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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Nov 07. 2024

참깨로 피워낸 전통주는 어떠할까

- 참깨가 피워낸 한 잔의 고요, '연연25'를 음주해보았다

오늘은 생각지도 못한 원료로 나의 눈에 띤 술을 한 병 들고 왔다. '연연25', 이름만 들어선 사실 일반적인 전통주와 별반 크게 다를 바가 없는데, 놀랍게도 이 친구는 참깨를 이용해서 만들어진 증류주이다. 그 다양하고도 많은 식재료들 중 참깨라니, 지금껏 내가 참깨를 사용한 것은 음식에 여운을 남기기 위한 마무리정도가 전부였기에, 이렇게 탄생한 술이 어떤 풍미를 가져다줄지 감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과연 그 고소함의 매력을 얼마나 살렸을까,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참깨가 피워낸 한 잔의 고요, 연연25

아마 의도하지않았을까 생각되는데, 술이 담긴 병 자체도 옛날 참기름병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리 넓지 않은 밑둥으로부터 올라간 두툼한 병목과, 그 병을 마감짓고 있는 고급스런 뚜껑까지. 굳이 따지자면 마개 부분이 옛날 참기름병에 비하여 너무 고풍스럽긴 하나, 확실히 뚜껑을 여는 순간 고소한 향이 진동하며 참기름이 흘러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형태를 지녔다. 전면부에는 '연연25'라는 술의 이름이 흙색 바탕 위에 적혀져 있으며, 주변으로 깨들이 부산하고 있다.


'연연25'는 '온증류소'에서 국내 최초로 참깨를 이용해 만든 증류주로서, 경기도 광주의 친환경쌀과 수제 쌀입국으로 만든 쌀소주 원액에 국내산 참깨의 향을 입혀 상압식으로 두 번 증류해 완성된 고소한 참깨소주이다.


세계 최고의 동증류기 메이커로 인정받는 독일 코테사의 상압다단식 동증류기를 사용하여 원주의 향을 보존하면서도 부드러운 증류주를 내렸고, 이에 자연스럽게 퍼지는 풍부한 향과 매끄럽게 입 안에서 퍼지는 질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작품의 용량은 300ml, 도수는 25도, 가격은 18,000원. 혼자 마시기 딱 적당한 용량에 일반적인 희석식 소주보다 높은 알콜 함유량, 한 병 가격치곤 조금 비싸다는 생각이 드는 값을 가졌다. 물론 아직 마시기 전이기도 하고, 국내 최초의 참깨를 이용한 증류주이다보니 음주 후엔 평가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잔에 따른 술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완전히 투명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일체의 이물질이 보이지 않는 상태로서, 겉으로 보기엔 이것이 일반 희석식 소주인지 참깨증류주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코를 가져다 대니 약간의 바다향과 함께 누룩, 곡식의 단 향과 은은한 참깨향이 흘러나온다. 향 자체가 강하게 다가오기보단 그윽하게 올라오는 느낌이며, 참깨의 향은 적당한 고소함을 가진채 향의 위쪽 부분에서 머무르고 있다. 사실 참깨의 고소함이 진하게 느껴지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예상했던것처럼 지배적이기 보다는 누룩향과 함께 슬며시 손을 흔들고 있는 중이다.


한 모금 머금으니 약한 알콜의 맛매와 함께 부드러운 술이 혀를 감싸안는다. 소금기와 고소함, 약간의 단 맛과 사소한 쌉싸름함에 약한 참깨의 맛이 덧씌워져 있고, 향과 함께 들어오기 때문인지 코를 사용했을때보다 참깨의 풍미가 조금 더 직관적으로 나타난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우리가 생각하는 참깨가 대놓고 드러나는 것은 아니며, 어디까지나 그윽함의 정도가 조금 더 강해졌을 뿐이다. 여전히 쌀과 누룩의 위에 손을 얹은 형태이다.

전혀 거리낌 없이 매끄럽게 목구멍을 넘어간 후에는 마찬가지로 알콜과 누룩, 함미와 참깨의 풍미를 끝맛으로 남겨놓고 사라진다. 입 안에서 알콜의 역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지만 자신의 존재감을 가장 강하게 드러낼때가 바로 목넘김 직후인데, 25도라는 도수를 증명하듯 목 아래로 촛불이 일렁이는 따뜻함을 내려놓는다. 이 때 여운의 길이는 약 4초정도로 무난히 감상하기에 나쁘지 않은 시간이다.


크게 흠잡을 것은 없으나, 조그마한 아쉬움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참깨증류주'를 애초에 처음 접하기에 당연히 기대감이 높았고, 진한 맛을 생각했던 나여서 그런지 은은한 참깨는 나의 생각을 충족시켜주지 못한 것 같다. 물론 그것을 제외한다면 맛이나 향에 있어서 큰 지나침 없이 어울림이 좋으며, 도수 대비 알콜의 불편함이 거의 없다시피하고, 참깨의 풍미가 슬쩍슬쩍 모습을 보이기에 참깨의 특별한 캐릭터보다 조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음주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만약 구매할 계획이 있다면 이제 철이 다가온 방어와 함께 마셔보길 바란다. 기름기 있는 생선 한 점과 '연연25' 한 잔은 좋은 식간을 가져다 줄 듯 하다.


'연연25', 술 위에 띄운 참깨방울을 느낄 수 있는 술이었다. 참깨의 캐릭터가 조금 더 돋보였다면 비교적 특별한 느낌을 가져다 주지 않았을까.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약간씩 상이하다. 최대 10% 정도, 잘 살펴보고 구매하도록 하자.


참깨의 고요가 머무는 '연연25'의 주간평가는 3.8/5.0 이다. 무엇이든지 한 방울은 아쉽기 마련이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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