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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Mar 25. 2024

깨끗한 고로쇠 수액으로 빚은 고운 막걸리

- 방태산 고로쇠가 막걸리에 담기다, '미산향 고로쇠 막걸리'를 음주했다

'고로쇠'라는 나무가 있다. 뼈에 이롭다는 뜻을 가진 이 친구는 단풍과에 속하는 나무로서, 우리가 잘 아는 '고로쇠수액'이 바로 이것으로부터 채취된다. 고로쇠수액을 약 일주일 정도 묵혀두면 살짝 뿌옇게 변하면서 단맛이 나게 되는데, 이름대로 뼈에도 좋고, 위에도 좋다고 한다.


오늘은 이 고로쇠 수액이 들어간 술을 한 병 가지고 왔다. '미산향 고로쇠 막걸리', 명칭에서 알 수 있다시피 고로쇠가 무려 10%나 들어간 제품이다. 과연 방태산에서 채취한 고로쇠는 어떠한 맛과 향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방태산 고로쇠가 막걸리에 담기다, 미산향 고로쇠 막걸리

겉으로 보이는 병의 형태 자체는 여타 막걸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원통형으로 길게 올라가는 병의 꼭대기는 검은색의 뚜껑으로 마감되어 있으며, 그 안으로는 조금 탁한 빛깔을 띄는 술이 자태를 뽐낸다. 전면부에는 '인제고로쇠 생막걸리'라는 술의 이름과 함께 고로쇠나무, 산 등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최근 출시되는 디자인보다는 7~8년 전의 지역막걸리와 유사한 도안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막걸리가 가진 전통의 매력을 잘 표현하고 있으니까.


'미산향 고로쇠 막걸리'는 '미산향 양조장'에서 태어난 술로서, 막걸리를 덧술할 때 방태산에서 채취한 고로쇠 수액을 이용하여 만들어졌다.


탄산이 거의 없어 굉장히 부드럽고 고운 질감을 느낄 수 있으며, 그 속에서 올라오는 구수하면서도 달콤한 향은 술을 마시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만족감을 이끌어 낸다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750ML, 도수는 6도, 가격은 4,300원. 혼자 먹어도, 둘이 마셔도 괜찮은 양에 일반적인 막걸리와 비슷한 도수, 요즘 막걸리들과 비교하면 적당한 값을 지녔다. 예전이야 식당도 아닌 직구매 막걸리 4,300원이라면 가격이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프리미엄화가 너무 진행된 터라 이 정도면 착한 느낌이다.

잔에 따른 술은 병 안에서와 같이 조금 탁한 우윳빛을 선보인다. 소개대로 탄산이 없는 것인지 기포는 일절 보이지 않고, 그저 고요한 술이 잔 위에 머물러 있다. 잔에 떨어지는 술방울을 보면 점성도 거의 없는 듯 하다.


코를 가져다 대니 확실히 달콤한 향이 확 퍼져 나온다. 설탕과 포도껍질, 쌀, 고로쇠 등이 느껴지며 단 향의 주변을 약간의 신 향이 겉돌고 있다. 낮은 도수답게 알코올의 향은 일절 느껴지지 않은 채로 감향이 강하게 다가오는 술이다. 어렸을 적에 고로쇠수액을 거의 매년 먹었던 탓에 어느 정도 기억에 남는 맛과 향이 있는데, '미산향 고로쇠 막걸리'의 경우 '수크랄로스'를 추가해서 그런지 비교적 단 향이 조금 더 강한 것 같다.


이어서 한 모금 먹어보니 굉장히 부드러운 술이 혀를 감싸준다. 적당한 단 맛과 산미에 고로쇠수액 특유의 맛이 더해져 있는 상태로서, 혀의 끝 부분에선 조용하게 고소함을 남긴다. 탄산이 없기에 주감 자체가 굉장히 고운 편이고, 샘물을 마시는 듯한 질감을 가지고 있어 혀에서부터 목넘김까지의 단계가 상당히 가볍게 이루어진다.

전체적인 맛들 중 크게 튀어나온 것이 없다. 굳이 따지자면 감미가 조금 두드러지긴 하나 특별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사실 향에 있어서 감향이 똑똑히 느껴졌기에 맛에 있어서도 아예 돋보이는 감미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살짝 가벼운 바디감에 고로쇠 수액이 가진 맛의 과정을 거의 흡사하게 따라가고 있었다. 맹물인 듯하면서도 단 맛이 있고, 가볍게 흘러들어 가던 고로쇠물이 생각난다.


목넘김 이후에는 약간의 감미와 곡식, 포도껍질에 감향을 슬며시 남긴 후 사라진다. 앞서 샘물과 같은 질감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는데, 마무리 역시 상당히 깨끗하다. 후미의 길이는 약 3~4초 정도로서, 여운이 길다기보다는 편안히 다음 잔을 준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고로쇠와 비슷한 느낌을 지닌 조화로운 술이라고 말하면 될 듯 하다. 호불호가 크게 갈릴만한 맛도 아니며, 누구나 즐길 수 있을 법한 향미를 가지고 있다. 조금 단 맛에 깔끔한 향미의 진행이 인상적인 술이니 고로쇠가 들어간 술이 궁금한 사람은 한 번쯤 마셔보아도 좋을 듯하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해물파전이나 두부김치 등을 추천한다. 해물파전 한 점에 '미산향 고로쇠 막걸리' 한 잔은 참으로 행복한 시간을 가져다줄 것이다.


'미산향 고로쇠 막걸리', 감미와 깔끔한 술의 과정이 인상적인 친구였다. 양부가 갈리지 않을 맛이니 꿀떡꿀떡 술이 들어간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상이하다. 다만 그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어디서 구매하든 큰 상관은 없을 것이다.


방태산 고로쇠를 담은 '미산향 고로쇠 막걸리'의 주간 평가는 3.7/5.0이다. 참으로 마시기 편하게 만들어졌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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