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오산의 자연을 그대로 담았다
-오산의 자연에서 정직하게 탄생한, '오산막걸리'를 음주해 보았다.
보통 지역마다 그곳을 대표하는 양조장이 하나씩은 있듯이, 경기도 오산시 역시 '오산양조'라는 오산의 유일한 양조장이 존재한다. 순수 오산 토박이인 김유훈 대표가 만든 이 '오산양조'는 오산을 문화도시로 바꾸기 위하여 무려 3대째 가업으로 내려오던 식품사업을 정리하고 차린 양조장으로서, 당시 양조에 문외한이던 김유훈 대표에게 오산시가 전통주에 일가견이 있던 오서윤 이사를 소개하여 이렇듯 오산양조가 설립되었다고 한다.
이 오산양조가 위치한 곳은 다름 아닌 오산장이 열리는 초입이다. 오산장은 전통 5일장으로서 장이 열리는 날에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북적북적하여 볼거리 많은 장터이나, 열리지 않은 날에는 쓸쓸하고 사람이 잘 돌아다니지 않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쉼터가 되어주기 위해 이곳에 양조장을 복원하였다.
'오산양조'가 만드는 술은 여러 종류가 존재하지만, 그중 내가 가져온 것은 이름만 들어도 그 출처를 알 수 있을 것 같은 '오산막걸리'이다. 아직 음주하기 전임에도 상당히 기대가 되는 빛깔. 어디, 오산을 대표하는 막걸리의 맛은 어떨지.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겠다.
오산의 자연에서 정직하게 탄생하다, 오산 막걸리
병의 디자인이 굉장히 단순하다. 모양이나 라벨도 그렇고, 솔직히 디자인에는 그리 많은 공을 들인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그 때문인지 막걸리 본연의 빛깔이 좀 더 눈에 띄긴 하니, 어쩌면 장점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병과 차별화된 점을 꼽자면 가장 아래의 받침 부분이 특이하다. 병의 중간은 원기둥형으로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맨 밑은 사각형에 가까운 형태를 보이고 있다.
'오산막걸리'는 '오산양조'에서 오산의 세마쌀과 물, 누룩으로만 만든 자연주의 수제 막걸리이다. 일체의 합성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아 더부룩한 느낌이 없으며, 밥이나 누룽지에서 느껴지는 곡물이 가진 자연스러운 단 맛이 매력적인 막걸리라고 한다. 막걸리의 이름이 '오산'인 이유는 당연하게도 오산에 대한 사랑 때문이라고.
술의 용량은 500ML, 도수는 6도, 거기에 가격은 4500원이다. 이 정도 가격이면 요즘 출시되는 막걸리들의 평균가, 혹은 그것보다 약간 아래의 느낌이 아닐까. 대부분 막걸리가 프리미엄으로 출시되고 있어서 그런지 한 병에 4500원이라는 가격도 그리 비싸게 느껴지진 않는다.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니나 판매처에 따라서 500원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잘 살펴보고 구입하길 바란다.
잔에 따른 모습은 순백의 우유를 연상시킨다. 구태여 어떤 설명을 하지 않아도 이 술이 부드럽고 깔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 수 있을 것이다. 뭉게구름을 그대로 바다에 풀어놓으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코를 대보면 달콤한 쌀과 밀의 향기가 섞여서 올라온다. 알코올의 냄새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쌀보다는 밀의 향이 좀 더 진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은은하게 코 끝에서 감도는 달콤한 곡물의 향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잔을 몇 번 흔들어 한 모금 머금으니 굉장히 고운 술이 혀로 흘러들어온다. 혀에서부터 목 넘김까지의 과정이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술 자체가 굉장히 부드러운 편 같다.
약간의 단 맛과 미세한 입자감, 거기에 곡물의 향미가 조화롭게 자리 잡고 있다. 전체적으로 맛은 연한 쪽에 가깝지만 각각의 재료가 잘 어우러져 오히려 부드럽고 간결한 막걸리 본연의 느낌을 살려준다.
목 넘김 후에는 단 맛과 곡물의 향미를 혀와 코에 남기고 사라진다. 혀에 남는 곡물의 맛은 입자감과 합을 맞추어 꽤 괜찮은 여운을 선사하며, 이것을 보면 술의 시작부터 마침까지가 깔끔하고 간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막걸리의 무게는 살짝 가벼운 편이고, 입 안에 곱게 퍼지는 풍미 역시 만족스럽다. 맛과 향 모두 고운 쌀이 잘 느껴지기에 눅진하고 진한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비교적 가볍고 고운 풍미를 즐기는 사람에게 어울릴 듯한 술이다. 혹여 평소에 막걸리를 즐기지 않는 이유가 지나친 탄산과 알코올 향, 무거운 무게 때문이라면 '오산막걸리'를 음주해 보길 바란다.
제품설명란을 보니 확실히 원재료가 간단하다. 자연적이고 은은한 단 맛에 부드러운 주감, 코와 혀를 살포시 안아주는 곡물의 향미는 큰 호불호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막걸리를 탄생시켰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로는 새우구이, 감자전, 도미찜 등을 추천한다. 부드럽고 연한 달콤함을 가지고 있어 전반적으로 한식이 잘 어울릴법한 주류이다. 특히나 전 한 점에 막걸리 한 잔은 언제나 옳다.
'오산막걸리', 단순한 디자인과는 달리 훌륭한 조화와 부드러운 질감이 돋보이는 막걸리였다. 누구나 편하게 음주할 수 있을법한 맛을 가지고 있으며, 확실히 자연적인 재료를 사용하여 그런지 술을 마시는 데 있어서 부담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평소 막걸리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가볍게 마실 수 있을 법하며, 가격 역시 크게 부담스럽지 않기에 고운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음주해 보길 바란다. 위에도 말했지만 판매처에 따라 500원 정도 차이가 나니 조금이라도 아끼자.
오산에서 오산의 재료로 만든 '오산막걸리'의 주간평가는 3.8/5.0이다. '오산막걸리'의 디자인이 단순하다고 하여 맛까지 단순하다고 생각하면 그건 큰 오산... 죄송합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