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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Feb 29. 2024

용과 봉황이 만나는 곳에서 태어나다

- 구수한 향에 더해지는 조화로운 맛, '용봉약주'를 음주해 보았다.

사실 술을 굉장히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약주'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약주'는 보통의 술들에 비해 접근하기 어려운 진입장벽이 느껴지고, 향미에서도 조금 더 건강한 느낌이 강해 낯설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오늘은 이렇게 약주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술을 한 병 들고 왔다. '용봉약주', 복합적인 풍미가 일품이라고 하는 이 술은 과연 어떠한 향과 맛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 보도록 하자.


구수한 향에 더해지는 조화로운 맛, 용봉약주

겉으로 보이는 외관은 이 용량에서 종종 보이는 전통주들과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다만 어디까지나 유사하다는 것은 병에 대한 이야기일 뿐, 고급스럽게 자주색과 금색으로 마감된 뚜껑이나, 전면부에 단정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자태를 자랑하는 라벨을 보면 이 술이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앞면을 잠깐 살펴보면 '용봉약주'라는 술의 이름과 함께 간단한 설명이 영어로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시장을 한국으로 국한하지 않은 건지 한글보다는 영어가 더 많은 모습이다. 한국인으로서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들긴 하나, 확실히 병 안쪽으로 비추는 영롱의 술의 색깔과 깔끔한 라벨지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데 최적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긴 어려울 듯하다. 일단 내가 그러한 이유로 구매했으니.


'용봉약주'는 '용봉산술도가'에서 과거 조리학과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장인이 만들어낸 술로서, 백주를 걸러 맑은술 부분만 추출하여 탄생하였다.


인공감미료 없이 오직 전통 방법만을 고집하여 빚어냈으며, '시간이 술을 만든다'라는 말처럼 100일 정도의 숙성을 거친 후에 태어난 이 작품은 산뜻하고 구수한 향에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복합적인 풍미를 가져다준다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13도, 가격은 25000원. 혼자 술을 즐기기 적당한 양에 보통의 소주보다도 4~5도 정도 낮은 알코올 함유량, 프리미엄 전통주 다운 금액을 지녔다. 일단 도수가 그리 높지 않아 고도수가 부담스러운 사람도 술을 즐기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듯 하나, 가격은.. 아프다.

잔에 따른 술은 밝은 노란색을 띤다. 딱 레몬즙을 연상시키는듯한 색깔로서, 일반적인 약주에 비해서 상당히 탁한 정도가 덜한 편이다. 맑고 깨끗해 보이는 술의 안에는 굉장히 미세한 침전물들이 떠 있었는데, 이는 아마 코르크 마개의 잔해이지 않을까 싶다. 전체적인 느낌은 달빛이 살짝 녹아든 듯 한 매력적인 모습이다.


코를 가까이 가져다 대니 고소한 향이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갓 구운 빵에 누룩, 밀, 곡식 등이 떠오르며 그 구수함 주위를 미미한 단 향이 겉돌고 있다. 보통 약주라 할 때 흔히 연상되는 건강한 냄새나, 씁쓸함, 알코올의 향등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약주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도 크게 거리낄 것이 없는 냄새이다. 아래에 미약하게 깔린 과실향과 그 위를 덮은 곡식의 구수함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산뜻하게 코를 감싸주어 맛을 기대하도록 만든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복합적인 맛을 지닌 술이 혀를 감싸준다. 산미와 단 맛, 약간의 씁쓸함과 구수함이 느껴지고, 전체적인 조화가 굉장히 훌륭하다. 모든 맛들이 크게 튀어나와 있지 않은 상태에서 그나마 산미가 가장 두드러지는데, 이 청아한 산미를 중심으로 적당한 감미와 약한 고미가 더해지며, 혀의 끝에서 특유의 구수함이 슬쩍 모습을 드러낸다.

또한 술의 질감이 상당히 부드럽다. 알콜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상태에서 적당한 바디감으로 혀를 지나가고, 그리 많은 양을 입에 담지 않았음에도 풍부하게 입 안을 채우며 만족감을 선사한다. 구수한 냄새가 중심이 되었던 향과는 달리 약주 특유의 씁쓸함을 확실히 가지고 있지만, 그 씁쓸함의 크기는 산미와 감미가 넘쳐나지 않도록 발을 묶는 정도이다.


목넘김 이후에는 산미와 씁쓸함, 약간의 향을 남겨 놓고 사라진다. 이때 느껴지는 후미의 길이는 4~5초 정도로서 여운이 강한 편은 아니나 끝 맛을 감상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시간이다. 구수한 향에 산기가 있는 술을 더하니 마시는 사람으로선 취하는지도 모르고 술에 잠겨가는 것 같다.


전체적인 조화로움이 훌륭한 술이다. 구운 빵 냄새가 코에 살짝 감돌 때 혀에 산미가 들어와 달짝지근하게 술을 퍼뜨리고 떠난다. 이러한 과정에서 어색함이 전혀 없으며, 약주라고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진입장벽도 이 술에선 거의 느끼기 힘들었다. 각각의 어우러짐이 좋은 술이고, 누구나 큰 어려움 마실 수 없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난꽃이 떠오르는 듯한 약주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도미찜, 장어구이 등을 추천한다. 맛 자체가 튀지 않는 산미 중점이며, 어느 정도 씁쓸함을 가지고 있기에 도미찜 한 점이나, 장어구이 한 점과 함께 하면 더할 나위 없다.


'용봉약주', 복합적인 맛이 일품인 약주였다. 산미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서도 처음 약주를 마시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맛매를 지녔다.


판매처가 현재로선 한 곳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곳에선 유통기한임박이 되면 세일을 하니, 그 때를 노려 구매하도록 하자.


조화로운 약주, '용봉약주'의 주간 평가는 4.0/5.0이다. 일련의 과정이 참으로 곱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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