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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통곡할 만한 큰 방 없소?

by 윤재

5. <어디 통곡할 만한 큰 방 없소?>

조정권




나 일하던 공간 편집실로 찾아온 오지호 화백

수염 모시고 사랑방으로 내려간다

저 수염, 광주 사람들이 무등처럼 올려다보고 있는 수염

한자 사랑책 한 권 주시더니

그동안 유럽에서 서너 달 계셨다 한다

‘내가 광주에 있었다면 벌써 죽었을 거요

그 애들과 함께 죽었어야 했는데‘

(5월 17일에는 유럽 촌구석을 헤매고 계셨다는 것이다)

조 편집장, 이 사옥에

어디 혼자 들어가 통곡할 만한 큰 방 없소?

수염 부축하며 배웅해드렸다

하늘이 살려놓은 저녁해가 인사동 골목길에서 머리 쾅쾅 부딪고 있다

혼자 통곡할 수 있는 방을 설계하는 건축가는 없다, 시인뿐이다

- 시집 <떠도는 몸들> (창비)에서



“서정 시인은 거울을 들여다보고

소설가는 창밖을 내다본다”라고 미국 현대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조이스 캐럴 오츠(1938~)는 말했다.



우리가 들여다보고

바라보는

거울과

창밖 풍경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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