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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상규 Feb 22. 2022

8년간 카페를 운영하는 곳의 1급 비밀

이 카페는 8년간 움직이질 않습니다.



1급 비밀인데,

이거 너무 쉽게 알려줘도 되나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알고 있는거 나누는게 아름다운 세상 만드는거라고 했으니 한 번 나누어보려고 한다. 이 글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세상 원리를 함께 알아가고, 함께 느끼고, 실천할 수 있다면 좋겠다. 물론 나부터



어느 

서울로 올라간 선배님이 나에게 전화를 했다. 뭐 전화는 그냥 안부묻고 여타 전화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나에게 물어봤다.

 , 커볶(커피볶는집235)  있고?


상당히 뜬금없는 대화전개였다. 그러나 나의 머릿속은 전혀 뜬금없지도, 당황스럽지도 않았다.

아 그럼요~


그 이후에 대화는 대충 이러했다.

상규: 심지어 얼마전엔 교수진이 열 몇잔을 단체로 사가기도 하더라구요.

선배 : 역시 커볶 (커피볶는집) ~

상규 : 그러니까요. 대단해요 진짜. 사실... 최고급 커피는 아니잖아요?

선배 :  그렇지  가격에 최고급이라고 하면 그게 진짜 웃긴거지. 근데  그가격에  커피는 없어

상규 : 맞아요. ...  진짜 좋은 카페 같아요 사랑방같고

선배 : 지금도 서울에서 커볶가고 싶을 때가 많아. 그냥  사장님이랑 사모님보고 카페로 들어오는 아는애들 인사하고 싶어서

상규 : 그게 진짜 카페죠.


그렇게 전화는 끊어졌다. 한동안 이 대화에 이상한점 조차 몰랐다. 아마 지금도 별 이상한점은 모른다. 이걸통해서 이 카페가 8년간 자리를 지켜온 이유를 끼워맞추고 있는 것일 수 도 있다. 그러나 확실하다. 이 대화에 그 모든게 담겨 있는 것을.



스페셜티 ... ?

요즘 카페에서 빼둘 수 없는게 바로 이 스페셜티 아닐까. 개인로스터리부터 프렌차이즈카페 까지 스페셜티를 언급하는 것을 보면 스페셜티는 이제 하나의 분야가 아니라 트랜드의 한 '키워드' 로 전락한 모습이다. 트랜드라는 것은 참 희한하다. 고수도 피해갈 수 없으며, 하수도 따라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거센 흐름이다. 그러나 이 카페는 그런 스페셜티에 대한 언급? 없다. 전혀 없다. 뒤떨어지거나 뭐,,, 커피를 막 대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대화에서도 볼 수 있듯 최고오오오오오급의 커피만을 엄선하냐 했을 때 자신있게 yes 라고 하진 못하지만, 그러나 정성껏 대하는 것은 확실하다.

적어도 스페셜티로 밀어붙이는 곳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카페의 1급 비밀을 대화에서 하나씩 뜯어보자.



1.  동네를 떠난 사람들이 생각나게 만들어야 한다.

 우선 이 선배님과 같이 졸업 후 당연스럽게도 상경을 하게 된 사람들이 아직도 이 카페의 안부를 물어본다. 생각해보니 진짜 그랬다. 우리 주변에 별별 프렌차이즈가 떴다 졌다, 생겼다 사라졌다. 하는데 물어보지 않는 곳들이 상당히 많다. 심지어 사라졌다고 할 때 별 대수롭지 않게 반응을 보이곤 한다.

그런데 이 곳은 달랐다. 이 곳이 잘 존재하는지, 바람과 함께 사라지지는 않았는지, 사장님 사모님의 건강은 괜찮은지, 요즘은 누가 파트타이머를 하고 있는지, (파트타이머가 후배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등등 참 오지랖 넓은 시어머니 마냥 열심히 물어보더라.


어떻게 하면 이런 카페가 될 수 있을까?

우선


2. 동네 사람들이 찾아와야 한다.

동네 사람들 이란 걸어서 올 수 있는 손님들이다. 아 물론 뭐 국토종주해서 저기 어디 부산에 있는 카페 서울에서 가겠다고 하는 그런 사람 여기는 없으리라 믿는다... 진짜로 틈만나면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상권' 이 중요한 것 아닐까. '상권' 이라는 것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 돈 잘 쓰는 곳, 이런거 말고. 내가 이 '동네' 화 될 수 있는가를 바라봐야 한다.


이 카페의 경우 대전 동구 자양동 - 우송대학교 근처 에 위치해 있다. 대학교 상권이란 어찌됐든 싼것을 빼놓을 수 없다. 싸다는 것은 곧 저퀄로 이어진다는 것이 항상 제품위주의 예술가들에게는 참 마음에 걸리는 일이다. 하지만 서울 강남이면 뭐하나 뉴욕 맨해튼에 비하면 저퀄인것을.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제품의 퀄리티때문에 상권을 벗어나는 과한 욕심내지 말자는 것이다. 자신이 있는 위치에서 자신이 대접할 수 있는 사람들을 귀하게 여긴다면 그 사람들을 위해서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답이 쉽게 나올 것이다.

너무 내 위주로 고퀄을 따지지 않는 것이 동네 사람들을 사로잡는 방법이다.


이 카페의 경우 직접로스팅을 함과 동시에 그 카페의 분위기, 공간, 사장님과 사모님이 학생들이 공간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편하게 풀어줬다. (물건 집어 던지는 그런 편안함은 아니고) 동네 사람들이 편하게 드나들 수 있게 도와준 것이다.


이런 공간을 우리는 무엇이라고 하는가.



3. 사랑방 

 그렇다. 사랑방이다. 요즘 힙한 곳들이 많아지니 사랑방이라는 단어가 다소 너무 정겹게 느껴져서 좀 이질감이 들 수 도 있다. 그러나 진짜 그랬다. 내가 애정하는 곳 까지는 아니지만 대전의 번화가에 꽤나 오래가고 있는 카페가 있다. 이 카페는 오늘 내가 소개하는 카페와 인테리어가 정반대다. 모던한 것에 가까우며, 카페의 규모도 꽤나 큰 편에 속한다. 그러나 그 곳은 사람들이 마실나왔다가 가는 곳, 동네 사람들이 가는 곳, 그 근처 고등학생들이 가는 곳이다. 바로 사랑방이 된 것이다.


사랑방처럼 만들기 위해서는 공간을 한옥식으로 , 따뜻하게 , 좁게 , 아늑하게 만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사장님과 사모님 직원이 그 곳에 거주하며 계속해서 공간의 온도를 쌓아가야 한다. 웃음으로 정으로 사랑으로 기타 등등 별의 별 따뜻해 보이는 단어들이 갖다 붙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데

사랑방이 되는 순간

포기 해야 하는 

이 있다.

나의 제품에 대해 소음이 낄 수 있다. 친하다는 생각으로 가족같다는 생각으로

으잉~? 이래야 하는거아니야앙~?

라며 애교인지 앙탈인지 시비인지 모를 어투로 우리의 제품을 뭐라고 할 것이다. 참 어찌해야할지 나도 아직 어렵다. 나에게도 주변 사람들이 애정어린 시선으로 이리해라 저리해라 그런다. 표현에 서툰건지 날 너무 아끼는 마음이 커서 입밖으로 걱정이 철철 흘러나오는건지 모르겠다. 그럴 때 나는 나의 기획력과 커뮤니티 에 대해 침범을 받는다. 때로는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마음을 먹는다.

이러려고 한건데 뭘



맞다. 사업이 뭔가. 내가 생각하는 유형적 무형적 아이템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 아닐까. 사람들이 내 제품에 대해서 소음이 낀다는 것은 어쩌면 사람들에게 도달했다는 역설적인 증표가 되는 것이다.

몇 몇 사장님들을 만나보니 이 증표의 역기능 때문에 사업의 진행을 고민하기까지 하더라.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이것이 비단 사업뿐만 아니라 모든 삶의 영역에 적용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다보면 나의 바운더리(영역) 을 포기해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때 우리는 얻게 될 것이다. 사람이 내 주변에 모이게 되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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