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카페는 8년간 움직이질 않습니다.
이거 너무 쉽게 알려줘도 되나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알고 있는거 나누는게 아름다운 세상 만드는거라고 했으니 한 번 나누어보려고 한다. 이 글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세상 원리를 함께 알아가고, 함께 느끼고, 실천할 수 있다면 좋겠다. 물론 나부터
서울로 올라간 선배님이 나에게 전화를 했다. 뭐 전화는 그냥 안부묻고 여타 전화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나에게 물어봤다.
아 참, 커볶(커피볶는집235)은 잘 있고?
상당히 뜬금없는 대화전개였다. 그러나 나의 머릿속은 전혀 뜬금없지도, 당황스럽지도 않았다.
아 그럼요~
그 이후에 대화는 대충 이러했다.
상규: 심지어 얼마전엔 교수진이 열 몇잔을 단체로 사가기도 하더라구요.
선배 : 역시 커볶 (커피볶는집) 은~
상규 : 그러니까요. 대단해요 진짜. 사실... 최고급 커피는 아니잖아요?
선배 : 아 그렇지 그 가격에 최고급이라고 하면 그게 진짜 웃긴거지. 근데 또 그가격에 그 커피는 없어
상규 : 맞아요. 참... 참 진짜 좋은 카페 같아요 사랑방같고
선배 : 지금도 서울에서 커볶가고 싶을 때가 많아. 그냥 그 사장님이랑 사모님보고 카페로 들어오는 아는애들 인사하고 싶어서
상규 : 그게 진짜 카페죠.
그렇게 전화는 끊어졌다. 한동안 이 대화에 이상한점 조차 몰랐다. 아마 지금도 별 이상한점은 모른다. 이걸통해서 이 카페가 8년간 자리를 지켜온 이유를 끼워맞추고 있는 것일 수 도 있다. 그러나 확실하다. 이 대화에 그 모든게 담겨 있는 것을.
요즘 카페에서 빼둘 수 없는게 바로 이 스페셜티 아닐까. 개인로스터리부터 프렌차이즈카페 까지 스페셜티를 언급하는 것을 보면 스페셜티는 이제 하나의 분야가 아니라 트랜드의 한 '키워드' 로 전락한 모습이다. 트랜드라는 것은 참 희한하다. 고수도 피해갈 수 없으며, 하수도 따라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거센 흐름이다. 그러나 이 카페는 그런 스페셜티에 대한 언급? 없다. 전혀 없다. 뒤떨어지거나 뭐,,, 커피를 막 대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대화에서도 볼 수 있듯 최고오오오오오급의 커피만을 엄선하냐 했을 때 자신있게 yes 라고 하진 못하지만, 그러나 정성껏 대하는 것은 확실하다.
적어도 스페셜티로 밀어붙이는 곳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카페의 1급 비밀을 대화에서 하나씩 뜯어보자.
우선 이 선배님과 같이 졸업 후 당연스럽게도 상경을 하게 된 사람들이 아직도 이 카페의 안부를 물어본다. 생각해보니 진짜 그랬다. 우리 주변에 별별 프렌차이즈가 떴다 졌다, 생겼다 사라졌다. 하는데 물어보지 않는 곳들이 상당히 많다. 심지어 사라졌다고 할 때 별 대수롭지 않게 반응을 보이곤 한다.
그런데 이 곳은 달랐다. 이 곳이 잘 존재하는지, 바람과 함께 사라지지는 않았는지, 사장님 사모님의 건강은 괜찮은지, 요즘은 누가 파트타이머를 하고 있는지, (파트타이머가 후배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등등 참 오지랖 넓은 시어머니 마냥 열심히 물어보더라.
어떻게 하면 이런 카페가 될 수 있을까?
우선
동네 사람들 이란 걸어서 올 수 있는 손님들이다. 아 물론 뭐 국토종주해서 저기 어디 부산에 있는 카페 서울에서 가겠다고 하는 그런 사람 여기는 없으리라 믿는다... 진짜로 틈만나면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상권' 이 중요한 것 아닐까. '상권' 이라는 것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 돈 잘 쓰는 곳, 이런거 말고. 내가 이 '동네' 화 될 수 있는가를 바라봐야 한다.
이 카페의 경우 대전 동구 자양동 - 우송대학교 근처 에 위치해 있다. 대학교 상권이란 어찌됐든 싼것을 빼놓을 수 없다. 싸다는 것은 곧 저퀄로 이어진다는 것이 항상 제품위주의 예술가들에게는 참 마음에 걸리는 일이다. 하지만 서울 강남이면 뭐하나 뉴욕 맨해튼에 비하면 저퀄인것을.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제품의 퀄리티때문에 상권을 벗어나는 과한 욕심내지 말자는 것이다. 자신이 있는 위치에서 자신이 대접할 수 있는 사람들을 귀하게 여긴다면 그 사람들을 위해서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답이 쉽게 나올 것이다.
너무 내 위주로 고퀄을 따지지 않는 것이 동네 사람들을 사로잡는 방법이다.
이 카페의 경우 직접로스팅을 함과 동시에 그 카페의 분위기, 공간, 사장님과 사모님이 학생들이 공간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편하게 풀어줬다. (물건 집어 던지는 그런 편안함은 아니고) 동네 사람들이 편하게 드나들 수 있게 도와준 것이다.
이런 공간을 우리는 무엇이라고 하는가.
그렇다. 사랑방이다. 요즘 힙한 곳들이 많아지니 사랑방이라는 단어가 다소 너무 정겹게 느껴져서 좀 이질감이 들 수 도 있다. 그러나 진짜 그랬다. 내가 애정하는 곳 까지는 아니지만 대전의 번화가에 꽤나 오래가고 있는 카페가 있다. 이 카페는 오늘 내가 소개하는 카페와 인테리어가 정반대다. 모던한 것에 가까우며, 카페의 규모도 꽤나 큰 편에 속한다. 그러나 그 곳은 사람들이 마실나왔다가 가는 곳, 동네 사람들이 가는 곳, 그 근처 고등학생들이 가는 곳이다. 바로 사랑방이 된 것이다.
사랑방처럼 만들기 위해서는 공간을 한옥식으로 , 따뜻하게 , 좁게 , 아늑하게 만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사장님과 사모님 직원이 그 곳에 거주하며 계속해서 공간의 온도를 쌓아가야 한다. 웃음으로 정으로 사랑으로 기타 등등 별의 별 따뜻해 보이는 단어들이 갖다 붙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데
사랑방이 되는 순간
이 있다.
나의 제품에 대해 소음이 낄 수 있다. 친하다는 생각으로 가족같다는 생각으로
으잉~? 이래야 하는거아니야앙~?
라며 애교인지 앙탈인지 시비인지 모를 어투로 우리의 제품을 뭐라고 할 것이다. 참 어찌해야할지 나도 아직 어렵다. 나에게도 주변 사람들이 애정어린 시선으로 이리해라 저리해라 그런다. 표현에 서툰건지 날 너무 아끼는 마음이 커서 입밖으로 걱정이 철철 흘러나오는건지 모르겠다. 그럴 때 나는 나의 기획력과 커뮤니티 에 대해 침범을 받는다. 때로는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마음을 먹는다.
이러려고 한건데 뭘
맞다. 사업이 뭔가. 내가 생각하는 유형적 무형적 아이템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 아닐까. 사람들이 내 제품에 대해서 소음이 낀다는 것은 어쩌면 사람들에게 도달했다는 역설적인 증표가 되는 것이다.
몇 몇 사장님들을 만나보니 이 증표의 역기능 때문에 사업의 진행을 고민하기까지 하더라.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이것이 비단 사업뿐만 아니라 모든 삶의 영역에 적용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다보면 나의 바운더리(영역) 을 포기해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때 우리는 얻게 될 것이다. 사람이 내 주변에 모이게 되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