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 아래 묻힌 과실의 향미, '도로르(DOROR)막걸리'를 음주했다
오늘은 약 한달 전쯤 열린 K-라이스페스타에서 아주 좋은 성적을 거둔 술을 한 병 가지고 왔다. 굉장히 많은 주류들 사이에서 두각을 들어낸 작품으로 무려 우수상을 차지한 막걸리이다. '도로르 DOROR', 왠지 모르게 도로르 굴러가는 물방울 같은 풍미를 자랑할 것 이 친구, 과연 그 맛은 어떨지 기대와 함께 음주해보도록 하자.
눈 아래 묻힌 과실의 향미, 도로르
일단 겉모습부터 상당히 고급스런 느낌을 가져다 준다. 길고 유려한 자태로 병목까지 매끄럽게 올라가며, 마개 부분은 검은색 포장지로 마감되어 있어 한 눈에 보아도 '프리미엄'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도록 만든다. 병 안으로 비추는 술의 빛깔을 또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곱디 고운 하얀색 위로 떠 있는 맑은 물은 마주치기만해도 향미를 기대하게 한다. 전면부에는 'DOROR'라는 술의 이름이 특색 있게 적혀져 있어 술에 대한 특별함까지 더해주고 있는 모습이다.
'도로르(DOROR)'는 술을 사랑하는 부부가 운영하는 전북 익산시 '초이리브루어리'에서 탄생한 작품으로서, 우리쌀 소비를 위해 오직 멥쌀로만 만든 순곡주이다. 100% 신동진쌀로 띄운 전통 누룩에 한국식품연구원으로부터 기술 이전 받은 국내 토종 효모까지 더해 완성되었다.
질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고운 질감과 더불어 은은한 단 맛의 매력적인 풍미를 느낄 수 있으며, 다채로운 향기와 함께 과실의 산뜻한 산미는 풍부하게 입 안에서 퍼져 마시는 사람에게 만족감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작품의 용량은 500ML, 도수는 10도, 가격은 15,000원. 혼자 마셔도 좋고, 둘이 마셔도 나쁘지 않은 양에 일반적인 막걸리보단 확실히 높은 알콜 함유량, 애주가가 아니라면 한 병 치곤 어느정도 부담되는 금액을 지니고 있다. 물론, 향미를 음주한 다음엔 오히려 싸다고 느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잔에 따른 술은 정말 우유처럼 깔끔하고도 새하얀 빛깔을 선보인다. 최근에 보았던 탁주 중 가장 깨끗한 표면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표면에선 오돌토돌한 기포 몇 방울이 톡톡 터지고 있으며, 이 백색의 아름다움이 너무나도 진한탓에 꼭 눈을 쌓아놓은 것 같은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다만 염두해야할것이, 이 친구가 보기보다 뚜껑을 열 때 상당히 사나운 편이다. 아무 생각 없이 흔든 다음 개봉하다 큰 낭패를 봤으니, 다들 폭발의 예술을 느끼고 싶지 않다면 조심하도록 하자.
코를 가져다 대니 새콤달달한 과실향이 잔으로부터 올라온다. 참외, 메론, 자두, 바나나, 포도 껍질 등 매혹적인 막걸리에서 느낄 수 있는 내음들이 주를 이룬 상태이고, 향만 봐선 감향 보다는 산향이 조금 더 진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10도라고 하여 따로 알콜향이 느껴지거나 하는 것은 전혀 없으며, 앞서 소개와 같이 다채로운 과실향이 코를 툭툭 건드려 맛을 기대하도록 만든다. 곡식의 고소한 내음이 굉장히 옅게 느껴지는데, 확실히 지나치지 않은 상태에서 과실향이 충분히 잡혀있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약간의 탄산과 함께 부드러운 질감을 가진 술이 혀를 감싸안는다. 우유와 비슷한 재질로 몽글하게 혀를 안음과 동시에 탄산이 위에서 톡 인사를 건네고, 감미가 살짝 느껴질때쯤 곧바로 과실의 산미가 찾아와 쭉 이어간다. 뚜껑을 열때는 굉장히 난폭한 친구인 줄 알았는데, 입 안에서 느껴지는 탄산은 그리 강하지 않은 것이 딱 미열로 끓어오르는 물 정도이다. 향과 같이 알콜 역시 맛에서도 크게 다가오는 것은 보이지 않으며, 자두와 포도 등 과실의 산미가 매력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무작정 매끄럽기만 한 질감은 아니며, 미미한 텁텁함을 지니고 있으나 마시는데 방해되는 것은 거의 없다.
조금 묵직한 바디감으로 지나간 목넘김 이후에는 목구멍에 살짝 남는 탄산감과 함께 산미가 머무르다가 사라진다. 곡식의 텁텁한 재질이 입 안에서 감돌며, 우유를 마신 후에 남는 잔여감과 비슷한 마무리를 형성하고 있다. 이때 느껴지는 여운의 길이는 약 3~4초 정도로 과실의 감미와 거기에 더한 산미가 가볍게 놓였다 흘러가는 느낌이다.
눈 아래에 파묻힌 과일이 떠오르는 작품이었다. 전체적으로 맛이나 향에 있어 지나치는 부분이 없음에도 자신의 매력을 톡톡히 지니고 있다. 단 맛이 덜하긴 하나 각각의 재료들이 조화롭게 구성을 이루고 있고, 여기에 더해 바디감과 적당한 산미가 잘 녹아들어 있어 새콤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잘 맞지 않을까 싶다. 소복한 외면 안에 잠자고 있는 개성을 느껴보길 바란다.
'도로르 막걸리', K-라이스페스타에서 우수한 성적을 어떻게 이루었는지 이해가 간다. 조용한데 매력이 넘치는 친구이다.
판매처에 따라 10% 정도 가격이 상이하다. 가격 변동이 어느정도 있으니 잘 살펴보고 구매하도록 하자.
눈과 함께 마시는 산미, '도로르(DOROR) 막걸리'의 주간평가는 4.0/5.0 이다. 또르르 눈방울이 굴러간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