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간일기 Jul 17. 2023

까마귀의 색을 하얗게 물들이다

-막걸리를 과음하여 하얗게 변해버린, '하얀까마귀 막걸리'를 음주해보았다

누구나 알고 있는 기본 상식 중 하나가 까마귀의 색은 까맣다는 것이다. 까마귀 이름의 유래를 살펴보면 최초의 이름 형태는 15세기 명시된 '가마괴'였다. 이는 '감-(黑)'에 명사 형성 접미사 '-아괴'가 붙어서 만들어졌으며, 이것은 즉 애초에 이름부터 '검다'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여기, 본래 자신이 가진 색이라곤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까마귀가 한 마리 있다. 본디 원래는 다른 까마귀들과 같이 검게 물든 날개를 가지고 있었으나, 막걸리를 얼마나 먹은 것인지 글쎄 몸이 아주 하얗게 물들어 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걸리를 손에서 놓고 있지 못하니, 참으로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막걸리의 이름이 '하얀까마귀 막걸리'라고 하던데, 도대체 얼마나 맛이 훌륭하기에 까마귀가 손에서 놓지를 못하는 것인지. 새를 날지 못하게 만든 술의 맛과 향을 같이 확인해 보도록 하자.


막걸리를 과음하여 하얗게 변해버린, 하얀까마귀 막걸리

딱 보니 병에 전면부에 그려진 이 녀석이 막걸리를 하도 마셔 하얗게 변해버린 까마귀인 듯하다. 볼이 빨개진 채로 한 손에 술잔을 들고, 한 손에 병을 들고 있는 모습이 누가보아도 영락없는 취객이다. 색이 하얗게 변해버리고, 흐리멍덩한 눈빛을 가지고 있음에도 술잔을 놓을 생각은 전혀 보이지 않는 하얀까마귀. 참고로 요 놈의 이름은 '까미'라고 한다.


까마귀도 취하게 만든 '하얀까마귀 막걸리'는 '오산양조'에서 탄생한 막걸리이다. 국내산 경기미 인증 세마쌀을 포함한 지역의 농산물 100%를 사용하여 만들어졌으며, 합성 감미료나 착향료 없이 오직 물, 쌀, 누룩만을 사용하여 빚어진다고 한다.


또한 삼양주로 빚어내어 원재료의 풍미를 더욱 돋우고, 다른 막걸리에 비해 부드러운 목 넘김을 즐길 수 있다고.


막걸리의 용량은 850ml, 도수는 8도. 그리고 가격은 10,000원이다. 분명히 예전 같았으면 상당히 비싸다고 느껴졌을 가격이지만, 다양한 프리미엄 막걸리가 나오는 요즘엔 그렇게까지 와닿지는 않는다.

잔에 따른 술의 색은 순백의 우유와도 같다. 아직 마시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부드러운 질감을 선사할 것 같은 느낌이다.


잔에 코를 가져다 대면 부드럽고 달콤한 쌀과 밀의 향, 그리고 참외 향기가 올라온다. 이전에 음주하였던 '오산막걸리'와 굉장히 흡사한 향이다. 굳이 차이를 매기자면 약간 더 곱다는 것 정도. 알코올의 향은 코의 끝에 가서야 간신히 느껴지며, 전반적으로 밀의 향이 다른 향에 비하여 약간 강하게 다가온다.


이어서 조심스레 한 모금 머금으니 어느 정도의 입자감과 함께 단 맛이 혀를 사로잡는다. 약간의 무게감과 씁쓸함을 지녔고, 탄산은 굉장히 미세하게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의 '오산막걸리'의 경우 부드럽게 들어와 그대로 흘러나가는 것이 매력이었다면, 이 술은 적당한 바디감과 그 바디감에서 나오는 쌉싸름한 풍미를 매력으로 두고 있다.


무게감이 있긴 하지만 목 넘김 자체는 부드럽다고 생각된다. 이후에 단 맛과 씁쓸함, 입자감을 혀에 남겨 놓고 사라지는데, 이때 혀의 끝에서 알코올의 맛이 느껴져 이 점은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고 예상된다.

8도라는 일반 막걸리에 비하여 높은 도수를 지녔고, 그 도수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막걸리이다. 알코올이 좀 더 진하다고 하여 역하거나 그런 면은 존재하지 않지만 보통의 막걸리와 비교하자면 확실히 좀 더 씁쓸한 면이 있다.


겉모습만 봐서는 굉장히 부드럽고 가벼운 막걸리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역시 까마귀가 괜히 취한 것이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편이며, 어느 맛 하나가 크게 튀어나오는 것이 없어서 이런 면들은 나름 만족스럽다.


하지만 잔을 반복할수록 느껴지는 것은 끝 맛의 씁쓸함. 이것만 제외한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을 법 한데, 가볍고 달콤한 음료수 같은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조금 어려울 술이 아닐까 싶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약간 달콤하고 씁쓸한, 거기에 어느 정도 무게를 가진 막걸리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구매해서 음주해 보길 바라며, 반대로 이 씁쓸함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친구가 구매했을 때 한 잔쯤 마셔보길 바란다.


만약 구매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보쌈이나 도미찜, 홍합탕 등을 추천하고 싶다. 한식계열과 잘 어울리며, 웬만한 술안주와는 모두 곁들이기 좋을 듯한 막걸리이다.


'하얀까마귀 막걸리', 향은 '오산막걸리'와 비슷하였으나 맛에 있어선 확실히 묵직한 막걸리의 느낌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 비교적 호불호가 크게 없어 보이는 '오산막걸리'와는 달리 특유의 씁쓸함이 호불호를 가를 것 같기에 자신의 취향을 잘 파악한 후에 구매했으면 좋겠다.


'오산막걸리'만큼은 아니나 판매처에 따라서 1000원 정도의 가격차이는 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입하고 싶은 사람은 판매되는 가격을 잘 살핀 후에 살 수 있도록 하자.


까마귀를 하얗게 물들인 '하얀까마귀 막걸리'의 주간 평가는 3.3 / 5.0 이다. 무거운 바디감에 적당히 달콤한 맛, 혀의 끝에서 맴도는 씁쓸함은 까마귀가 왜 취했는지 알게 해 주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전 09화 경기도 오산의 자연을 그대로 담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