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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Nov 21. 2024

강산이 바뀔 시간을 넘어 잠들어있던 매실

15년이란 세월에 매실을 담그다, '15년 숙성 매취순'을 음주해보았다.

오늘은 편의점에서 발견한 술을 한 병 가지고 왔다. 출시되었다는 소리는 꽤 예전에 들은 것 같은데, 어쩌다 보니 마셔야지 마셔야지 하고 아직 혀를 대지 못해 이번 기회에 들고 온 매실주이다. '15년 숙성 매취순', 우리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매취순'에게 15년이란 시간이 더해진 작품은 과연 어떠한 풍미를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음주해보도록하자.

15년이란 세월에 매실을 담그다, 15년 숙성 매취순

확실히 이전에 마셨던 일반 매취순 보단 고급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병의 재질 자체도 비교적 두터운 유리로 되어있으며, 전체적인 바탕에 검은색을, 세세한 부분에 황금색을 이용하여 특별함을 특별함을 더했다. 특히나 이 두 가지 색은 병 안쪽으로 비춰지는 술의 색깔과도 아름다운 조화를 선보이는데, 이 때문인지 디자인면에선 확실히 상향되었다는 느낌을 가져다 준다.


'15년 숙성 매취순'은 전남 장성군의 '보해양조'가 빚어낸 술로서, 국내 매실주라인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 '매취순'의 프리미엄 버전이다. '15년 숙성'이라는 이름답게 15년숙성매실침출원액을 이용하여 만들어졌으며, 신기하게도 원재료 중 화이트와인을 확인할 수 있다.


전남 해남 보해 매실 농원에서 직접 수확한 매실을 이용하였고, 일반적인 매취순보다 긴 년수를 가지고 있기에 좀 더 깊고 풍부한 맛을 자랑한다고 한다. 


작품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16도, 가격은 9500원. 혼자 마셔도 좋고, 둘이 마셔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양에 보통 희석식 소주와 비슷한 알콜 함유량, 일반 매취순보다 2배 정도 되는 가격을 지니고 있다. 약간 비싼듯, 아닌듯한 느낌이 들긴한데, 2배의 가치가 있는지는 일단 마시고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잔에 따른 술은 고요한 황금빛을 내뿜고 있다. 겉으로만 봐선 일반 매실주와 큰 차이가 없는 색감을 보이고 있으며, 기대했던 것 보다 좀 더 맑은 느낌을 가져다 준다. 이물질이 전혀 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일렁이는 노을감이 참 괜찮다.


코를 가져다 대니 달짝지근하면서도 씁쓸한 매실향이 잔으로부터 올라온다. 16도라는 도수에도 알콜감이 튀거나 하는 것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잘 정제되어 있는 과실이 균형잡힌 상태로 다가온다. 과실의 과육과 함께 껍질의 느낌도 코 끝에서 온전히 느껴지는데, 산을 비롯한 향들 중 어느 것 하나 크게 나서지 않고 코 아래로 뭉글히 맴돌아 얌전한 매실을 굴리는듯한 기분이다. 산뜻한 내음이 꽤나 만족스럽다.


이어서 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으니 쌉싸름한 매실이 혀를 타고 흘러들어온다. 예상했던 것 보단 맛의 무게가 약간 존재하며, 향에 비하여 알콜이 좀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적당한 단 맛과 산미, 그 뒤로 찾아오는 매실의 꺼끌함과 알콜감으로 이루어져 있고, 질감이 매끄러운 덕에 혀에서부터 목넘김까지의 과정이 상당히 부드럽게 지나간다. 과실의 달달함 보다는 산미가 조금 더 크고, 그 산미 보단 년수가 묵은 술 특유의 알콜감이 조금 더 크게 자리잡고 있다.

부드럽게 목구멍을 통과한 후에는 생매실 고유의 향미와 알콜, 묘한 단 맛과 산미를 남긴채 사라진다. 미미한 따뜻함이 목구멍에 살짝 감돌고 끝에서 텁텁함이 잠깐 맴돌며, 마지막까지 혀 끝에는 달짝한 감미가 남아 여운을 주는데, 이 마지막을 장식하는 맛은 왠지 모르게 저렴한 화이트 와인을 떠올리게 만드는 느낌이 있다. 끝맛의 길이는 4초 정도로, 마무리를 감상하기에 나쁘진 않은 시간이다.


확실히 일반 매실주에 비하여 좀 더 숙성된 맛을 느낄 수 있는 친구였다. 앞서 향에 비하여 맛에서 도수가 살짝 더 잘 느껴진다고 하였으나, 이 역시 가진 알콜 함유량에 비해 현전히 낮은 편이고, 잘 다듬어진 풍미는 입과 코에서 조용히 존재감을 선보인다. 다만 껍질의 꺼끌함과 끝까지 머무르는 조금 인위적인 단 맛이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되기에 자신의 취향을 잘 생각해 보고 구매하는 것이 좋다고 여겨진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도미조림, 생선구이, 더덕무침 등 한식이 좋아보인다. 도미조림 한 점과 '15년 숙성 매취순' 한 잔은 행복한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15년 숙성 매취순', 일반 매취순 보다 알콜감과 과실에서 약간 깊은 농도를 지니고 있는 친구였다. 개인적으론 이 끝에 남는 단 맛이 좀 더 자연스러웠다면 좋았지 않았을까 싶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확실히 상이하다. 편의점보다는 대형마트가 10% 이상 저렴하니, 가능하면 대형마트를 방문하도록 하자.


15년의 세월을 담은 '15년 숙성 매취순'의 주간평가는 3.7/5.0 이다. 긴 세월에 잠겼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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