪽에서 산뜻한 과일의 스며들어와 코와 혀를 모두 즐겁게 만들어준다.
술의 질감이 정말 곱다. 혀에서부터 목구멍까지 가볍게 흘러들어와 가볍게 사라지고, 한 차례 감미가 지나간 후에는 약간의 고소함과 함께 드라이한 맛매를 선사한다. '우렁이쌀'이라는 이름만 보았을 때는 토속적인 맛을 가졌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상 다가오는 맛은 과실의 감미를 화이트 와인처럼 머금고 있는 친구였다.
정말 잔을 아무리 반복해도 부담스럽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목넘김 이후에는 약간의 단 맛과 미세한 고미, 거기에 특유의 싱그러운 향을 남기고 날라가며, 이 때의 여운은 지금까지의 과정과 같이 깔끔하게 이루어진다. 달콤한 과실과 거기에 겉도는 산미, 매끈한 주감까지. 아마 누가 마셔도 호불호가 갈린다고 말하긴 어려울 듯한 향미이다.
기본적으로 사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참 잘어울리는 술이 될 듯한 풍미를 가졌다. 감미 위주로 맛이 구성되어져 있긴 하나 크게 튀는 것이 없고 조화로워 술을 마시는데 거리낌이 없다. 달큼상큼한 맛은 계속해서 혀를 자극하고, 과일의 향연은 향에서부터 맛까지 이어져 마시는 사람을 만족스럽게 해준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꼭 여린 복숭아를 마시는 듯 하였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연어회, 혹은 연어샐러드를 추천하고 싶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 것이지만 연어회를 먹을 경우 초장이나 간장에 찍어먹기 보단 양파, 홀그레인 소스 약간을 함께 곁들인 후 술을 음주하길 바란다. 초장이나 간장은 그 맛이 강해 술의 맛을 온전히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우렁이쌀 청주', 누가 이 이름을 듣고 이런 맛을 상상할까. 사실 이 술을 먹기까지 고민한 이유가 명칭 때문이었는데, 확실히 마시고 나니 괜히 그런 걱정을 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판매처마다 가격이 약간씩 상이하다. 10%, 혹은 그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으니 잘 살펴보고 마셔보길 바란다.
과실을 간직한 우렁이, '우렁이쌀 청주'의 주간평가는 4.1/5.0 이다. 우렁이가 이렇게 향이 좋은지 처음 알았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