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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탐정 김바다 Nov 11. 2024

도시 속의 자연 관찰자

14. 철 모르는 꽃들


올해는 여름 날씨가 추석 때까지 이어졌다.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는 사람도 이리 적응이 어려운데 식물들은 더 혼란스러울 것 같다. 예전에도 가끔 늦가을에 봄꽃이 피어서 걱정하던 때가 있었다. 꽃이 핀 채로 첫눈을 맞는 나무들도 보았다.      

아파트 담장에 핀 꽃사과 꽃을 보고 놀라 사진을 찍었다. 한두 송이 꽃이 가지 끝에 여러 송이가 피어 있었다. 다른 가지에 달린 잎은 단풍이 들어가는데 하얀 꽃은 피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찬바람이 불고 기온이 내려가는 날이 며칠 계속되었다. 당연히 연약한 꽃들은 찬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시들어가고 있는 걸 발견했다.  

  

9월 중순까지 여름 날씨였다가 갑자기 초겨울 날씨로 변했다가 다시 가을 날씨로 돌변하는 이 변화무쌍함을 나무들도 어찌 적응할 수 있으랴. 그러니 해빛의 량이 축적되니 봄이 왔나하고 부랴부랴 꽃을 피우지 않았을까?      

하동 가는 길에 마주친 십리 벚꽃 길에도 하얀 꽃들이 핀 게 보였다. 벚나무들은 일찌감치 잎들을 다 떨어뜨리고 앙상한 가지인 채로 겨울 맞을 준비를 끝내고 있는데 꽃을 피웠으니 겨울을 잘 날지 걱정되었다. 나무는 꽃을 피우는데 많은 에너지를 쓴다고 들었는데 겨울을 버틸 에너지를 낭비한 것은 아닌지?  


창경궁에 핀 철쭉꽃

고궁의 단풍이 궁금해서 들렀는데 단풍은 실망스러운데 철쭉 꽃들을 만났다. 갑자기 내려간 기온과 찬바람을 맞아 꽃잎이 시들고 마른 부분이 있지만 역시 꽃 피울 시기인지 착각한 꽃들이었다. 누렇게 말라가는 나뭇잎과는 달리 초록잎인 채로 아직 단풍들 생각을 안하는 나무도 있었다.  


창경궁 춘당지 옆 단풍나무

단풍든 나뭇잎과 봄꽃이 함께 빨갛게 고궁의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좋은 일이다. 겨울로 가는 전환점에서 봄꽃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편하지만 않을 것이다. 걱정스런 마음이 더 커지는 건 올 겨울은 어떤 추위가 기다리고 있을지이다.      

길고 긴 여름의 무더위를 겪으니 또 추운 겨울이 걱정이 된다. 추위가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혹한이 올 것이라고, 한편에서 예년보다 춥지 않은 겨울이 될 것이라고도 한다. 마음 단단히 먹고 이 겨울을 맞이해야겠다.       

창덕궁의 철쭉꽃

지구온난화로 겪는 기후변화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다. 미래에 닥칠 위기를 알고는 있지만, 지금까지 생활하던 습관을 바꾸려는 노력은 아쉽게도 크게 감지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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