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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상규 Sep 01. 2023

동전마냥 둬집히지 않는 학생마음

인정해야 하는 부분들

2학기가 시작되었고, 어김없이 나는 수업을 나간다. 수업을 나가는 것은 즐겁다. 물론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더더욱 안즐겁다. 언제나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는것에 감사를 느끼고싶지만, 쉽지 않은 죄된 인간이다. 그럼에도 아침에 일어나는 그 애매한 감정을 이기게 하는 것이 아이들을 만나고, 꿈을 찾아주는 과정속의 기쁨이다. 2학기가 되니 좀 더 높은 수준의 수업이 요구가 되었다. 한 학기 내내 채썰기만 하던 아이들에게 한식을 알려주라는 명령이 나에게 떨어져 버렸다.


신난다.


그래도 첫 주차까지는 채썰기라는 미션이 그대로 이어진다.


총 25분안에
무채썰기, 오이 채썰기, 당근 썰기, 지단만들기 를 해야한다.


긴박하다. 떨린다. 아이들은 처음 마주하는 타임어택속에 손도 풀고 갑자기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이 놈들 진짜 이런 눈빛 처음본다. 이게 목표의 중요함이구나 싶더라. 그래서.

결과는?


잠시후에.


나는 수 목 1학년 두 반을 가르친다. 음...

두 반의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 이것이 바로 내 노력 이상의 것들이다. 이 부분에서 짜증내면 하수다. 내가 어쩔수없는 부분이다. 바꾸려면? 바꿀 수 있다. 꽤나 많은 힘을 들여서. 그래서 우선 처음에는 받아들여야한다.

한 반은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무리가 수업에 꽤나 관심이 없다.

한 반은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무리가 수업에 꽤나 관심이 많다.


그리고 그 무리에 따라서.... 다시 아까 채썰기의 결과로 넘어오면


그 무리가 수업에 관심이 없는 반은 속도는 어느정도 맞춘다. 그러나 채썰기를 '대충' 한다.

그 무리가 수업에 관심이 많은 반은 속도는 조금 느렸다. 그러나 채썰기를 '잘' 했다.


나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충격적이었다.

항상 눈으로 보고 마주하며 '체감' 하는것이 크다고...

나라는 사람은 똑같은 수업 똑같은 열정을 (아마도 진짜로) 다했는데,

내 노력 이상의 것들 때문에, 결과는 다른 것이다.


마음이 약간은 착잡했다. 두 반다 사랑하고 싶은데, 내 편하고자 하는 마인드가 그렇게 두질 않는다.

그래서 내가 하는 것은?

기도하는 것이다.


그 아이들의 마음을 바꿔달라고

또 그 아이들의 마음을 바꿀 지혜를 달라고.

또 그 아이들을 변함없이 사랑하게 해달라고.


때로는 시간과 돈과 여러가지 상황이라는 경제적 원리에 따라 선택을 해야하는게 이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그 세상의 중력을 이겨내는 것이 프로라면, 나는 프로의식을 갖고자한다. 조금 마음이 먹먹해지고 답답해지는 군대와 같은 느낌을 겪을 때가 있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을 사랑하는것에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포기하고 싶지않다. 그래서 오늘도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간절하게 외부의 힘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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