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이상한 나무
노원어린이도서관에서 상명과학고등학교 담벼락과 테니스장을 지나면 왼쪽에 작은 텃밭이 나온다. 거기서 몇 걸음을 옮기면 불암산 초입이다. 이름처럼 바위가 많은 산이지만 입구는 흙산이라서 키가 큰 참나무 종류가 많아서 한낮에도 햇빛을 보기가 어렵다.
나뭇잎을 떨구고 나뭇가지만 하늘로 뻗어 있을 때는 숲의 면면을 잘 들여다볼 수 없어진다. 특히 나무 아래 둥치에 난 동굴처럼 생긴 구멍이 더욱 자세히 보인다. 어떻게 많은 나무들의 아랫부분에 굴이 패이다니! 어떤 연유로 생겼을까? 이해가 안 되어 이 나무 저 나무를 살펴 봐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나무들을 보니 모두 참나무들이다. 아마 오래 전부터 자라고 있었던 것 같다. 탐정의 기질을 발휘해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좀처럼 찾을 수 없었는데 어떤 블로그 글에서 이해가 가는 글을 보았다.
옛날 식량이 아주 귀하던 시절에는 도토리로 연명하던 시절이 있었다. 도토리는 구황식품으로 심었다고 한다. 따서 오래 보관해도 썩지 않으니 보관했다가 흉년이 들거나 하면 풀어서 백성들이 식량 대신 먹게 했다.
도토리는 말리고 가루로 내어서 수제비와 떡을 만들고, 묵을 쑤어서 먹을 수 있었다. 그 시절 더 많은 도토리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나무막대기로 나무를 쳤다. 나무에 달린 도토리들이 막개기로 맞고서 후두두둑 땅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어른의 손 높이 부분의 나무가 계속 나무막대기로 맞다 보니 나무껍질이 터지고 속의 나무줄기까지 터져 벌어지고, 나무는 크게 자라니 그 구멍이 동굴처럼 커다랗게 되었던 것이다. 마치 나무에 구멍을 낸 것처럼 동굴 모양으로 파여서 계속 이상하게만 생각했는데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이 이상한 나무의 구멍을 내 동화 [돈돈왕국의 비밀]에서는 주인공과 어머니가 돈신이 사는 돈전으로 들어가는 판타지 문으로 묘사했다. 이상한 나무의 구멍이 크게 벌어지면 그 속으로 들어가서 돈신이 사는 세상으로 올라간다.
이상한 나무들이 깊은 숲속에 있었다면 동물들이 둥지로 사용했을 텐데 마을과 가까운 곳에 있어서 동물들이 사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상한 나무가 있는 오솔길을 따라 작은 도랑을 건너면 개울로 갈 수 있었다. 이상한 나무를 보고 나서 낙엽이 쌓인 곳을 밟으면 바스락거리는 악기 소리 같았다. 발도르프학교에서는 낙엽을 모아두고 마음껏 밟을 수 있게 한다는데, 잠자듯이 누워있던 낙엽들이 깨어나서 조잘대는 것 같았다.
지금은 무장애 데크길을 만들어 놓아서 오솔길이 끊겨 버렸다. 내가 좋아하던 오솔길이 사라져서 아쉽기는 하지만 누구나 참나무와 같은 낙엽송들이 울창한 숲으로 와서 나무의 향기를 맡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