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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Mar 08. 2024

부드러운 국화와 42도라는 고도수의 만남

- 한 송이 국화의 향미가 잠긴다, 안동국화주 42

세상엔 아름다운 꽃들이 참 많지만, 꼽으라고 한다면 그 중에서도 항상 이름이 올라오는 꽃들이 있다. 장미나 튤립, 코스모스, 혹은 국화 같은 친구들. 


이젠 겨울이 끝나고 봄이 다가오는 시기기에 이 아름다운 꽃들 중 하나를 담은 술을 가지고 여러분에게 찾아왔다. '안동 국화주',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안동에서 국화로 만들어진 친구이다. 과연 아름다운 꽃을 담은 이 술은 어떠한 향과 맛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한 송이 국화의 향미가 잠긴다, 안동국화주 42


일단 겉으로 보이는 병 자체는 이 용량대에서 자주 쓰이는 형태로 생각된다. 아래서부터 원통형으로 둥글게 올라간 끝은 황동색의 뚜껑으로 마감되어 있으며, 전면부에는 '안동 국화주' 라는 술의 명칭이 흘림체로 적혀 있다. 누가 국화주 아니랄까봐 라벨지를 살피면 정말 사방에 국화가 가득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명칭의 옆에도 한 송이, 간단한 설명의 아래에도 2송이, 심지어 배경에는 셀 수 없을 만큼의 꽃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간 보지 못했던 안동의 국화를 한 번에 감상하는 기분국이다.


'안동국화주 42'는 1920년에 시작하여 3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중인 '회곡양조장'에서 태어난 술로서, 안동쌀과 낙동강 청정상류의 맑은 물을 이용하여 만들어졌다.


회곡 안동소주에 안동 국화꽃을 침출하여 은은하게 나타나는 향긋한 국화향이 돋보이며, 증류식 소주 특유의 맛을 잃지 않아 부드럽고 산뜻한 목넘김이 특징이라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42도, 가격은 13000원. 혼자서 마시기 딱 좋은 용량에 그렇지 못한 알콜함유량, 높은 도수 대비 저렴한 값을 지니고 있다. 아직 마셔보기 전이기에 정확히 판단을 내리긴 이르지만, 만약 향미가 괜찮다고 한다면 높은 도수의 국화향을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잔에 따른 술은 여타 증류주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투명하고 깨끗하며, 고요한 샘물을 담은 듯 하여 술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도록 만든다.


몇 번 흔든 뒤 코를 가져다 대면 시원한 국화향이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국화, 알코올, 자일리톨 등에 약간의 단 향이 더해진 상태로 코를 간지럽히고, 42도라는 높은 도수에 비하여 알콜의 역함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향의 끝에 조금의 산기와 단 느낌이 있어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어른용 국화껌을 연상시키며, 코로 다가오는 향 자체가 상당히 풍부하다. 혹여나 계속 대고 있으면 찌르는 알코올이 존재감을 드러내니 너무 깊게 감상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매끄러운 술이 혀를 감싸준다. 자연스러운 감미가 입 안을 채우기 시작하면 동시에 술이 가진 특유의 향이 코에 맴돌고, 이후 곧바로 알콜이 모습을 드러내 씁쓸함을 선사한다. 맛의 과정 중에서 알콜이 차지하는 부분이 생각보다 크다. 희석식 소주나, 알콜을 잘 다듬지 못한 술에서 느껴지는 역함이 다가오는 것은 아니지만, 순수한 알콜이라고 하더라도 도수가 워낙 높기에 혀와 목에는 긴 씁쓸함을, 식도 아래로부턴 따뜻함을 가져다준다.

목구멍을 넘어간 후에는 알코올과 감미, 특유의 향을 남기고 사라진다. 후미의 길이는 약 5~6초 정도로서, 따뜻한 알콜감과 코에 머무르는 향이 여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코에 나타나는 국화향과 알코올의 끝 맛이 좋은 어우러짐을 보여주며, 고도수 특유의 속을 뎁혀주는 맛매는 상당히 기분 좋은 마무리를 지어준다. 맛이나 향 자체가 단순한 편이지만, 그 단순함의 조화가 만족스럽다.


안동소주의 첫 맛에 국화의 향을 더한 술이다. 감미와 알콜로 이루어져 있는 주감을 입 안에 퍼뜨리고, 도수에 비해 약한 알콜의 강도를 지니고 있다. 처음 머금을 때 들어오는 향이 꽤나 괜찮기에 누구나 무난히 마실 수 있는 술이라는 생각이 드는 술로서, 미미한 함미와 더해지는 고도수의 알콜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한 번쯤 음주해보기 좋을 듯하다. 


이 술의 장점을 꼽자면 풍부하게 자리 잡은 향과 그 향에 어울리는 감미와 알코올이라고 말할 수 있다. 꽃에서 직접적으로 맞이하는 그런 향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나, 미약한 산기와 단 향이 더해진 국화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국화향을 좋아하거나, 안동소주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더 좋은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곁들일 안주로는 꽃전이나 파전, 회도 괜찮다. 꽃전 한 점에 술 한잔은 눈 앞에 봄이 펼쳐진듯한 시간을 가져다 줄지도 모른다.


'안동국화주 42', 적당히 잘 다듬어진 알코올과 꽃 향이 잘 어우러진 술이었다. 취하는지도 모르고 순식간에 가버리니 조심스럽게 마시도록 하자.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상이하다. 10%, 아니 20% 이상 차이가 나는 곳도 있기에 잘 살펴보고 구매하길 바란다.


한 송이의 국화가 아른거리는 '안동국화주 42'의 주간평가는 3.9/5.0이다. 고도수의 알코올과 국화가 참 좋더라.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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