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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Dec 04. 2024

바닐라의 풍미가 구름에 녹았다

- 달콤한 풍미가 구름에 녹아들다, '구름한잔 설악'을 음주해보았다

'구름 한잔' 시나, 술을 설명할 때 볼 수 있는 말로서 참으로 아름다운 문구라고 할 수 있다. 분명히 어렸을 땐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보며 솜사탕같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걸 마시는 때가 되었다니. 구름이 정처 없이 하늘을 떠돌듯이, 세월 역시 방향 없이 어느덧 여기까지 도착한 듯 하다. 여하튼, 오늘은 저 '구름 한잔' 이라는 표현을 술의 이름에 담아놓은 전통주를 한 병 가지고 왔다. '구름한잔, 설악', 이 풍류를 수놓은 작품의 향미는 어떨지, 기대와 함께 음주해보도록 하자.

달콤한 풍미가 구름에 녹아들다, 구름한잔 설악

일단 겉으로 보이는 병의 모습은 최근 볼 수 있는 전통주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흔히 이 용량대의 주류의 경우 병목과 몸통의 길이가 그렇게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나, '구름한잔, 설악'은 병 몸통의 두터운 부분이 확실히 위에까지 올라가 있어 비교적 짧은 병목을 가지고 있다. 또한 전면부에는 강원도 설악산의 풍경이 고즈넉한 그림체로 그려져 있는데, 이 때문인지 확실히 보는 사람에게 한국적이고 서정적인 느낌을 가져다 준다. 이름과 참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라고 생각된다.


'구름한잔, 설악'은 글쓰는 요리사로 유명한 박찬일 쉐프가 신제품 개발 과정부터 참여하여 술이 가진 맛과 향을 함께 조율한 작품으로서, 강원도 쌀을 생쌀 발효를 통해 감압 증류 방식으로 만든 쌀증류 100%원액만 사용하였다.


6개월이라는 시간의 숙성과 소주 자체의 향미를 살리기 위해 추가 감미 없이 증류 원액과 정제수만을 사용하였으며, 이렇게 태어난 술은 달콤하고 매력적이며 지속적으로 은은한 향을 뽐낸다고 한다.


작품의 용량은 375ML, 가격은 9,800원, 도수는 23도. 혼자 마셔도 좋고, 둘이 마셔도 나쁘지 않은 양에 최근 출시되는 전통주와 비교하였을 때 무난한 금액, 일반 희석식 소주보다 약간 높은 알콜함유량을 지녔다. 시적인 이름 때문일까, 괜히 더 기대가 차오른다.

잔에 따른 술은 병 안으로 보였던 것처럼 투명한 빛깔을 가지고 있다. 앞서 설명처럼 설악산 물을 그대로 옮겨온듯한 깨끗함을 선보이고 있으며, 보통 마주하는 증류주와 큰 차이가 없다. 이 술이 어떤지는 결국 마셔봐야 알 일이다.


코를 가져다 대니 바닐라의 감향이 그윽하게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바닐라, 배 등 어느정도 달달한 내음이 술이 가진 향기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으며, 그 뒤로 약하게 쌀의 고소함과 알콜 등이 손을 흔들고, 미미한 소금기 역시 얼굴을 빼꼼 내민다. 전반적으로 크게 튀는 것 없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상태이며, 23도라는 도수에도 알콜 특유의 냄새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은 칭찬할만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인공적이면서도 자연적인 감향이 시원하게 코에 스며드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조금 달면서도 깔끔한 술이 혀를 감싸 안는다. 향에 비해서는 알콜이 좀 더 직접적으로 다가오나 이 역시 도수에 비해선 현저히 낮은 상태이고, 인공적인 감미에 더해지는 조금의 철분과 짠 맛, 알콜의 씁쓸함과 감칠맛으로 이루어져있다. 탄산이 전혀 없기에 매끄러운 질감을 자랑하면서 술은 목구멍까지 흘러들어가며, 술을 들이킬때 동시에 바닐라의 향이 코를 통과하는 것이 꽤나 매력적이다. 이 특유의 향기가 확실히 음주를 감상함에 있어서 큰 가점을 차지한다.

부드러운 목넘김 이후에는 쌉싸름한 알콜과 함미가 혀 끝과 목구멍에 슬며시 자리잡는다. 여기에 바닐라와 배가 8:2정도로 이루어진듯한 풍미가 입과 코에 머물며, 가슴엔 성냥개비로 일으킨듯한 약한 따뜻함이 맴돌고 있다. 여운의 길이는 약 4~5초 정도로, 눈을 감고 끝맛을 감상하면 일렁이는 알콜과 함께 불어오는 술의 마무리를 느낄 수 있다.


전체적인 어우러짐과 거기에 더해지는 부드러운 감향이 기분좋게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향이나 맛, 특히 향에서 튀지 않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바닐라가 향미의 방향을 진두지휘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구름 한잔'이라고 하여 아예 깨끗한 증류주를 기대했으나 그런 느낌은 아니며, 감미로운 풍미가 혀와 코에서 퍼지는 깔끔한 술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육회와 함께하는 것을 추천한다. 고소한 육회 한 점에 '구름 한잔, 설악'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구름한잔, 설악' 크게 모난 곳이 거의 보이지 않는 술이다. 달달한 향미를 혀와 코에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약간 상이하다. 10% 이상 차이나는 경우도 있으니 잘 살펴보고 구매하자.


달콤한 구름을 바라보는 '구름한잔, 설악'의 주간평가는 3.9/5.0 이다. 감미로운 하늘에 혀를 담궜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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