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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Dec 06. 2024

두런두런 이야기하던 그 날을 떠올리며

- 무던한 날 기분 좋은 추억으로. '그래, 그날 막걸리'를 음주해보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에 남는 날을 '몇 일'이라고 기억하기 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먹었던 날', '놀이공원을 갔던 날' 등 하루 중 가장 큰 추억을 가져다 준 사건을 이야기 한다. 이것은 비단 술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압도적으로 인상깊었던 술은 종종 '그 술을 마셨던 날'로 기억에 남아있다. 그런 의미로 오늘은, 술의 이름부터 우리에게 이러한 추억을 새겨줄 것 같은 막걸리를 한 병 들고 왔다. '그래, 그날', 한 달 뒤 혹은, 1년 뒤 '그 날'을 떠올리게 해줄 이 작품은 어떠한 향미를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음주해보도록 하자.

무던한 날 기분 좋은 추억으로. 그래, 그날

일단 겉으로 보이는 병의 모습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이 용량에서 마주할 수 있는 형태와 비슷하다. 투명한 병벽의 안쪽으로는 상아색 물결이 자태를 뽐내고 있으며, 전면부에는 'Yes, The Day/그래, 그날'이라는 술의 이름이 곧은 글씨체로 적혀있다. 단 하나의 별다른 그림 없이 글로만 표현한만큼 디자인에 있어서 특별하다고 말하긴 어려우나, 그렇다고 성의가 없다고 느껴지는 것도 아닌, 그저 나름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외관이다.


'Yes, The Day/그래, 그날'은 '이스트디자이너스'에서 특허받은 효모를 직접 배양하여 만들어낸 막걸리로서, 합성감미료인 아스파탐을 첨가하지 않으면서도 풍부한 과실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적당한 단 맛에 부드러운 목넘김을 지니고 있으며, 술 자체가 청량하면서도 끝 맛까지 깔끔하고, 무겁지 않고 가벼운 질감을 선보여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다고 한다.


작품의 용량은 750ML, 도수는 5.5도, 가격은 4,300원. 혼자 마시기에도 좋고 둘이 마시기에도 나쁘지 않은 양에 술을 잘 즐기지 못하는 사람도 쉽게 마실 수 있는 알콜 함유량, 최근 나오는 막걸리에 비하면 확실히 저렴한 값을 가지고 있다. 요즘 접하는 전통주들의 가격이 너무 상당해서 그런지, 일단 가격면에선 합격이다.

잔에 따른 술은 눈처럼 하얀 빛깔을 자랑한다. 약간의 상아색이 감돌긴 하나 확실히 흰 색에 가까우며, 술 아래로는 자잘한 기포가 자리잡고 있어 재미를 더하고 있다. 조금 굳어서 떠 있는 쌀입자를 제외한다면 표면 역시 몽글하면서도 깨끗하다.


코를 가져다 대니 기분 좋은 달달한 내음이 잔을 타고 올라온다. 바나나, 요구르트, 설탕, 벌꿀, 사과 등의 감향에 조금의 누룩향이 더해져 있고, 알콜은 전혀 느껴지지 않은채 가볍게 코를 건드리는 느낌이다. 예상했던 것 보다 달콤한 향기가 부드럽게 퍼지며, 끝에 가서야 약하게 포도 껍질이 줄법한 산향이 다가오고 있다. 전반적으로 크게 모난 곳이 없는 무난하게 달콤한 향으로서, 딱히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예상보다 가볍고 깔끔한 술이 혀를 감싸 안는다. 엿당에서 느낄 수 있는 적당한 단 맛과 비슷한 정도의 산미, 일반적인 탄산음료에 비하여 입맛을 돋을정도로 끝나는 약한 기포의 타격감이 입 안에 맴돌며, 이후 곡식의 텁텁한 고소함이 슬며시 손을 흔든다. 대단히 특별한 맛을 지니고 있다기 보다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지역 막걸리를 마실 때 느낄 수 있는 향미와 비슷한 방향으로 지녔고, 거기에 더해 조금 더 깔끔하고 균형잡힌 맛매를 자랑하는듯 하다. 술을 마실 때 코에 들어오는 향이 상당히 만족스럽다.

별 저항감 없이 목구멍을 넘어간 이후에는 약간의 단맛과 산미, 그리고 씁쓸함, 조금의 텁텁한 달짝지근함이 남아 맛을 마무리한다. 마지막까지 혀 끝에는 입자감이 남아 쩝쩝거리게 만든다. 이 때 여운의 길이는 3~4초 정도로 깊게 끝 맛을 즐기기 보다는 빠르게 다음 잔을 준비하는게 낫다고 생각된다.


향이 오래 남지 못하는 것이 조금 아쉬운 작품이었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맛의 방향 자체는 기존에 먹어왔던 막걸리들과 비슷한 방향을 지녔으나, 향의 경우 큰 호불호 없이 다가오는 달달한 과실 향을 잘 구현해 냈다. 때문에 이 향이 술을 머금었을 때와, 마지막 여운에서까지 조금 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면 술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표현이 더욱 다양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조금 아쉬운 점이고, 이것을 제외한다면 밸런스나 향미적인 면에서 꽤나 괜찮은 구성을 이루고 있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두부김치, 닭발, 오돌뼈 등 평소 즐겨 먹던 막걸리 안주가 좋아보인다. '그래, 그날' 막걸리 한 잔과 두부김치 한 점은 행복한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Yes The Day/그래, 그날', 인상적인 과실향과 밸런스잡힌 맛을 가지고 있는 막걸리였다. 가격도 저렴하기에 관심이 가는 사람들은 한 번쯤 마셔보길 바란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약간씩 상이하다. 다만 차이가 크지 않으니 어디서 구매하든 상관 없을듯 하다.


기분 좋은 시간을 선물하는 '그래, 그날' 막걸리의 주간 평가는 3.8/5.0 이다. 오늘이 바로 친구들과 모이는, 그날이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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