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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처럼 일렁거리는 백련

- 안개 속 피어나는 백련의 풍미, 백련 미스티(Misty)를 음주했다

by 주간일기

오늘은 한 때 내가 궁금해했고, 어쩌면 현재 여러 사람이 궁금해할지도 모르는 술을 한 병 가지고 왔다. 이렇게 말하면 또 얼마나 대단할 술이기에 그런가, 할 수도 있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 친구가 바로 전통주 소믈리에 블라인드 평가주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당시 나 또한 술에 대한 맛과 향을 익히기 위해 구매를 했었으나, 전 날까지 여러 번 마셔본 탓에 글을 쓰지 못한 작품이다.


‘백련 미스티(Misty) 막걸리’, 어떠한 매력이 이 전통주를 평가 대상으로 뽑게 만들었는지, 추억에 휩쌓인 기대와 함께 음주해보도록 하자.


안개 속 피어나는 백련의 풍미, 백련 미스티(Misty) 막걸리

겉으로 보이는 병의 모습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다. 비슷한 용량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형태로, 둥근 몸통에 부드럽게 올라가는 적당히 긴 병목이 돋보인다. 그 끝에는 ‘신평양조장’이라고 적힌 마개가 금색과 검은색으로 고급스럽게 치장되어 있으며, 전면부에는 ‘백련 Misty’라는 술의 이름이 특유의 한국적인 멋과 함께 나타나 있다. 디자인에 있어서 그림과 병 안으로 비추는 술의 색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선비가 백련 위에 앉아 있는 것이 흰 배경과 이어져 술이 꼭 상아색의 바다처럼 보이는 일이다. 전체적인 도안에 있어 멋들어졌단 말이 참 잘어울린다.


‘백련 미스티(Misty)’막걸리는 충남 당진시 신평양조장에서 지역원료를 100% 사용하여 태어난 작품으로서, 당진의 하얀 쌀, 하얀 연꽃의 잎, 그리고 긴 전통으로 빚어진 막걸리이다.


부드럽고 진한 맛이 일품이며, 깔끔하면서도 담백진 풍미와 은은한 탄산의 조화가 잘 어우러져 안개와도 같은 그윽하면서도 신비로운 맛을 선보인다고 한다. 또한 2014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대상’이라는 수상 기록도 가지고 있다.


작품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7도, 가격은 4,500원. 혼자 마시기 딱 좋고, 둘이 마시면 부족한 양에 일반적인 막걸리와 비슷한 알콜 함유량, 최근 출시되는 탁주를 생각하면 비교적 저렴한 금액을 지녔다. 가격이 착한데 맛까지 좋다면 그것보다 더한 금상첨화가 있을까.

잔에 따른 술은 병 안으로 보이는 것 보다 좀 더 밝은 빛깔을 보여준다. 다소 짙은 아이보리 색깔을 띠고 있으며, 표면엔 어떠한 이물질도 떠있지 않아 깔끔하단 느낌을 선사한다.


코를 가져다 대니 생각보다 단내가 크게 올라온다. 물엿, 꿀, 쌀, 밀 같은 곡식 등 비교적 호불호 없는 향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다른 것들보다는 확실히 감미가 크게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다. 낮은 도수답게 알콜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미미하게 씁쓸한 아로마와 함께 백련 내음이 끝 부분에서 흔들린다. 당 특유의 향이 코 앞에서 계속 맴도는 것이 약간 순한 요구르트 같기도 하다.


이어서 한 모금 크게 머금으면 부드러운 막걸리가 혀를 감싸 안는다. 살짝 크리미한 질감을 지닌채로 입 안에 흘러들어와 가장 먼저 적당한 과당의 단 맛을 선사하며, 이후 조금의 고소함과 함께 약한 산미가 찾아와 혀뿌리 부분에서 인사를 한다. 질감 자체는 매끄러우나 미약하게 메밀같은 입자감이 존재하고, 백련잎의 풍미는 직접적으로 다가오기 보단 잠들어 있는 것을 깨우는 느낌이다. 별다른 탄산은 느껴지지 않았으며, 전체적인 조화가 좋아 누구나 무난히 마실 수 있는 작품이라고 여겨진다.

목넘기 후에는 엿당이나 올리고당이 줄법한 감미에 미미한 산미와 풀의 씁쓸함, 백련의 향미를 살짝 남겨놓고 사라진다. 마지막에가서야 백련이 입과 코를 슬며시 어루만지고 떠나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이 때 여운의 길이는 약 4초 정도로 안개와도 같이 점차 흐릿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날라간다. 전반적으로 향이나 맛에 있어서 백련이 대놓고 드러나나는 것은 아니고, 단 맛이 이끄는 방향의 위로 수증기처럼 아른거리는 형태다.


앞서 말했다시피, 누가 마셔도 호불호가 크게 나타나지 않을 막걸리이다. 단 맛이 주가 되었다고 하지만 너무 지나친 것도 아니며, 각각의 재료의 어우러짐이 좋다. 백련잎이 대놓고 크게 나타나지 않은 것은 아쉽긴 한데, 또 바꿔 생각하면 그래서 양부가 덜 갈리지 않나 싶기도 하고, '미스티'라는 이름답게 안개처럼 머물고 있는 것이 매력적이기도 하다. 스치는 백련의 향미 아래 흘러가는 그윽한 감미를 느끼고 싶다면, 한 번쯤 음주해보기 적합하다고 느껴진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음식은 제육볶음, 두부김치, 오돌뼈 등의 살짝 매콤한 막걸리 안주를 추천한다. 제육볶음 한 점과 '백련 미스티(Misty)' 한 잔은 술을 즐기는 사람에게 좋은 시간을 가져다 줄 것이다.


'백련 미스티', 오랜만에 마셨음에도 역시나 모난 곳이 없는 작품이었다. 전통주 소믈리에를 응시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막걸리를 좋아한다면 음주하기 좋을 것이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약간씩 상이하다. 10% 정도. 차이가 크지 않으니 보이는 곳에서 구매하도록 하자.


부드럽게 흐르는 백련, '백련 미스티(Misty)'의 주간 평가는 3.9/5.0 이다. 안개 속 피어나는 백련의 풍미를 느껴보자.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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