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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Mar 12. 2024

국내에서 유일하게 밀로 태어난 53도짜리 소주

- 국내 유일의 밀로 만든 소주, '진맥소주 53'를 음주해 보았다.

오늘은 상당히 높은 도수로 눈에 띈 술을 한 병 가지고 왔다. '안동 진맥소주53', 이름에서 예상할 수 있다시피 무려 53도라는 대단한 알코올 함유량을 보유한 친구이다. 국내 유일의 밀로 만든 소주이자 50도가 넘는 대단한 알콜을 가진 이 술의 맛과 향은 어떨지, 빠르게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국내 유일의 밀로 만든 소주, 진맥소주 53

겉으로 보이는 외관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에서 크기만 작아진 모습이다. 200ml에 어울리는 앙증맞은 원통형 유리의 끝은 나무 코르크마개로 마무리 되어있으며, 전면부에는 '안동진맥소주'라는 술의 이름과 함께 이 술의 훌륭한 가치를 보여주는 'Sanfrancisco World Spirits competition Double Gold' 인장이 자리 잡고 있다. 그렇게 다양한 요소를 넣은 디자인은 아니지만 고급스러움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검은색과 금색을 적절히 매치시켜 놨기에 술에 대한 이야기를 깔끔하면서도 세련되게 풀어낸 느낌이다.


'진맥소주53'은 '맹개술도가'에서 빚어낸 국내 유일의 밀로 만든 소주로서, 농부이자 소믈리에인 박성호 양조인이 밀재배부터 술을 병에 담기까지 끊임없이 마음을 정성을 쏟아 만들어낸 술이다.


안동 명개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유기농 통밀을 사용하였으며, 스몰배치를 통해 하나의 숙성조와 단일 빈티지, 2차례의 상압 증류, 저온 장기 숙성으로 태어나 굉장히 훌륭한 품질을 지니고 있다. 한 병의 진맥소주가 완성되기까지는 무려 2년이라는 기다림과 수천 번의 손길이 필요하고, 이렇게 탄생한 술은 향긋한 밀꽃과 참꽃 향기를 선사한다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200ml, 도수는 53도, 가격은 50,000원. 혼자 마시기 딱 좋은 양에 너무 그렇지 못한 도수, 엔트리 위스키급 이상의 가격을 지녔다. 200ml 50,000원을 700ml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175,000원이니.. 술 한 병 값으로는 절대 싼 금액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잔에 따른 술은 여타 증류주와 다르지 않은 투명하면서도 깨끗한 빛깔을 선보인다. 과연 오늘 마시는 술은 어떠한 즐거움을 가져다 줄지 참 기대되는 순간이다. 


코를 가져다 대니 향긋한 밀 통향이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확실히 증류식 소주 중에서도 흔하게 맡아볼 수 있는 냄새는 아니다. 알코올과 밀에 미미한 메밀 향이 고소한 형태로 다가오며,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알콜 향을 밀 향이 억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53도라는 굉장한 고도수에도 알콜의 역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코 아래쪽으로 순수한 알코올이 깔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고소함이 누룽지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뻣뻣한 견과류 같다고 해야 하나. 여하튼 매력적인 본연의 특징을 가진 친구이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부드러운 알코올이 맹렬하게 입 안을 채워간다. 과연 53도다. 최근 40도짜리를 많이 음주하여 고도수에 대해 어느 정도 면역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나, 역시나 50도 이상부터는 따뜻하다가 아닌 뜨겁다가 어울린다. 그리 많은 잔을 머금지 않았는데도 입술과 목구멍에 순식간에 따가워지는 느낌이다.

일단 혀에 닿는 순간 상당히 복합적인 풍미가 감돈다. 약한 감미에 더해지는 진한 소금기, 거기에 철분과 고소함, 씁쓸함에 감칠맛에 더해지고 연이어 찾아오는 알콜의 순수하면서도 풍부한 향미가 코와 입에 구름처럼 맴돈다. 절대 그리 단순한 맛매를 가지고 있는 친구가 아니다. 도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강한 알코올에 의해 술의 맛을 온전히 느끼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진맥소주53'의 경우 가지고 있는 향미가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나 술의 풍미를 느끼기가 좋다.


목넘김 이후에는 소금기와 씁쓸함, 감칠맛과 향, 순수한 알콜을 남겨놓고 사라진다. 고도수가 취향이 아닌 사람은 조심해야 할 것 같은 게 강한 알코올의 여운이 확실히 긴 편이다. 코에서도, 입에서도, 목 아래에서도 따가우면서도 뜨거운 후미가 계속해서 손을 흔드니 한 번에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소주잔의 반이나 3분의 2 정도 따른 후 눈을 감고 음미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적당한 바디감에 혀에 달라붙는 듯한 질감, 고소한 해풍(海風)이 입 안에서 펼쳐지는 풍미를 선사하는 술이다. 높은 도수를 가지고 있지만 크게 튀는 것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되고, 짭조름하게 자리 잡은 향미는 각각의 맛들과 잘 어우러져 깊은 알코올에 빠지도록 만든다. 역하다가는 생각은 잘 들지 않으나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철분 맛이 얼굴을 보이고, 알딸딸해질 새도 없이 취해가기에 자신의 취향을 잘 파악하고 마셔보았으면 좋겠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로는 기름기 있는 요리를 추천한다. 삼겹살도 좋고, 깐풍기도 좋다. 불편한 기름기를 깨끗하게 씻어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술이니 이러한 음식들과 참 좋은 조합을 보일 듯하다.


'진맥소주53', 고도수를 좋아하는 나로선 상당히 괜찮았던 술이었다. 코와 입에 함께 퍼지는 뜨거운 여운은 참 만족스러웠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꽤나 상이하다. 20%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기에 반드시 잘 살펴보고 구매해야 할 것이다.


안동에서 태어난 멋, '진맥소주53'의 주간평가는 3.8/5.0이다. 고소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아보자.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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