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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Jul 16. 2023

노을 아래 보리밭은 황금빛으로 일렁인다.

-황금빛 보리밭의 추억을 떠올리며, '황금보리 증류주17'을 음주해보았다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보리밭을 마주하는 것도 그리 쉽지 않다. 아주 어릴 적엔 시골길을 따라 걸으면 간혹 기다랗게 펼쳐져 있는 보리밭을 보며 그 장면이 너무 아름다워 발을 멈추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보리밭 자체를 본 적이 언제였나 싶다.


쌀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보리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친구이다. 당당히 우리나라 오곡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을에 추수한 곡식이 이른 봄이면 다 떨어지는 춘궁기를 지날 수 있도록 마음의 버팀목이 되어준 곡식이다. 물론 지금이야 쌀이 풍족하기에 보리는 우리에겐 건강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지만, 가난할 때 우리나라에게 보리는 절대 없어서 안 될 소중한 땅의 선물이었다.


여하튼, 이제는 오히려 우리가 찾지 않게 된 보리. 우리 추억의 한쪽 서랍에 정리해 놓은 보리를 다시 떠올리고자 여러분을 위해 술 한 병을 가지고 왔다. '황금보리 17', 보리를 그대로 담아 놓았다고 하는 소주이다. 과연 말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정말 우리의 이전 기억을 떠올리게 해 줄지.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황금빛 보리밭의 추억을 떠올리며, 황금보리 증류주 17

병의 모양 자체는 상당히 단순하게 생겼다. 그러나 그 안에 새겨진 그림은 병의 단순한 만큼이나 복잡하다. 그림의 뜻이 궁금하여 찾아보니 보리, 공기, 물, 흙, 태양 등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너무 어렵게 그려 놓은 탓에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황금보리 17'은 '황금보리'가 김제평야에서 재배되는 황금보리를 증류하여 만든 증류식 소주이다. 무색소, 무방향제, 무방부제의 순곡주이며, 두 번 증류한 뒤 참숯에 여과하여 잡내 없는 깔끔함과 은은한 보리향이 특징이라고 한다.


단 1% 주정도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우리 농산물로 만들어졌고, 좋은 재료를 얻기 위해 황금보리를 무려 50%까지 도정하여 술맛의 텁텁함과 까칠함을 없애 굉장히 부드러운 술을 느낄 수 있다고. 참고로 황금 보리 시리즈는 17,25,40이 존재하며 각각의 숫자는 도수를 상징한다. 


보리를 소주로 빚은 '황금보리 17'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이름에서 나온 듯이 17도, 가격은 8100원이다. 소주 한 병에 비싸다고 느껴질 수 있는 가격이지만, 온라인상에서 판매처에 따라 이보다 훨씬 저렴한 6000원에도 구매가 가능하니 잘 보고 알맞은 가격에 살 수 있길 바란다. 왜 나는 제대로 가격을 보지 않고 8100원에 구매한 것인지..

잔에 따른 술은 증류주답게 투명하고 매끄러운 색을 선보인다. 증류식 소주의 색은 다들 비슷비슷하여 언제나 크게 설명할 거리가 없다.


코를 가져다 대니 부드럽고 시원한 보리향이 흘러나온다. 향 자체는 상당히 청량한 편이며, 소주와 비슷한 도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알코올의 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눈을 감고 향을 맡으면 시원한 바람이 부는 보리밭 한가운데에 서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해 준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약간의 산미와 단맛을 포함한 술이 혀를 감싸 안는다. 청량하고 시원한 맛을 지녔고, 향과 마찬가지로 17도라는 도수에 비해서 굉장히 낮은 알코올의 맛이 느껴진다. '황금보리'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지만, 청매실의 맛이 약하게 담겨 있다.


술 자체가 워낙 맑고 부드러우며, 이 탓에 만약 도수를 모른 채로 술을 마셨다면 10도나 그 아래 정도로 생각했을 듯하다. 그만큼 알코올의 맛이나 향이 잘 느껴지지 않고, 전반적으로 샛바람 같은 산뜻함이 술을 안아주고 있다.

혀에서부터 목 넘김까지의 과정은 부드럽게 전개되며, 목 넘김 이후에는 약간의 산미와 시원한 향을 남겨놓고 사라진다. 이 산미가 주는 여운이 꽤 혀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데, 그 덕에 코랑 혀가 괜히 개운한 느낌이다.


술의 무게는 가벼운 편이고, 입 안에서 퍼지는 독특한 풍미가 꽤나 인상적이다. 다른 증류식 소주들에 비하여 자신만의 향과 맛을 가지고 있는 듯하며, 알코올과 관련된 부분들을 굉장히 잘 다듬어 놨기에 소주나 전통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큰 호불호 없이 음주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보리, 약간의 단 맛에 더해지는 산미, 청량한 주감과 깨끗한 목 넘김까지. 모두 각각의 역할들을 조화롭게 다하고 있고, 술이 입 안에서 사라질 때까지 한 번도 부담된 적이 없었다. 한 병을 비우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며, 일반적인 소주와는 비교가 안되고, 증류식 소주 중에서도 굉장히 잘 만든 술이라고 여겨진다.  


만약 깔끔하거나 청량한 소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쯤 음주해 보길 바란다. 6000원이란 가격은 술이 가진 맛에 비하면 그리 비싸게 느껴지지 않으니까. 물론.. 난 8100원에 구매했지만 말이다.


만약 음주할 계획이 있다면 안주는 회, 바지락술찜 등을 추천하고 싶다. 특히나 광어 같은 흰 살 생선회에 황금보리 한 잔은 당신에게 굉장히 큰 만족감을 가져다줄 것이다. 


'황금보리 증류주 17' 처음부터 끝까지 깔끔하고 청량한 술이었다. 신기한 것이 눈을 감고 잔을 들면 나에게 바람이 부는 보리밭을 계속해서 떠오르게 만들었다. 술에 문외한인 내가 이런 것을 느낀다는 건 그만큼 잘 만든 술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기존의 쌀로 만든 증류식 소주가 아니 보리로 만든 새로운 증류식 소주가 궁금한 사람은 가격을 잘 보고 구매하길 바란다. 2000원, 큰 금액은 아니지만 왠지 아쉽다.


황금빛 바람이 부는 '황금보리 증류주 17'의 주간평가는 3.8 / 5.0이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보리를 간직한 17도는, 25도, 40도까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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