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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빛머루의 과실은 아직 설익었다.

GS편의점 전통주, 밤빛머루.

by 주간일기

오늘은 배가 꽤 출출한 날이었다. 간단하게 요기라도 할 겸 근처의 GS 편의점을 향했고, 그곳에서 난 평소에 보지 못했던 전통주 하나를 발견하여 그대로 들고 오게 되었다. 새로운 술은 언제나 환영이니까.


밤빛머루, 굉장히 운치 있는 이름이다. 까만 머루에 은은히 어울리는 밤하늘에서 따온 이 이름은 음주하기 전임에도 부드러울 것 같은 술의 질감을 예상하게 해 준다.


가격도 2900원이면, 증류주를 구매하는 것 치고는 꽤나 저렴한 가격이다. 용량은 360ML에 도수는 16.9도 정도.


참고로 이 밤빛머루는 산들벗 주식회사가 해발 500M 청정지역 무주에서 재배한 머루를 발효해 만든 와인을 한번 더 증류하여 만든 증류주이다.


일차 증류를 통해 45도 원액을 희석한 16.9도 소주로 제작되었으며, 음용 시 부드럽고 은은한 향과 깔끔한 뒷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만들어진 과정이 꽤나 신기한 이 술, 머루가 3.811% 들어있다고 하는데 과연 얼마나 증류주와 잘 어우러질까.

잔에 따라보니 증류주답게 빛깔이나 색깔에서 큰 차이를 보이진 않는다. 딱 투명하고 매끄러운 소주와 같은 모습, 외관만 봐서는 어떤 술인지 알아보기 힘들듯 하다.


코를 대보니 싸하고 달콤한 머루와 함께 알코올의 향이 밀려들어온다. 향의 처음을 머루의 달콤함이, 향의 끝을 알코올이 담당하고 있으며 머루와 알코올 향의 비율은 3:7 정도로 생각된다. 여기에 알코올의 향이 느껴질 때는 약간의 씁쓸함을 동반한다.


잔을 들어 한 모금 입에 머금으면 부드러운 질감과 함께 알코올의 맛이 혀를 안아준다. 약간의 산미와 단 맛을 지니고 있으나, 싸한 알코올의 맛이 강하여 과실의 특징은 그리 강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맛의 대부분을 알코올이 담당하고 있어서 그런지 조화롭게 느껴지는 술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술이 혀를 넘어갈 때쯤 머루의 단 맛이 밀려들어오는데, 알코올의 맛이 쭉 느껴지다가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탓에 꽤나 생뚱맞다고 느껴진다. 이후 깔끔하게 사라지는 여운은 나쁘지 않으나 소주보다 살짝 약한 알코올의 역함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가벼운 바디감에 적당한 풍미, 부드러운 질감에 끝 향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알코올의 역함을 싫어하지 않는다면 한 번쯤 음주할만한 술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만약 소주가 주는 알코올의 역함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이 술이 아닌 다른 술을 선택하기를 바란다. 생각보다 알코올의 향이 강하다.


만약 음주하게 되면 안주는 회나 매운탕 등을 추천하고 싶다, 씁쓸한 알코올의 맛과 잘 어울릴듯한 안주들이다.



개인적으로는 기대보다 살짝 아쉬운 음주였다. 생각보다 알코올의 향이나 맛이 술에 큰 영향을 행세하는 것이 부조화를 이끌어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맛에 있어서는 아쉬웠으나, 풍미나 부드러운 부분에서 그래도 꽤 괜찮은 모습을 보였기에.


오늘의 술, '밤빛머루' 주간 평가는 '5/2.3'이다. 점수가 낮은 건 역시 주체적인 알코올이 한몫한 것 같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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