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화롭게 녹여낸 매실의 절제미, '매실막걸리'를 음주해 보았다.
우리는 보통 어느 마트를 가던간에 흔하게 '매실주'를 볼 수 있다. 편의점, 대형마트, 창고형 마트 등의 주류코너를 살피다보면 가장 흔하게 보급되어 있는 '매화수'를 비롯하여 여러 작품들을 찾을 수 있는데, 그 대부분이 과실주로서 비슷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한 의미로 오늘은, 기존에 매실이 들어간 술 보다 조금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술을 한 병 가지고 왔다. 과실주가 아닌 바로 탁주. '매실막걸리', 이름만 들어도 기대가 되는 이 색다른 술의 향미는 과연 어떨지, 맛있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음주해보도록 하자.
조화롭게 녹여낸 매실의 절제미, 매실막걸리
일단 겉으로 보이는 외관부터 심상치 않다. 병의 모양도 대부분 도자기처럼 굴곡져있는 형태를 지닌 일반적인 막걸리와 달리 두툼한 일자형 몸통에 짧은 병목을 지니고 있으며, 그 끝은 무심한 흰 뚜껑으로 마무리되어있다. 또한 전면부에는 '매실막걸리'라는 술의 이름과 함께 '무농약황매실100%'가 강조되어있는데,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있다기 보다는 조금 투박하고 정다운 디자인처럼 다가온다. 무언가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잘 느껴지는 도안으로서, 나름의 멋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매실막걸리'는 전라북도 진안군의 '성수주조장'에서 100년 역사의 양조 노하우와 100% 국내산 신동진 햅쌀, 국내산 누룩, 진안 고랭지에서 수확한 100%무농약 황매실만으로 세번을 빚어낸 매실막걸리이다.
국내 최고 수준의 깨끗한 식품제조시설에서 첨가물 없이 만들어졌으며, 황매실의 경우 청매실과는 달리 농축된 단맛과 천연과실의 향이 듬뿍 담겨 있어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 깊은 풍미를 가져다 준다고 한다.
작품의 용량은 750ML, 도수는 9도, 가격은 8,000원. 혼자 마셔도 좋고, 둘이 마셔도 나쁘지 않은 양에 보통 막걸리보다 2~3도 정도 높은 알콜 함유량, 최근 출시되는 막걸리들의 평균 금액 정도를 가졌다. 매실주를 그간 여러 번 마셔봤지만 매실막걸리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아 그런가 벌써부터 입맛을 다시게 된다.
잔에 따른 술은 뿌연 상아색 색깔을 선보인다. 조금 탁한 빛깔을 지니고 있으며, 표면엔 미세한 입자감들이 오밀조밀하게 떠다니고 있다. 작은 기포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 별다른 탄산감이 느껴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고, 꽤 강하게 여러번 흔들었음에도 미처 섞이지 못한 쌀입자들이 흔들리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이어서 코를 가져다 대니 연한 매실향이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예상했던 것보다 과실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느낌은 아니며, 조금의 단 향과 적당한 산 향, 풀, 매실, 쌀과 약간의 쌉싸름함이 더해져 약하게 코 끝에서 맴돈다. 향 부분에 있어서 매실이 주가 되고 있기는 하나 그 뚜렷함이 예상처럼 강하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평균적인 막걸리의 도수보다 높다 하여 알콜 향은 따로 떠오르지 않고, 다른 부분 보다는 풀과 매실의 산 향이 좀 더 튀어나온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으면 탄산감없이 부드러운 막걸리가 입 안을 채워준다. 참외를 연상시키는 감미가 먼저 혀를 감싸고, 그 뒤로 입 천장을 톡 건드리는 느낌의 과실의 산미가 찾아오며, 곧이어 매실 특유의 씁쓸한 맛이 혀 뒤쪽을 건드리면서 목구멍을 넘어간다. 참외, 매실 등의 과육과 함께 무난한 무게감으로 몽글하게 흘러들어오는 질감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산미를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그 맛이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에서 그치고, 술을 머금을 때 실날처럼 흘러오는 향 역시 좋은 조화를 자랑한다.
목넘김 이후에는 앞서 말한 매실의 산미와 곡식의 감미가 혀에 머무르다 사라진다. 다른 맛 보단 은은한 신 맛이 혀에 꽤 오래 남아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알콜의 맛매는 거의 없이 다양한 맛들에 의해 균형 있게 마무리 된다. 여운의 길이는 약 4~5초 정도로 쌉싸름한 산미를 감상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지니고 있다.
나 매실이오, 이렇게 당당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술은 아니다. 매실이 들어갔다고 하여 그 자체가 돋보이기보단 '저 매실이에요'라고 소심하게 손을 드는 친구가 떠오른다. 향도 나쁘지 않았지만, 음주를 하였을 때 맛에 있어서 그 풍미가 더욱 돋보이는 작품이며, 혀에 담는 그 순간 부터 감미, 산미, 쌉싸름함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참 마음에 든다. 도수에 의한 알콜도 전혀 느껴지지 않고, 여기에 더해 저 소심한 매실이 자신의 매력으로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한 번쯤 음주해보길 바란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보쌈, 오징어숙회 등을 추천한다. 야들한 보쌈 한 점, 새콤매콤한 오징어 숙회 한 점에 '매실막걸리' 한 잔은 행복한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매실막걸리', 자신감이 드러나는 디자인처럼 충분히 만족스러운 풍미를 뽐내는 작품이었다. 잘 어우러지는 재료와 그 사이로 손을 드는 매실의 역할 분배가 좋았다.
판매처에 따라서 가격이 10% 정도 상이하다. 그래도 가능하면 싼 곳에서 구매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산미가 꽃피는 '매실막걸리'의 주간평가는 4.1/5.0 이다. 매실의 절제미가 느껴지는 술이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