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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Feb 18. 2024

고창 복분자가 그리 좋다더라

- 선운산의 정기를 받아 내려오다, '선운산 복분자 와인'을 음주해보았다

당연히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전라북도에 있는 고창은 그 지리가 훌륭해 다양한 특산물로 유명하다. 수박, 땅콩 등 여러 상품들로 이름을 날리는 이곳의 유명세로는 특히나 복분자를 빼놓을 수 없는데, 서해바다의 신선한 해풍을 맞고 자라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은 이 고창 선운산 복분자로 만든 술을 한 병 가지고 왔다. '선운산 복분자 와인', 타 지역의 복분자보다 훌륭하기로 유명한 고창의 복분자에서 탄생한 작품은 과연 어떠한 향과 맛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선운산의 정기를 받아 내려오다, 선운산 복분자 와인

용량 대비 기다란 몸체에 초록색 빛깔, 복분자가 그려진 뚜껑으로 마감되어 있는 병을 지닌 친구이다. 전면부에는 '선운산 복분자 와인'이라는 술의 이름과 함께 시작된 역사가 적혀 있으며, 그 아래로는 선운산으로 추정되는 넓은 풍경이 술을 마시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전반적으로 부족하지도, 지나치지도 않은 무난한 디자인이라고 생각된다. 특이한 점이라면 일반적인 전통주들은 전면부와 후면부의 띠지가 분리되어 있어 후면부에 재료명이나 기타 사항을 표시하곤 하는데, '선운산 복분자 와인'은 라벨 기준 오른쪽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선운산 복분자 와인'은 '선운산 복분자주 흥진'에서 냉동된 복분자과실을 행동한 것이 아닌 엄선된 복분자를 바로바로 생과상태로 사용하여 태어난 술로서, 장기간의 발효와 숙성을 거쳐 복분자가 가진 매력을 그대로 이끌어냈다.


훌륭한 지리에서 서해바다의 해풍을 맞으며 자라나 당도가 뛰어나기로 유명한 복분자를 원료로 30일 이상 발효하고 1년 이상 숙성시켰으며, 술을 잘 못하는 사람도 마시기 편한 도수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냈다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300ML, 도수는 13도, 가격은 3,900원. 혼술 하기 딱 좋은 양에 적당한 도수, 전혀 부담되지 않는 가격을 지녔다. 요즘 전통주 하나를 구매할 때마다 지갑이 항상 울고 있어서 참으로 걱정이었는데, 이런 시기에 때마침 착한 값을 가진 작품이 등장하여 다행이다.

잔에 따른 술은 검붉은 색에 더하여 짙은 갈색빛깔이 겉도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레드와인을 담았을 때 보이는 색깔과 유사하며, 별다른 침전물은 없는 듯 하다. 술의 안쪽은 거의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상태이고, 앞서 말했다시피 알맞게 익은 복분자를 그대로 담은 듯한 매혹적인 자태를 뽐낸다.


코를 가져다 대면 복분자 특유의 달콤한 향이 꺼끌한 모습으로 흘러나온다. 복분자, 설탕 등 단 향이 중심이 되긴 하나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풀, 줄기 등의 씁쓸함도 자리 잡고 있으며, 약간의 고소함이 그 주위를 맴돈다. 혹여나 알코올이 튀어나올까 걱정했지만 전반적으로 잘 다듬어져 있는 것이 굳이 그런 생각까지 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딱 복분자 과육에 고소하면서도 씁쓸한 줄기는 더한 느낌이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니 생 과실을 그대로 담은 듯한 복분자가 혀를 감싸 안는다. 과육의 달콤함과 조금의 산미, 향과 같이 꺼끌한 느낌을 지닌 술이 혀를 지나가고, 그리 높지 않은 도수답게 알코올은 따로 느껴지지 않는다. 과육의 감미가 지난 후에는 줄기가 주는 듯한 약한 씁쓸함이 인사를 건네며, 이후 부드럽게 목구멍을 넘어간다.

목 넘김 다음엔 미미한 단 향과 감미, 씁쓸함 같은 고소함을 남긴 채 사라진다. 여운의 길이는 3~4초로서 그리 긴 후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긴 어려워 보인다. 끝 맛으로 산미가 잠깐 나타나면서 술의 마무리를 알리며 다음 잔을 반복하도록 만들어준다.


가벼운 바디감과 같이 가볍게 복분자를 입 안에 흩뿌리면서 지나가는 풍미를 지녔다. 혀에서부터 목 넘김까지의 과정도 큰 거리낌 없이 흘러가고, 맛이나 향도 사람에 따라 큰 호불호가 갈릴 술이 아니다. 가격자체도 부담스러운 면이 없기에 취하기보다는 간단히 술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하다고 느껴진다.


보통 정도 가격대의 복분자주를 마시게 되면 사실 술보다는 복분자의 맛을 강조한 음료수 같은 맛매가 강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선운산 복분자 와인'의 경우 느낌이 살짝 다른 것이, 가격이 저렴함에도 맛만 강하게 다가오지 않아 복분자를 그대로 담았다는 것을 실제 향미로 오롯이 느낄 있다. 이러한 면은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복분자주와 차별화돼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그렇다고 부족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술이 가볍다. 이것은 단순히 무게감이 가벼운 것도 있지만, 가격이 가격이다 보니 맛의 농도 자체가 가벼운 느낌이다. 복분자의 풍미를 느끼기에 큰 부족함이 있다고 말하긴 어려우나, 충분하지도 않다. 혀를 스치듯이 지나가는 맛매는 딱 2% 부족한 아쉬움을 넘기는 느낌이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로는 묵직한 음식을 추천하고 싶다. 장어구이도 좋고, 삼겹살도, 낙지볶음도 좋다. 술이 가볍고 달콤하다 보니 비교적 무거운 음식과 함께 하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선운산 복분자 와인', 양부가 갈리지 않고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술이었다. 이 금액에 과실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요소이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원래 저렴한 친구이기에 대단한 차이가 나지 않으니 적당히 살펴보고 구매하면 되겠다.


선운산의 정기를 담은 '선운산 복분자 와인'의 주간평가는 3.8/5.0이다. 조금 더 진한 복분자 향이 코에 퍼졌으면..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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