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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Feb 28. 2024

칵테일 전용 막걸리가 있다고?

- 섞이기 위해 태어난 칵테일, '도화지'를 음주해 보았다.

오늘은 컬리로 장을 보던 중 눈에 띄는 막걸리가 있어 한 병 가져오게 되었다. 가격도 저렴하고, 이름도 특별하며, 겉으로 보이는 생김새 역시 흔하지 않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더라. '도화지 막걸리', 신기하게도 칵테일 전용으로 나온 이 술은 과연 어떠한 맛과 향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섞이기 위해 태어난 칵테일, 도화지

겉으로 보이는 외관부터 자신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친구이다. 병의 모양 자체도 기존의 막걸리들과는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빙 둘러져 있는 홈은 '도화지 막걸리'가 특별하다는 것을 대변해주고 있다. 병의 아랫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라벨엔 '도화지'라는 술의 이름과 간단한 설명이 적혀 있는데, 이를 통해 이 막걸리가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반적으로 디자인에 상당히 신경을 쓴 듯한 모습이다. 사실 이 가격에선 웬만하면 다들 비슷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기에, 그렇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점수를 주고 싶다.


'도화지 막걸리'는 '국순당고창명주(주)'에서 국산 쌀만을 이용해 단정하게 만들어진 술로서, 쌀 본연의 고소함과 은은한 단 맛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아무런 추가 없이 그대로 마셔도 맛있는 술을 즐길 수 있지만, '도화지'라는 이름답게 이 술의 진가는 시럽, 토닉워터 등 다양한 재료를 배합했을 때 십분 발휘된다고 한다. 말하자면 나만의 레시피를 활용할 수 있는 칵테일 전용 막걸리이다. 물론 나는 원액만을 마시고 평가할 예정이지만.


제품의 용량은 750ML, 도수는 6도, 가격은 3900원. 혼자 마셔도, 둘이 마셔도 좋은 양에 일반적인 막걸리의 도수, 지역 막걸리 보다 살짝 높은 값을 가졌다. 칵테일 용으로 잘 어울리는 막걸리라니, 이런 것이 출시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기에 그 맛이 더욱 궁금해지는 기분이다.

잔에 따른 술은 보통의 막걸리 보다 약간 짙고 어두운 빛깔을 띤다. 아이보리색과 베이지색의 중간 정도로서, 그리 가볍게만은 느껴지지 않는 생김새이다. 침전물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딱히 보이지 않고, 깨끗한 분위기로 사람을 맞이한다.


몇 번 흔든 뒤 코를 가져다 대면 달콤한 향이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멜론, 참외 등의 달콤한 과실향과 더불어 포도껍질의 상큼함이 약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끝으로 곡식의 고소함이 슬쩍 얼굴을 드러낸다. 크게 튀는 것이 없이 향 자체가 은은한 편이기에 딱 맡았을 때 '괜찮다'라는 생각이 든다. 전반적으로 달콤함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모난 곳 없는 향이라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을 듯하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니 부드러운 감미를 지닌 술이 혀를 감싸준다. 질감 자체가 굉장히 고운 술이다. 너무 지나치지 않은 멜론의 달콤함이 나타나 입 안을 채워주고, 그 뒤에 미미한 산미가 살짝 혀를 건드린다. 전체적으로 고소함이 약하게 분포되어 있고, 여기서 느껴지는 단 맛엔 인위적인 느낌이 거의 나지 않는다. '도화지'라는 이름답게 대단한 큰 특색이 있기보다는 무난하게 달콤하면서 맛있는 막걸리를 떠올리면 될 것 같다.

적당한 바디감에 몽글한 주감으로 감미로운 풍미를 퍼뜨리면서 목구멍을 넘어간다. 목넘김 이후에는 감미와 산미, 과일향을 살짝 남겨놓는데, 이때 후미의 길이는 약 3초 정도로, 큰 여운 없이 깔끔하게 지워진다. 술을 마시는 과정에서 알코올도 느껴지지 않고, 흔히 말하는 불편함이 전혀 없기에 원래의 목적대로 다른 술과 섞는다면 좋은 조화를 보이지 않을까 싶다. 


온전히 '도화지 막걸리' 자체로만 즐겨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주는 향미를 지니고 있다. 어떤 맛도 튀는 것 없이 향이나 맛 모두 적당한 달콤함으로 진행되기에 첫 잔은 그냥 원액으로 마시고, 두 번째 잔부터 여러 가지 첨가물들과 함께 하길 바란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며, 맛 역시 부족함이 없기에 달콤한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마셔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름을 참 잘 지은 술이다. '도화지', 과일에도, 탄산에도 모두 잘 어울릴 친구다. 지금은 흰 배경만 펼쳐져 있는 상태기에 그 위에 어떤 그림을 그릴지는 마시는 사람의 몫인 듯하다. 혹여나 구매할 사람은 집에 어울릴만한 재료들을 미리 준비해 놓는 것을 추천한다.


곁들일 안주로는 파전이나, 오돌뼈 등 일반적인 막걸리 안주를 권한다. 명칭답게 안주에서도 크게 가릴 것이 없어 보인다. 파전 한 점과 도화지 한 잔은 당신의 혀에 멋진 그림을 그려줄 것이다.


'도화지', 자신의 색으로 마음껏 색칠하고 싶은 술이었다. 원액도 충분히 즐길만하니 여러분의 뜻대로 마시면 되겠다.


현재로선 온라인상 판매처가 한 곳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큰 가격 고민 없이 구매하면 될 듯 하다.


잘 어울리는 이름을 지닌 '도화지'의 주간평가는 3.8/5.0이다. 너무 이상한 색은 칠하지 말도록 하자.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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