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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Feb 25. 2024

구수한 꽃밭이 번져나간다

- 구수한 꽃의 풍미가 피어난다, '낯꽃'을 음주해 보았다.

어떤 술을 마시냐에 따라 그곳의 분위기가 달라지기도 하고, 사람의 표정이 달라지기도 한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술을 음미한다면 웃음이 나올 것이며, 감탄할 만한 술이 나타난다면 눈을 감고 음미하게 될 것이다. 이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며, 훌륭한 술을 만남에 따라 누구나 보일 수 있는 당연한 반응이다.


오늘은 이름부터 그러한 특징을 그대로 써 내려간 술을 한 병 가져왔다. '낯꽃', '감정에 드러나는 얼굴의 표시'라는 뜻을 가진 이 작품은 과연 어떠한 맛과 향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구수한 꽃의 풍미가 피어난다, 낯꽃

부드러운 파스텔톤으로 이루어진 패키지는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낯꽃'이라는 이름은 술을 반듯하게 나타내고 있으며, 그 아래엔 '낯에 피어나는 즐거움'이란 설명이 '낯꽃'의 의미를 풀어준다. 상자의 뚜껑을 열어 술을 꺼내면 꽤나 익숙한 모습의 병이 나타난다. 병 자체는 이 용량에서 종종 쓰이는 형태이나 뚜껑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데, 고무가 아닌 나무를 이용한 마무리로 한층 더 술에 대한 멋을 끌어올렸다. 


상자와 마찬가지로 라벨엔 이름과 같이 도수, 용량 등이 쓰여 있고, 스스로의 자부심인지 따로 별 다른 설명은 적혀 있지 않다. 술병이나 그 병을 담고 있는 상자의 디자인이 술의 이름과 참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낯꽃'은 '(주)두레박'에서 국산 찹쌀, 맵쌀, 누룩, 국화 등을 이용하여 빚은 술로서, 감싸주는 날 10병 분의 증류로 정성을 담아 탄생하였다.


1년 이상의 장기숙성으로 은은하게 코에서 살아나는 향을 느낄 수 있으며, 방부제와 인공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아 본연의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고, 증류된 본류만을 사용하여 부드러운 목넘김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41도, 가격은 28,000원. 혼자서 마시기 딱 좋은 양에 알딸딸한지도 모르게 취할만한 알콜 함유량, 거기에 술 한 병의 값이라고 하긴 약간 부담된다고 말할 수 있는, 엔트리 위스키급 정도의 금액을 지녔다. 뮬론 이 정도 금액을 매주 음주하는 것은 애주가여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내 지갑도 지금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있으니..

잔에 따른 술은 보통의 증류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투명하고 깔끔하며, 마치 깨끗한 시냇물이 고여 있는 것 같다. 늘 말하지만 이 순간이 가장 떨리기에 그 안에 어떠한 맛이 숨어 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얼굴을 가까이 하니 '낯꽃'이 가진 고유의 고소한 향이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구운 메밀에서 느낄법한 구수함과 구운 땅콩 등이 떠오르며, 약한 꽃향이 미미하게 스치고 지나간다. 41도라는 고도수에도 불구하고 알코올의 역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전반적으로 누룽지보다는 메밀 쪽에 가까운 구수함이 향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듯하다. 


기존에 있던 술과 같이 고소함이라는 향의 방향을 지녔어도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눈앞에 구운 메밀꽃밭이 펼쳐지는 듯한, 자신만의 특별함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친구이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부드러운 술이 혀를 감싸준다. 고운 고소함을 담고 있는 술이다. 한 모금 마시는 순간 특유의 향과 함께 약한 메밀의 느낌을 주며 입 안에서 화사하게 술이 피어나고, 고도수가 가진 맵싸함을 목구멍에 머무르게 한다. 향과 같이 구수함을 중심으로 술이 진행되나, 이 구수함이 일반적인 전통주보다 고급스럽게 다가온다.


첫 맛은 적당한 감미가, 그 감미가 지나고 나면 구수함이 코와 목구멍에서 거의 동시에 찾아오는 수순을 지녔다. 알코올 자체도 41도라는 도수가 떠오를 만큼 독하지 않고, 질감이 부드러워 혀에서부터 목구멍까지 몽글하게 이어지니 술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기가 어렵다. 


목넘김 이후에는 알코올과 고소함, 그리고 앞서 말한 구운 메밀꽃밭 같은 향을 펼쳐놓으며 속을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이때 느껴지는 후미의 길이는 약 5~7초 정도로서, 여운을 즐기기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있다. 술이 가진 향이나 맛이 다른 곳에서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함을 가지고 있기에 한 잔을 마신 뒤 눈을 감고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을 상상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능글맞은 바디감으로 고소한 풍미가 꽃처럼 피어난다. 사실 그간 구수한 술을 여럿 마셔봤지만, 그 사이에서 이렇게 피어난다라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은 거의 없는 듯하다. 향에서 만족감을 주던 술은 맛까지 이어지며, 투명한 물에 검은색 먹물을 한 방울 떨어뜨리면 크게 번져나듯이 입 안에 풍미를 퍼뜨린다. 구수함을 중심으로 한 맛들은 각각의 역할에서 술을 위한 역할을 충분히 다하고 있으며, 그것이 향까지 이어져 훌륭한 조화를 뽐낸다. 


'낯꽃'이라는 술의 설명대로 '낯에 피어나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면, 코와 입을 모두 만족시켜 주는 술을 마시고 싶다면 꼭 한 번 마셔보는 것을 추천한다. 술에 집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작품이다.


곁들일 안주로는 삼삼한 떡갈비, 약간의 소금간이 된 장어를 추천한다. 너무 맛이 진한 음식을 먹기보다는 술에 좀 더 정신을 쏟은 채로 음미하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낯꽃', 이름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된다. 낯에 꽃이 피게 만드니, 이만한 술이 어디 있으랴.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꽤나 상이하다. 10% 이상 차이나는 경우도 있으니 여러 곳을 잘 살펴본 후에 결정하였으면 좋겠다.


낯에 피어나는 꽃, '낯꽃'의 주간평가는 4.3/5.0이다. 이만한 꽃이 번져가는 것을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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