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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Mar 11. 2024

공주의 밤은 참 구수하구나

- 구수하게 피어나는 공주의 밤, '왕율주 40'를 음주해보았다.

우리는 생각보다 '밤'들어간 주류 제품을 상당히 많이 볼 수 있다. 이 '밤'이란 재료는 특히 막걸리에서 많이 쓰이는데, '바밤바막걸리'나 '공주알밤막걸리' 등 기성제품으로도 다양하며, 막걸리를 파는 매장에 가면 다른 종류는 팔지 않더라도 밤막걸리는 항시 준비하여 두고 있다.


그런데, 막걸리 말고는 다른 곳에선 그리 많이 겪지 못한 것 같아 오늘은 밤을 탁주가 아닌 증류주로 만든 술을 한 병들고 왔다. '왕율주 40', 공주의 밤을 담은 이 술은 과연 어떤 향과 맛을 선보일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구수하게 피어나는 공주의 밤, 왕율주 40

일단 겉으로 보이는 병의 생김새는 이 용량대에서 종종 쓰이는 형태로 느껴진다. 차이점이 있다면 조금 더 두꺼운 유리를 사용했다는 것. 원통으로 올라가는 끝 부분은 자주색의 뚜껑으로 마감되어 있으며, 병의 전면부에는 '왕율주'라는 술의 이름이 적힌 라벨이 자리 잡고 있다. 디자인 자체는 크게 뛰어난 것도, 부족한 것도 없는 무난한 모습으로서, 명칭 이외에 긴 설명이나 별 다른 추가점들을 적어놓지 않아 깔끔하게 다가온다. 아마 라벨에 나타나 있는 밤 율(栗) 자가 가장 큰 특징이 되지 않을까.


'왕율주'는 60년 전통의 양조원인 '사곡 양조원'에서 공주 마곡사 자락의 지하천연 암반수를 사용해 빚은 술로서, 국내 최초로 공주 알밤과 국내산 백미를 이용해 만들어낸 작품이다.


공주 알밤의 진한 풍미를 그대로 담아내어 풍부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으며, 목넘김이 부드러워 고도수임에도 부담감 없이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360ML, 도수는 40도, 가격은 17,000원. 혼자 마시기 딱 좋은 양에 그렇지 못한 도수,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부담되는 값을 지녔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밤이 함유된 막걸리는 자주 마셔본 듯한데, 밤 증류주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아 꽤 기대가 된다.

잔에 따른 술은 여타 증류주와 다르지 않은 투명한 빛깔을 선보인다. 참으로 깨끗한 게 겉모습만 봐서는 이것이 밤이 들어간 증류주인지, 소주인지 전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 안에 무엇을 숨겼는지는 일단 마셔봐야 알 일이다.


몇 번 흔든 뒤 코를 가져다 대니 구수한 밤 향이 잔을 타고 흘러나온다. 향 자체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40도라는 도수가 무색하게 알코올의 역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으며, 껍질째로 증류한 듯한 생밤에 누룽지, 곡식의 구수함이 조화롭게 섞여 있다. 생각보다 밤의 향기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코를 계속 대고 있어야 맡을 수 있는 향이 아닌, 슬쩍 잔위에 올리기만 하여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농도를 지녔다고 생각된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구수한 밤을 머금은 술이 그대로 입 안을 채워준다. 처음 혀에 닿을 때 약간의 감미와 함께 알코올이 먼저 느껴져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곧바로 밤의 구수함이 나타나 입과 코에서 동시에 퍼져나간다. 알콜이 나무의 가지라고 쳤을 때 꽃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밤의 역할이다. 40도라는 높은 도수를 지녔다 보니 알코올을 중심으로 하여 맛을 이끌어가는 면이 있으며, 그 위에 고소함을 간직한 밤이 잔잔하게 다가온다.

가벼운 바디감에 조금의 감미, 밤과 구운 곡식의 구수함이 더해져서 완성되는 풍미를 지녔다. 목넘김 이후에는 마찬가지로 특유의 향과 툭 치는 알코올을 씁쓸하게 코와 혀에 남기고 사라지며, 약 4~5초 정도의 후미를 가져다 준다. 여운이 대단히 길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끝맛을 느끼기엔 충분한 상태이고, 생밤과 찐 밤 등 밤의 다양한 맛이 느껴짐과 동시에 속을 따뜻하게 덥혀주니 자신만의 매력이 확실하다고 여겨진다. 


알콜이 그리 강하지 않은 것이 확실히 상당한 장점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알코올의 맛매가 가지의 역할을 하고 있기에 그 농도나, 정도에 따라 사람에게 부담스러워 질 수 있는데, 체감도수가 못해도 10도 이상 낮다고 생각된다. 은은하고 가볍게 일렁이는 알코올 위에 감미가 드러나며, 밤의 모습이 같이 맴돌기에 고도수에 대한 부담감을 크게 가지지 않아도 될 듯 하다. 물론 30도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높은 도수가 되긴 한다.


잔을 몇번이나 반복해도 풍부한 밤의 향은 여전하다. 구수하니 가볍게 코와 입에서 퍼지는 술로서, 자신이 고도수를 선호하거나 밤의 향을 즐긴다고 하면 한 번쯤 음주해 보길 바란다. 특히 향이 좋기에 소주잔 보다는 아래가 넓고 위가 좁은 잔을 이용해 보면 좋을 것이다. 마시기 전도, 마신 후도 계속해서 감도는 구수한 밤이 일품이다.


곁들일 안주로는 떡갈비나 유린기 등을 추천한다. 술이 들어가면서 충분히 개성을 뽐내고 목구멍부터 녹여주기에, 떡갈비는 물론이고 기름기 있는 음식도 충분히 잘 어울릴 것이다.


'왕율주 40', 부드러운 밤이 매력적인 술이었다. 고소한 향미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딱 맞을 것 같은 작품이다.


판매처에 따라 굉장히 상이한 가격을 보인다. 30% 이상 차이가 나니 정말 잘 보고 고르도록 하자. 


구수한 밤에 코를 대고 있는 듯한 '왕율주 40'의 주간평가는 4.0/5.0이다. 공주의 밤은 참 구수하구나.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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