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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을 들인 매실의 독특하면서도 부드러운 풍미

- 발효된 매실의 부드러운 풍미, '매화꽃비'를 음주해보았다.

by 주간일기

지금은 차디찬 겨울이 하늘을 대표하고 있으니 볼 수 없지만, 조만간 봄이 가까워지면 우리도 잘 알고 있는 '매화'라는 꽃이 굉장히 아름답게 피어난다. 이전 봄에도 매화나무가 양쪽으로 줄줄히 서있는 길을 방문하니 보자마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는데, 머리위를 잔뜩 수놓은 장관도 그런 장관이 없기 때문이다. 붉은 것들이 촘촘히 매달려있는게 어찌나 예쁘던지.


그럼 이런 말을 왜 하느냐,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이미 알겠지만 오늘 가져온 술이 매화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매화꽃비', 나무가 매화를 가득 머금어 가장 아름다울 때를 이야기 하는 이 술은 과연 어떤 풍미를 가져다 줄지, 기대와 함께 음주해보도록 하자.

발효된 매실의 부드러운 풍미, 매화꽃비

일단 겉으로 보이는 병 자체는 비슷한 용량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를 지니고 있다. 다만 그 비슷함은 딱 거기까지, 마개부분을 보면 다른 막걸리들과 달리 고급스럽게 매화색 종이로 포장을 해놓았는데, 이 때문인지 같은 병을 쓴다고 하여도 훨씬 고급스럽게 보이는 효과가 있다. 전면부에는 '매화꽃비'라는 술의 이름과 같이 명칭 그대로 비가 내리는듯한 그림이 그려져 있으며, '준프리미엄막걸리'라는 술에 대한 자부심까지 쓰여져 있다.


'매화꽃비'는 충남 당진의 작은 농촌마을 순성의 '순성왕매실영농조합법인'에서 태어난 작품으로 인공향료가 아닌 천연원료와 서해안의 해풍을 맞고 자란 100% 당진쌀만을 이용해 만들어졌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밑술 2번에 덧술 3번을 입혀 총 5번의 발효과정을 거쳐 생산되며, 최소 5년 이상 숙성된 매실발효원액을 함유하고 있다. 이는 순성에서 조합원들이 직접 농사지은 왕매실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작품의 용량은 750ML, 도수는 6.5%, 가격은 3,500원. 혼자 마셔도 좋고 둘이 마셔도 괜찮은 양에 일반적인 막걸리와 비슷한 알콜 함유량, 최근 출시되는 막걸리들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저렴한 값을 지니고 있다.

잔에 따른 술은 살구와 매화를 3:7 정도로 섞은듯한 색깔을 띄고 있다. 아예 진한 홍매화보다는 약간 덜 농익은 꽃이 떠오른다. 크게 여러 번 섞은 상태임에도 미세한 입자감들이 표면을 떠다니고 있으며 이 덕분인지 크게 매끄럽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빛깔을 지녔다. 그 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불투명하고, 술을 흔들어 보면 잔 벽에 앞서말한 입자감들이 남아 존재감을 드러낸다.


코를 가져다 대니 발효된 매실 향이 잔을 타고 올라온다. 약간이 산이 가미 된 매실에 식초 느낌 조금, 사과, 거기에 엿당과 곡식향이 적당히 자리잡고 있으며, 다른 것들보다는 매실의 향이 조금 더 뚜렷하게 드러나는 모습이다. 낮은 도수답게 알콜의 내음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발효를 머금은 과실이 너무 지나치지 않으면서도 뚜렷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어서 한 잔 머금으면 미세한 탄산과 함께 매끄러운 질감을 가진 술이 혀를 감싸 안는다. 향과 비슷하게 산미를 머금은 매실, 올리고당, 약간의 풀과 오미자, 딸기 등 꽤 들어있는 재료에 비해 조금 더 다양한 맛이 나타나고 있다. 역시나 이 중 중심이 되는 것은 발효된 매실이 단 맛을 품고 있는 것이며, 처음엔 매실과 함께 올리고당의 감미가 혀에 착 달라붙다가 끝에 갈수록 산미와 쌉싸름함이 좀 더 도드라진다. 마찬가지로 알콜은 맛에서도 전혀 나타나지 않고, 전체적인 조화가 좋아 목넘김까지의 과정도 자연스럽다.

목구멍을 넘어간 이후에는 매실의 적당한 산미와 껍질, 씁쓸한 맛이 목구멍에 남아있다가 사라진다. 단 맛도 존재하긴 하나 다른 것들이 조금 더 부각되는 상태이고, 이 때 느껴지는 여운의 길이는 약 4초 정도로 여겨진다. 마지막에 알콜 맛매가 정말 살짝 보이긴 하는데, 이 역시 그리 크지 않아 술을 마시는데 있어선 크게 문제가 없을 듯 하다.


일반적인 매실이 아닌 뜸을 들인 과실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보통 매실주라고 하면 생각되는 '매화수', '설중매'의 매실맛과는 어느정도 차이가 있으며, 개인적으론 매실에 오미자를 약간 더하면 이런 맛이 나지 않을까 싶다. 단 맛도 적당하고, 신 맛도 적당하며 발효된 매실을 부드럽게 잘 표현했기에 궁금한 사람은 한 번쯤 마셔보아도 좋을 것이다. 단 발효된 매실 자체에서 오는 호불호는 있을 수 있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떡갈비, 버섯구이, 꽃전 등을 추천한다. 떡갈비 한 점에 '매화꽃비'한 잔은 꽤나 만족스러운 시간을 선물할지도 모른다.


매화를 바라보면서 마시면 좋을 막걸리이다. 이름도 '매화꽃비'이니 참 잘 어울린다.


판매처가 그리 많지 않은 탓에 보이는 곳에서 구매하면 되겠다. 온라인상으론 보통 2~3곳 정도 존재한다.


전체적인 맛들이 잘 어우러진 '매화꽃비'의 주간평가는 3.7/5.0 이다. 내리는 매화는 참 부드럽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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