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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Mar 23. 2024

도라지가 전하는 제주의 낭만

- 제주의 흙은 도라지를 품었다, '제주낭만'을 음주해보았다.

어느덧 관광이 우리나라 산업의 중요한 수단 중 하나가 될 만큼, 현재 우리나라는 관광지로도 상당히 이름을 떨치고 있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대한민국에서 꼭 가봐야 할, 혹은 가보고 싶은 장소는 어디인가. 부산, 여수, 강릉 등 다양한 지역이 나오겠지만 지역민이 아니라면 반드시 손가락 꼽힐 곳이 하나 있으니, 바로 제주도이다.


특유의 지형과 아름다운 바다는 바라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길을 떼지 못하게 만들며, 곳곳에 만발한 유채와 환상적인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오름은 가히 제주도를 낭만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도록 해준다. 그러한 의미로 가져온 오늘의 술, '제주낭만'. 달빛 푸르던 제주의 밤을 그대로 담고 있는 이 술은 어떠한 맛과 향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제주의 흙은 도라지를 품었다, 제주낭만

 미니어처로 태어난 병은 각진 사각형태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인다. 크게 특별하다고 말하긴 어려운 상태이며, 끝부분은 은색의 마개로 마감되어 있다. 비교적 평범한 병의 디자인에 비해 전면부에는 제주가 밤에 보여줄 법한 낭만을 그대로 옮겨 놓은 라벨을 확인할 수 있는데, 남색의 배경 위에 금빛으로 수놓아진 이름과 그림은 술의 명칭이 가진 고급스러움을 한 층 더해준다. 아무리 봐도 이름이 참 멋들어진 술이다.


'제주낭만'은 '술도가제주바당'에서 쌀 100%로 빚은 술로서, 제주 명인이 키운 백도라지를 더해 도라지의 은은한 향과 진한 목넘김이 매력적인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이다.


백도라지와 감압증류한 소주가 잘 어우러져 누구나 즐길 수 있을법한 훌륭한 풍미를 선보이며, 높은 도수에 비해 질감이 부드러워 도라지의 향미가 그윽하게 목에 남는다고 한다.


술의 용량은 100ml, 도수는 40도, 가격은 11,000원. 혼자서 마실 수밖에 없는 양에 고도수라고 부를만한 알코올 함유량, 700ML 기준 엔트리급 위스키의 가격을 지녔다. 매 번 구매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전통주의 가격이 참 만만치 않다. 미니어처가 없었다면 이리 술을 쉽게 구매하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잔에 따른 술은 일반적인 증류주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투명하고 깨끗하며, 가을비를 그대로 모아놓은 듯하다. 일절의 탁함 없는 이 술이 이번에 어떤 맛을 보여줄지 궁금할 따름이다.


얼굴을 가까이하니 은은한 도라지향이 코에 스며든다. 도라지, 풀, 뿌리, 메밀, 알콜의 맵싸함 등으로 향이 이루어져 있으며, 씁쓸함과 고소함에 약한 단 향이 더해지다가 끝 부분에서 날카로운 알코올이 느껴진다. 도라지의 향 자체는 지나치지 않고 딱 적당한 수준으로 자리 잡고 있으나, 생각보다 말미에서 느껴지는 알콜의 향이 날이 서 있다. 잔에 너무 코를 가까이 대기 보단 살짝 떨어진 상태에서 올라오는 향을 맡는 것을 추천한다. 부담스럽지 않은 도라지 향은 참 마음에 든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조금 씁쓸한 술이 부드럽게 혀를 감싸준다. 술의 풍미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도라지향과 함께 고소한 고미를 간직한 술이 입 안을 채워가고, 고도수가 주는 따뜻함이 혀의 뒤로부터 그윽하게 퍼져간다. 40도라는 도수를 지니고 있어 알코올의 강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여기서 다가오는 알콜의 역할은 도라지가 가진 고유의 향미를 돋우어 주는 것이 끝인 듯하다.

도라지 본연의 맛이 잘 느껴지는 술이다. 만약 이 맛이 너무 지나쳤다면 증류주보다는 약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을 듯 하나, '제주낭만'의 경우 도라지의 향과 맛을 술에 곱게 담아내어 코와 입 양쪽에서 '딱 좋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은은하게 느낄 수 있다. 적당한 바디감에 부드러운 질감은 혀에서부터 목넘김까지의 과정을 거리낌 없게 만들어주며, 씁쓸함 주위를 맴도는 고소함과 미미한 감미는 조화에 도움을 주어 술에 대한 망설임을 덜어준다.


목넘김 이후에는 혀에는 고미와 알코올을, 코에는 도라지의 향을 남겨 놓고 사라진다. 이 때 잘 달여진 도라지가 코와 혀에 동시에 남아 그윽하게 퍼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 이 맛매가 고도수 특유의 속을 덥히는 촛불 같은 느낌과 더해지니 둘의 합이 굉장히 훌륭하다. 후미의 길이는 5~6초 정도로서 끝맛을 감상하기에 충분한 시간이기 때문에, 눈을 감고 도라지가 사라지는 과정을 음미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도라지, 더덕류의 삼이 주는 맛을 선호하거나, 풀, 뿌리가 주는 씁쓸함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어울릴법한 작품이다. 차게 먹어도, 따뜻하게 마셔도 각각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술로서, 삼의 향미를 중심으로 하여 끝으로 향하는 과정은 제주의 옛 낭만을 그대로 지니고 있지 않나 싶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떡갈비, 능이버섯오리탕 등을 추천한다. 떡갈비 한 점에 술 한 잔은 당신에게 이름 그대로 낭만적인 분위기를 선사할 것이다. 


'제주낭만', 사실 디자인이나 이름에서 좀 더 모던한 느낌의 맛을 기대하였으나, 향토적인 낭만이 담겨 있는 술이었다. 다만 이 또한 멋이었고, 이 또한 조화로웠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꽤나 상이하다. 10~20% 정도 차이가 나니 잘 살펴보고 구매하길 바란다.


도라지가 깃든 '제주낭만'의 주간평가는 4.1/5.0이다. 제주의 옛 정서를 느껴보자.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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