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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Feb 22. 2024

옹기에서 태어난 포항의 깨끗함

옹기에서 보낸 세월의 가치, 영일만소주41

오늘은 포항에서 태어난 술을 한 병 가지고 왔다. 포항의 만 중 하나의 명칭을 그대로 따온 이 소주는, 그만큼이나 투명하고 깨끗한 향미를 자랑한다고 한다. 어찌 애주가로서 이 말을 듣고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곧바로 장바구니에 넣어서 담아왔지.


'영일만소주 41', 옹기에서 잠들어 있던 이 술은 과연 어떠한 향과 맛을 나에게 선사할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옹기에서 보낸 세월의 가치, 영일만소주 41

병 자체에서 느껴지는 차이점은 다른 전통주들과 그렇게 크지 않다. 이 용량에서 종종 사용되는 밑동이 두꺼운 형태로 올라가는 모습을 띄고 있으며, 뚜껑은 은색으로 깔끔하게 마감되어 있다. 전면부에는 술의 이름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있는데, '영일만'을 '0110000'이라는 숫자로 재치 있게 표현해 냈다.


전체적인 디자인이 깔끔하면서도 술의 정체성을 잘 담고 있다. 검은색 배경위주로 별 다른 설명 없이 제작된 도안은 술을 마시기 전임에도 어렴풋이나마 술이 가진 방향을 짐작하게 만든다.


'영일만소주 41'은 '청슬 K'에서 청정 암반수와 100% 우리 쌀로 만들어낸 증류주이다. 고려시대부터 빚어온 전통 증류방식을 그대로 이어와 좋은 물로 탄생하여 목 넘김이 좋고 훌륭한 풍미를 보이며, 최소 2 달이라는 긴 시간 숙성을 거쳐 완성되기에 깊은 맛과 은은한 향을 선보인다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41도, 가격은 21,500원. 혼자서 마시기 딱 적당한 양에 보통 사람이라면 곧바로 취할 수 있는 알코올 함유량, 치킨 한 마리 정도의 금액을 가졌다. 양이야 그리 부담스러운 느낌이 아니지만 금액이나 도수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망설일만하다. 

겉으로 보이는 빛깔은 여타 증류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고요하고 깨끗하며, 안쪽까지 훤히 보이는 투명함. 일종의 여과물이라고 할만한 것이 거의 보이지 않기에 누가 보아도 깔끔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코를 가져다 대면 잘 만든 소주 특유의 곡물향이 잔을 타고 흘러나온다. 배에서 느낄 법한 시원한 과실향이 알코올과 섞여서 올라오며, 41도라는 높은 도수에도 불구하고 알콜의 역함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단 향과 곡물향이 4:4 정도로 자리 잡고 있고, 2 정도를 알코올이 채우고 있는 형태이다. 그 사이엔 미미하게 고소함도 잠들어 있기에 코를 반복해서 가져다 대도 부담스러움이 없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니 감미와 함께 술이 미끄러지듯이 혀를 감싸온다. 감미와 고소함, 소금기, 거기에 코를 통과하는 누룩향을 느낄 수 있으며 끝 부분에서 미약한 철분맛과 함께 알코올이 마무리를 짓는다. 맛이 전반적으로 상당히 깔끔하다. 질감자체가 부드러운 편이라 혀에서부터 목구멍까지의 과정이 아무런 방해 없이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술의 맛매에 자리 잡고 있는 깨끗한 느낌은 광천수를 마시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대로 곱게 목구멍을 넘어간 이후에는 약간의 맵싸한 느낌과 함께 순수한 알콜의 맛매를 남겨 놓고 사라진다. 후미의 길이는 약 5초 정도로서 여운이 입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코까지 번져가니 눈을 감고 술이 가진 풍미를 잠깐 동안 느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살짝 가벼운 바디감에 깨끗한 술의 풍미를 선보이는 친구이다. 첫 모금에선 알코올보다 감미가 좀 더 주도적으로 나타나다가 끝부분에 갈수록 맵싸함이 더해지며 알콜이 좀 더 두드러진다. 전체적으로 튀는 맛없이 곡물, 알콜, 감미와 조금의 함미가 균형을 이루고 있기에 소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큰 호불호 없이 마실 수 있는 술이지 않을까 싶다.


체감도수가 낮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이 덕에 41도라는 술의 잔을 반복하여도 크게 무리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영일만 소주'특유의 곡물의 멋과 더해지는 깔끔함은 잘 만든 소주라는 생각을 계속해서 불러일으킨다. 순수하게 퍼지는 알콜을 느끼고 싶을 때 한 번 음미해 보길 바란다. 암반수가 시원하게 흘러 들어오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곁들일 안주로는 회를 추천한다. 굳이 꼽자면 그 중에서도 흰 살 생선회인 광어나 우럭과 잘 어울릴 듯하다. 생선회 한 점에 '영일만 소주'한 잔은 기분 좋은 취기를 당신에게 선물할 것이다.



'영일만소주 41', 옹기에서 막 뜬 신선한 암반수를 떠올리게 만든다. 주류들 중에서 소주를 선호하는 사람에게 참 잘 어울릴 듯한 술이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10% 이상 차이나는 경우도 있다. 금액대가 어느 정도 있는 편이기에 웬만하면 잘 살펴보고 구매하는 것을 권한다.


깨끗하고 부드러운 '영일만 소주41'의 주간평가는 3.9/5.0 이다. 무구한 조화가 혀에 깃든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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