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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Feb 19. 2024

알로에와 감귤이 만나서 탄생한 증류주

- 알로에와 귤이 만나 숲을 이루다, '술숲'을 음주해보았다.

사람들의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이에 따라 전통주를 만들어내는 양조원들 역시 특별함을 부여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한다. 지금껏 써보지 못한 과실을 증류하거나 오크를 이용하는 등 다양한 차별점을 두어 자신의 작품을 발전시킨다.


오늘은 그중 이전에 보지 못했던 신기한 원료를 사용한 술을 한 병 가지고 왔다. '술숲', 신기하게도 알로에를 사용하여 탄생한 친구인데, 도저히 맛이 짐작이 가지 않아 이렇게 들고 오게 되었다. 과연 이 특별한 증류주는 어떠한 향과 맛을 보여줄지,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알로에와 귤이 만나 숲을 이루다, 술숲

병 자체는 이 용량대에서 꽤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친구이다. 아래쪽부터 뭉툭하게 시작하여 짧은 높이로 올라가는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뚜껑은 검은색으로 마감되어 있다. 전면부에는 '술숲'이라는 술의 이름과 함께 이 명칭에 어울리는 서정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녹색으로 이루어져 있는 그윽한 풍경은 마시기 전임에도 술에 대한 분위기를 알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일단 술에 대한 설명이 쓰여 있지 않는 것이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내는 것 같아 마음에 들고, 술의 케이스 역시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아름다워 디자인적으로 많은 신경을 썼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술숲'은 '제주왕지케'에서 제주의 특산물인 감귤과 알로에를 넣어 상쾌함과 특별함을 강조한 술로서, 제주산 감귤증류원액의 부드러움과 깔끔함, 알로에의 달콤하고 시원한 맛이 섞이며 조화를 이룬다.

잘 블렌딩 된 술은 특유의 감미로움을 자랑하며, 식물 성분이 담겨 있어 술 한 잔으로 자연의 품격과 함께 쉼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19도, 가격은 19,900원. 혼자서 마시기 딱 좋은 양에 일반적인 소주와 비슷한 도수, 약 20,000원 정도 되는 술에 관심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면 부담스러울만한 금액을 지녔다. 사실 술을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쉽지 않은 가격인 것은 맞지만, 감귤에 알로에라니, 그냥 지나치기가 힘들다.


잔에 따른 술은 일반적인 증류주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투명하고 깨끗하며, 고요하다. 매 번 생각하는 것이지만 이리 비슷한 모습에서 어떻게 다들 그렇게 다양한 맛을 뽐내는 것인지, 참 신기할 따름이다.

술을 따른 후 코를 가져다 대니 상쾌한 알콜향이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약간의 시트러스적인 느낌과 동시에 감귤 껍질 냄새가 알콜 위로 겹쳐져 느껴지고, 알콜의 역함은 거의 다가오지 않는 산뜻하고 깔끔한 향이라고 생각된다. 감귤이나 알로에의 달콤함이 부각되기보다는 순수한 알콜에 감귤과 알로에가 가진 시원함이 더해진 느낌이다. 확실히 일반적으로 술에서 느껴지는 향 이 아닌 풀밭에 코를 올린 듯하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깨끗하고 부드러운 술이 혀를 감싸 안는다. 향과 달리 술이 가진 단 맛이 오롯이 느껴진다. 감귤의 상쾌한 향과 알로에의 감미가 입과 코를 채워주며, 보통의 소주보다 살짝 높은 도수를 지녔음에도 술 자체가 순한 편이라 알코올의 불편함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향미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앞서 말했다시피 향에서는 감귤의 산뜻함이, 맛에서는 알로에의 단 맛이 조금 더 크게 자리 잡고 있는 술로서, 그 두 가지에 미미한 알코올이 더해진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맛의 강도는 연한 상태로 슴슴하게 흘러들어오고, 단 맛이 가장 크게 느껴지나 그 감미조차도 지나치는 법 없이 적당선에서 머물러 있다. 혀에서부터 목넘김까지 거리낌 없이 이어지는 게 각 원료들이 만들어내는 향미의 어우러짐이 상당히 좋아 보인다.

목넘김 이후에는 단 맛과 특유의 향, 정말 살짝 느껴지는 알코올을 남겨놓고 사라진다. 후미의 길이는 약 2~3초 정도 되는 것이 여운을 길게 느끼는 술이 아닌 빠르게 다음 잔을 준비하기 좋아 보이는 작품처럼 여겨진다. 과정 전체가 참으로 깔끔한 친구이다.


살짝 가벼운 바디감에 고운 시냇물처럼 흐르는 풍미를 가진 술이다. 술병을 보면 전면부 라벨에 서정적인 그림이 한 폭 있는데, 술의 향미 역시 이 그림과 굉장히 비슷하게 흘러간다. 모난 것 없이 풀과 과실을 담고 있으며, 마실수록 격해지는 것이 아닌 오히려 평온해지는 감정을 가져가 준다. 알콜이 주는 역함이 부담스러워 술을 마시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 한 병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곁들일 안주로는 문어숙회를 포함한 비교적 맛이 연한 안주를 추천한다. 맛이 강하다고 해도 큰 상관은 없을 듯 하지만, 술의 맛 자체가 강하지 않은 편이기에 너무 강렬한 안주를 함께 한다면 술을 즐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술숲', 이름을 굉장히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은은히 퍼지는 향이나, 그윽하게 퍼지는 맛이나 모두 흠잡을 거리가 없다.


판매처에 따라서 가격이 약간씩 상이하다. 10% 정도는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잘 살펴보고 구매하길 바란다. 이렇게 아끼면 금방 술 한 병이 나오는 법이다.


푸르고 부드러운 '술숲'의 주간평가는 4.0/5.0이다. 어떻게 알로에와 감귤을 함께 할 생각을 했을까.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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