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산 맑은 물과 강냉이가 만나다, '강냉이 막걸리'를 음주해 보았다.
요즘 어린이들의 간식이 무엇 일진 모르겠지만, 비교적 시골에 살았던 나에게 옥수수는 주린 배를 채워 준 고마운 음식이었다. 이따금 부모님이 시장에 들러 정말 크게 한 보따리를 사 오곤 하셨고, 옥수수를 사 온 날이면 집안 가득 옥수수 찌는 냄새가 맴돌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다 찐 옥수수를 이빨로 뜯어먹으면 달콤하니 포슬포슬하고 부드러운 것이 그리 맛이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것이 어째 나이가 드니 이전처럼 옥수수가 그렇게 맛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 입맛이 나이가 들수록 더 건강해진다고 하던데, 어릴 때는 그리 맛있었던 옥수수가 왜 지금은 손이 가지 않는지. 어째 다른 사람과 달리 나는 반대가 되었나 보다. 추억이기에 맛있었던 것인지, 맛있었기에 추억이 된 것인지. 지금 생각해 보아도 영 알 수가 없다.
여하튼 그렇게 이전에 비하여 옥수수를 멀리하던 나에게 과거의 추억을 떠올릴만한 기회가 찾아왔다. 온라인에서 어떤 술을 마실까 하고 살펴보던 중에 아주 샛노란 술을 발견하였고, 이 술이 옥수수가루인 옥분을 주 성분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술의 이름도 매력적이다. '강냉이 막걸리', 그 이름만으로도 너무나도 고소할 것 같은 술의 맛과 향은 어떨지,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겠다.
용두산 맑은 물과 강냉이가 만나다, 강냉이 막걸리
병을 보자마자 '노랗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돈다. 최근 음주했던 술들 중 이렇게 쨍한 색을 가진 술이 있던가. 1000ml나 되는 술이 병 안을 꽉 채운 모습은 마치 만개한 개나리가 들어선 듯하다. 옥수수사진과, 짙고 굵은 글씨체 등 전체적인 디자인에 있어선 크게 말할 것 없이 예스럽지만 술의 색이 너무 강렬한 탓에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강냉이 막걸리'는 100년의 시간을 이어온 '용두산조은술'에서 국내산 쌀에 외국산 옥분을 첨가하여 만들어진 막걸리이다. 구수한 맛을 살리기 위해 향이 아니라 진짜 옥분을, 강냉이의 색을 살리기 위해 노란 치자 분말을 넣어 탄생하였다.
이렇듯 쌀과 옥분으로 빚어 시골 막걸리의 맛을 느낄 수 있으며, 곡물의 풍미가 풍부하고 단 맛과 깔끔한 맛, 부드러운 목 넘김과 구수함까지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샛노란 술의 용량은 무려 1000ml, 도수는 6도. 가격은 2500원이다. 아직 맛을 보기 전이지만 용량대비 가격은 굉장히 만족스럽다. 요즘 대부분 막걸리의 고급화가 이루어져 가격이 올라가고 있는 마당에, '서민'이라는 이름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양과 가격이라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지는 듯하다.
술을 잔에 따른 모습 역시 병 밖에서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너무나도 샛노란 탓에 이것이 오렌지 주스인지 강냉이 막걸리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이다. 만약 잔에 따른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지 않고 이렇게 사진만 보여주었을 때 정답을 맞힐 수 있을까. 아마 열에 열은 틀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잔에 코를 가져다 대니 상당히 고소한 향이 흘러나온다. 고소하고 약간 달콤한 강냉이 냄새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알코올의 향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향이 올라오는 것이 은은하지도, 강렬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편이라 괜스레 계속 코를 대고 있게 된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미세한 탄산과 함께 구수한 막걸리가 혀를 감싸 안는다. 향과 마찬가지로 단 맛과 고소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탄산이 심하지 않아 혀에서부터 목구멍까지의 과정이 꽤나 부드럽게 이루어진다.
혀의 끝에서 약간의 알코올이 느껴지긴 하는데, 술이 마시는데 거슬릴 급은 아니다. 딱 그냥 '알코올이 있긴 있구나'라고 느낄 정도.
목구멍을 넘어간 후에는 고소한 향과 단 맛을 남긴 뒤 사라진다. 여운은 딱 깔끔하게 떨어지는 편이고, 술을 머금을 때 코로 같이 들어오는 고소한 향이 확실히 매력적이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옥수수나, 땅콩 같은 고소한 재료가 들어간 주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큰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적당한 무게를 가지고 있으며, 옥수수 향과 함께 입 안에 퍼지는 풍미가 상당히 괜찮다. 가격과 용량까지 고려하였을 때는 잘 만든 막걸리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 '너무 농익고 옥수수 그대로의 풍미와 맛을 느끼고 싶다' 하면 추천하기 힘들지만, 그냥 맛있는 옥수수 막걸리를 음주하고 싶다고 하면 이 막걸리를 권할 것 같다.
그간 먹어본 옥수수 막걸리와 비교하면 가격대비 맛과 향을 확실히 잘 뽑아냈다. 고소함이 아쉬울 때도 있고, 알코올의 향과 맛이 너무 진하여 주 재료의 맛을 느끼지 못해 고개를 저을 때도 있었는데, 그러한 상황들을 생각해 보면 '강냉이막걸리'는 각 재료들의 맛이 너무 튀지 않고 고소함이 돋보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렇다고 부드러운 주감이나, 약간의 단 맛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니 조화가 좋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옥수수 막걸리는 참 신기하게도 이리 손이 잘 가서 어느새 한 병을 비워버렸다. 이것도 나중엔 맛있는 추억이 될는지.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해물파전, 부추전, 등의 전 종류나 전골을 추천한다. 사실 막걸리 안주라면 다 잘 어울릴 듯한 맛이지만, 전 종류를 곁들였을 때 가장 쉼 없이 술을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강냉이 막걸리', 가격에 비해서 훌륭한 맛을 보여주는 친구였다. 굉장히 진한 색감에 놀라고, 가격대비 양에 두 번 놀라고, 부드러운 고소함에 세 번 놀라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만약 자신이 고소한 술이나 막걸리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음주해 보길 바란다. 가격도 착해서 사기에 그리 큰 부담도 없고, 음주하였을 때 비싼 술만 먹는 사람이 아니라면 가격대비 맛에 만족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용두산 맑은 물에서 태어난 '강냉이 막걸리'의 주간 평가는 3.7 / 5.0이다. 가격대비 훌륭한 용량과 맛은 오랜만에 서민이 즐기는 막걸리를 느끼게 해 주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