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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Dec 12. 2024

때로는 덜 취하는 것이 기분 좋을 때도 있다

- 부드럽고 연한 오미자의 속삭임, '덜취한 원숭이'를 음주해 보았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최근에도 간혹 동물들이 술을 마신다는 뉴스를 접할 수 있다. 코끼리도 그렇고, 원숭이, 하물며 곰까지 맥주를 훔쳐 먹고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간도 아닌 것들이 어찌 또 그리 술 맛은 잘 아는지, 골아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신기하단 생각이 든다.


여하튼, 오늘은 이런 인상깊은 뉴스를 본 연유로 알딸딸한 동물이 그려진 술을 한 병 들고 왔다. '덜 취한 원숭이', 그림부터 너무 귀여운덕에 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는 작품이다. 원숭이 그림에 강아진 사진이라는 필살기를 써버린.. 과연 그 향미도 외관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음주해보도록 하자.

부드럽고 연한 오미자의 속삭임, 덜취한 원숭이

병 자체는 나름 흔하게 볼 수 있는 형태로서, 두텁고 긴 몸체에 짧은 병목을 지니고 있다. 마개 부분은 술을 만들어낸 '술샘'의 이름과 함께 흰색 포장지로 곱게 싸매져 있으며, 그 안쪽으로는 두가지 색으로 나뉜 탁주가 특유의 불긋한 자태를 뽐낸다. 전면부에는 앞서 잠깐 말했던 술의 이름과 함께 귀여운 원숭이, 그리고 더 귀여운 강아지가 용모를 자랑하고 있는데, 알고보니 이 강아지는 '술샘' 대표의 반려견이었다. 이런 사랑스러운 동물을 이제야 공개하다니..


'덜취한 원숭이'는 '술샘'에서 빚어낸 탁주로서, 오로지 국내산 홍국쌀을 이용해 아름다운 핑크빛을 더했으며, 여기에 오미자를 추가해 새콤달콤한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인공감미료, 인공색소, 아스파탐 등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고, 알콜 도수가 7도 밖에 되지 않아 가벼운 텍스쳐를 지니고 있어 간단한 안주에도, 식전주로도 즐기기 참 좋은 술이라고 한다.


작품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7도, 가격은 7,500원. 혼자 마시기에도 좋고, 둘이 마시기에도 나쁘지 않은 양에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도 충분히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알콜 함유량, 지역 막걸리와 비교하면 조금 비싸게 느껴지는 금액을 지녔다. 물론 어디까지나 지역 막걸리와 비교해서이지 최근 출시되는 전통주들과 비교하자면 평균 정도이다.

잔에 따른 술은 진한 핑크빛 선율을 선보인다. 단 하나의 입자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끄러운 표면을 자랑하며, 은은하게 잔 안에서 일렁이고 있는 것이 꼭 홍해를 떠오르게 만든다. 부드러운 빛깔에서부터 자신의 매력을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이어서 코를 가져다 대니 그윽한 오미자 향기가 흘러나온다. 향 자체가 그리 강하지 않고 코를 툭 건드리는 정도에서 멈추며, 그 사이로 미미하게 과실의 씁쓸함과 단 내음이 느껴진다. 높지 않은 도수답게 알콜의 향미는 전혀 존재하지 않고, 쌀의 약한 고소함 사이로 오미자가 손을 서서히 흔드는 형태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으면 달달한 술이 혀를 감싸 안는다. 오미자의 여러가지 맛 중 가벼운 감미가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으며, 적당한 바디감에 부드러운 질감이 느껴진다. 향과 마찬가지로 맛 역시 강하게 다가오기보단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이루어진 상태인데, 그 가운데서 오미자 내음이 코로, 단 맛과 쌉싸름함이 시작과 끝에 자리잡고 있다. 오미자, 설탕, 건초, 곡식의 고소함 등을 고루 맛볼 수 있다.

매끄럽게 목구멍을 넘어간 뒤에는 단 맛과 감칠맛, 혀 끝에는 조금의 고미가 남아 맛을 마무리 한다. 여운이 깊게 퍼지기보단 가볍게 들어왔다가 가볍게 사라지는 성질을 띠고 있는 상태이고, 향 역시 잠깐 불어왔다 빠르게 날라간다. 마무리의 길이는 약 3초 정도로 눈을 감고 끝맛을 감상하는 술이 아닌, 대화하며 편하게 주고받기 좋은 작품이다. 


어느정도 이 이름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술이었다. 전반적으로 술 자체가 확연히 연한 향미를 가지고 있다. 더불어 복잡한 맛이나 향의 방향을 지니고 있지 않고, 부드러운 오미자의 몇 가지 맛으로 구성되어져 있다. 거기에 술의 무게감 역시 부드럽고 가벼우니 덜취한단 말이 잘 어울릴 수 밖에 없다. 


가볍게 오미자를 접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사실 일반적인 오미자주를 떠올리면 다들 오미자의 특징을 강하게 가지고 있어 처음 마시는 사람은 표정을 찡그리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덜취한 원숭이'의 경우 오미자가 딱 느껴질 정도만 품고 있어 그럴 일이 없을 듯 하다. 진한 오미자주가 궁금한 사람은 이걸 먼저 마셔본 뒤에 넘어가는게 어떨까.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조금 매콤한 음식을 추천한다. 오돌뼈, 연탄불고기, 닭발 등 술의 맛이 약한 부분을 보충해줄 음식과 함께 좋을 것이다.


'덜취한 원숭이', 이름답게 덜 취할만한 작품이다. 색도 예쁘고, 무난히 마시기 좋은 술이라고 여겨진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약간씩 상이하다. 500원 정도.


은은한 오미자가 퍼지는 '덜취한 원숭이'의 주간평가는 3.8/5.0 이다. 때로는 덜 취할때가 기분 좋은 날도 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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