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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Feb 27. 2024

향이 아름다운 복숭아가 내린다

- 펼쳐지는 도화에 몸이 젖어가다, '도 30'을 음주해보았다.

경상북도 청도군, 이곳은 다양한 특산물로 이름을 날리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복숭아이다. 그 유명세가 워낙 대단해 전국에서 모습을 보이니, 청도 지명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청도 복숭아'는 들어봤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오늘 내가 가져온 술은 바로 이 청도 복숭아로 만들어진 증류주이다. '도 30', 신기하게도 '복숭아나무 도'가 아닌 '길 도'를 사용하여 이름을 지은 이 술은 과연 어떠한 맛과 향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펼쳐지는 도화에 몸이 젖어가다, 도 30

겉으로 보이는 병의 모습은 이 용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와 그리 다르지 않다. 둥근 원통 형으로 올라가 검은색의 마개로 마무리되며, 뚜껑엔 술을 만든 양조사의 이름이 적혀 있다. 전면부에는 술의 이름이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나 있는데, 첫 째는 금색으로 장식된 유려한 한자 道, 두 번째는 겹쳐져서 희미하게 보이는 DO, 세 번째는 한글로 부드럽게 쓰인 '도'이다. 지금 까지 여러 전통주의 디자인을 살펴보았지만 이렇게 이름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한 술은 처음 보는 듯하다. 각각의 명칭을 다른 매력으로 나타낸 것이 독특하면서도 인상 깊다.


'도 30'은 '블루 앤 로드'에서 우리나라에서 복숭아를 가장 많이 생산하기로 유명한 청도지역의 복숭아를 사용하여 만든 증류주로서, 어떠한 첨가물도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상태로 태어났다. 


좋은 품질의 원료를 사용하였기에 복숭아가 가진 상큼하면서도 달콤한 화사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며, 은은한 과실의 여운이 코와 혀에 퍼지면서 만족감을 선사한다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30도, 가격은 14,900원. 혼자 마시기 적당한 용량에 일반적으로 고도수에 속하는 알코올 함유량, 최근에 나오는 전통주의 평균 정도 금액을 가졌다. 청도 복숭아의 아름다운 과육을 경험할 수 있다면 이 정도 값은 얼마든지 지불할 용의가 있다.

잔에 따른 술은 역시나 투명하고 깨끗하다. 보통의 증류주가 가진 고요한 모습으로서, 잔을 가볍게 흔드니 찰랑거리는 술이 벌써부터 자신의 부드러움을 뽐낸다.


이어서 코를 가져다 대면 매실과 복숭아가 반 정도 섞인 향이 잔으로부터 피어오른다. 30도라는 도수를 가지고 있으나 알콜의 역함은 살짝 얼굴을 비추는 것에서 끝나며, 전반적으로 향긋한 과육의 향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복숭아, 매실, 자두, 알코올 등이 시원한 바람처럼 코를 스치고, 산뜻하게 들어오는 향은 새콤달달하여 막 따낸 과실을 연상케 만든다. 자칫하면 감기 시럽향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을 법 한데, 그 중간을 잘 조절한 느낌이다. 


이어서 한 모금 먹어보니 상쾌한 술이 부드럽게 혀를 감싸준다. 약간의 단 맛에 복숭아 향의 상큼함이 더해진 상태로 입 안을 채워주며, 분명히 고도수임에도 술 자체가 향긋한 탓에 전혀 부담 없이 깨끗하게 목구멍을 넘어간다.

입에 머금을 때도 술이 가진 맛보다는 향이 풍미에 더 크게 영향을 끼치는 술이다.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감미에 산뜻한 향이 퍼지고, 거기에 고운 질감이 함께하니 단순히 코를 대고 있을 때 보다 느껴지는 복숭아에 대한 만족감이 훨씬 더 크다. 향이 예쁘게 자리잡고 있는 술은 적지 않지만, 마실 때도 이렇게 혀에서부터 코로 이어지며 풍부하게 퍼지는 술은 흔치 않다.


또한 알코올의 역함을 잘 다듬어 놓은 것이 큰 장점이다. 이렇게 향이 향긋한 술의 경우 알콜이 강하게 느껴지면 흔히 말하는 값싼 과일소주만도 못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도 30'은 30도라는 도수의 순수함만을 남겨놓고 불편함은 지워내 과실의 향긋함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목넘김 이후에는 본연의 향과 감미, 미미한 알코올을 남겨놓고 사라진다. 후미의 길이는 4~5초 정도로서, 오히려 향보다 혀에 머무르는 향미가 빠르게 날라간다. 이때 느껴지는 고도수 특유의 속을 따뜻하게 뎁혀주는 느낌과, 코에 퍼지는 풍부한 향은 누구나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적당히 가벼운 바디감에 복숭아의 향이 가랑비처럼 몸을 젖게 만드는 작품이다. 백도, 황도, 천도 등 다양한 품종의 복숭아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내가 느끼기엔 백도의 향이 좀 더 두드러졌던 것 같다. 예상했던 것보다 향이 강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산들바람처럼 밀려오기 때문인지 코 끝부터 마지막까지 스며든다.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고 하면 복숭아만의 향이 강한 게 아니라는 것. 상큼하게 퍼지는 도화향을 기대하였으나 매화수에서 느낄법한 매실 향이 섞여 들여오더라. 아마 이러한 면만 아니었다면 더 만족스러웠을 듯하다.


곁들일 안주로는 너무 강한 간이 배어있지 않는 음식을 추천한다. 새우회나 가벼운 핑거푸드 등, 술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가벼운 음식을 함께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도 30', 겉모습만 봐선 참 강직해 보이는 친구인데 이렇게 향긋한 속을 품고 있었을 줄이야. 복숭아 향이 참으로 풍부하다.


현재로서 판매처가 그리 많지 않은 상태다. 큰 고민 없이 보이는 데에서 구매하면 될 듯하다.


도화가 피어나는 '도 30'의 주간평가는 4.0/5.0이다. 부드러운 술에 향긋한 향은 매혹적이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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