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주를 떠돌던 외로움

by 윤재

별 Star- 우주를 떠돌던 외로움



1949년에 발표된 우리 가요 중 <고향 만리>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6d866d0aefdf7cd22565084cc0ea9624.jpg


그 가사는,

‘남쪽나라 십자성은 어머님 얼굴

눈에 익은 너의 모습 꿈속에 보면

꽃이 피고 새도 우는 바닷가 저편에

고향산철 가는 길이, 고향산천 가는 길이

절로 보이네.


날이 새면 만나겠지 돌아가는 배

지나간 날 피에 맺힌 꿈의 조각을

바다 위에 뿌리면서 나는 가리다

물레방아 돌고 도는, 물레방아 돌고 도는

내 고향으로 “입니다.



레코드.png



노래 가사는 일본군에 끌려가거나 일제에 의해 강제로 징용당해 남쪽 나라에서 별을 바라보며 고국에 계신 어머님을 그리워하는 내용이지요. 일본이 패망하고 고국으로 돌아올 때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고, 뒤늦게 귀국하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이런 노래가 나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111.png



‘남쪽 나라 십자성’이라는 별자리는 우리나라에서는 보이지 않고, 남반구에서 일 년 내내 볼 수 있는 별자리입니다.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는 남십자성은 매우 뚜렷한 모양과 밝기로 길잡이별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남반구 하늘의 남십자성.jpg



별자리는 여행자와 바다를 항해하는 사람들의 나침반이며 시계였던 시절이 있었지요.

별들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원운동을 하고 있는데,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의해 매일 약 1°씩 서쪽으로, 매시간 약 15°씩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이는 특성으로 시간과 방향을 추정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별무리를 보며 계절의 변화를 예측하기도 하고, 농사의 시기를 결정하기도 했지요.



새벽에 잠깐 일어난 남편이 밤하늘의 별이 매우 선명해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다고, 같이 보자고 저를 깨웠습니다. 주변에 조명이 밝혀진 건물들이 없는 깜깜한 바다 위에서, 맑은 밤이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별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수많은 별들이 저마다의 밝기와 크기로 색을 달리하면서 나타나는 별이 가득한 밤하늘이 신비롭습니다. 저 별들 속에 남십자성도 있겠지요.


별을 보고 나서 더 이상 잠자리에 들지 않고, 나직하게 주용일 시인의 <별빛, 저 환한 눈물 한 점>의 첫 단원을 읊어보았습니다.


별이 밤마다 반짝이는 것은

아득한 세월 우주를 떠돌던 외로움 때문이다

그대에게 닿고 싶었던

간절한 마음 한 줌 있었기 때문이다”


제게 닿고 싶었던 저 별은 얼마나 긴 시간을 지나 제게 왔을까요?

140억 년을 통과해 제게 닿았을까요?

그 헤아릴 수 없는 긴 시간이 너무나 절절해서, 저렇게 별들은 제 몸에 불붙여 빛을 내고 있는 것일까요?

별빛의 과거와 저는 현재 조우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깜깜한 밤바다

그리고 하늘엔 빛나는 별들.


문학에서 별은 주로 꿈, 희망, 환상, 그리움, 사랑, 낭만, 추억 등에 대한 비유가 많지요.

저도 별을 보다가 윤동주 님의 시처럼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보았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빈센트 반 고흐, 베토벤......


아! 고흐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구절들이 다가왔다가 사라집니다.


"요즘은 별이 반짝이는 하늘을 그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밤이 낮보다 훨씬 더 풍부한 색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더 강렬한 보라색, 파란색, 초록색들로 물든 밤...........

어떤 별들은 레몬빛을 띠고 있고, 다른 별들은 불처럼 붉거나 녹색, 파란색, 물망초빛을 띤다 “.


“ 30 제곱 캔버스에는 작은 스케치들을 그렸어.

가스등 불빛과 별이 빛나는 밤하늘이야.

하늘은 청록색이고, 물은 로열 블루이며, 대지는 엷은 보라색이야.

마을은 파란색과 보라색을 띠며, 노란색 가스등은 수면 위로 비치면서 붉은 황금색에서 초록빛을 띤 청동색으로까지 변하는구나. 청록색 하늘 위로 큰 곰자리가 녹색과 분홍색의 섬광을 보인다.

그중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별은 가스등의 강렬한 황금색과 대조를 이룬다.

전경에는 두 연인의 모습이 조그맣게 비쳐 있어.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은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것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만든다.”



고흐 론 강의 별이.jpg

빈센트 반 고흐,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1888, 오르세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에 전시 중인 '별이 빛나는 밤'의 소용돌이치고 강렬한 움직임과 달리, 이 작품은 좀 더 친밀한 톤으로 조용하고 반성하는 순간을 그렸습니다. "론 강의 별이 빛나는 밤"은 하늘, 물, 도시 사이의 부드러운 상호 작용에 초점을 맞춘 반면, "별이 빛나는 밤"은 격동적이고 거의 우주적인 에너지를 포착합니다.


이 그림이 그려질 때는 매우 건조한 시기여서 강의 수위가 낮았고, 그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의 스케치에는 완성된 그림보다 왼쪽 하단에 모래가 훨씬 더 많았습니다.


1888년 2월 8일 아를에 도착한 순간부터 반 고흐는 "밤의 효과" 표현에 끊임없이 몰두했습니다. 1888년 4월, 그는 동생 테오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습니다. "나는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거나 어쩌면 익은 밀밭 위에 별이 빛나는 밤이 필요해."


그는 처음으로 Arles의 Place du Forum에 있는 Cafe Terrace에서 밤하늘의 한 모퉁이를 그리고 난 후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을 그렸습니다. 몇 달 후, 정신병원에 갇힌 직후 반 고흐는 같은 주제의 또 다른 버전인 <별이 빛나는 밤(뉴욕현대미술관 소장, MoMA)>을 그렸는데, 작품 안에는 그의 불안과 정신의 혼란함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나무는 불꽃 모양이고 하늘과 별은 소용돌이칩니다.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은 더욱 고요하며, 캔버스 하단에 연인 커플의 존재로 반짝이는 소박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한동안 발코니에 서서 별들을 올려다보다가 베토벤이 작곡한 일명 “월광소나타”를 찾아들었습니다.

월광소나타의 원래 제목은 ‘피아노 소나타 14번(작품 번호 27-2)’였는데, 이 곡을 들은 독일의 시인이자 음악평론가인 루트비히 렐슈타프가 “몽롱한 분위기가 달빛이 비치는 루체른 호수의 물결에 흔들리는 조각배를 떠오르게 한다”라고 비유해서 그 후 자연스럽게 ‘월광’이라는 부제를 붙이게 되었답니다. 체르니도 “야경, 저 멀리서 영혼의 슬픈 목소리가 들린다”라고 논평했답니다.


베토벤의 연이은 실연과 심해지는 청력 장애로 고통스러운 시기에 다가온 연인이자 제자인 줄리에타 귀차르디에게 헌정한 곡이라지요. 그렇지만 베토벤과 신분이 다른, 귀족이었던 줄리에타도 다른 귀족이자 작곡가와 결혼하여 또다시 베토벤은 실연의 상처를 갖게 되었답니다. ‘느리게, 한 음 한 음 깊게 눌러서’ 연주해 달라는 지시를 남긴 1악장을 듣다 보면 베토벤의 고통이 깊게 깊게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월광소나타는 영화, 드라마, CF 등의 영상에서 많이 사용되며 각 영상의 메시지 전달 효과를 증대시킵니다.



선실에 있는 TV는 위성 수신을 이용한 영국 BBC를 포함해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등의 방송을 시청할 수 있고, 크루즈 선내에서 자체 제작하는 프로그램도 시청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영화도 볼 수 있고 팝송과 클래식, 각국의 전통음악등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도 가끔 TV방송을 시청하는데, 최근 영국 BBC 방송에서는 한때 그의 이름에 개츠비를 합성한 별명으로도 불렸던 가수가 관련된 버닝선 사건을 2회에 걸쳐 보도했습니다. 부를 향한 욕망과 쾌락을 위한 도구가 누군가의 잊지 못할 상처와 아픔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는데 부끄럽고 창피했습니다.

우리는 알 수 없지만 혹시 지금도 어디선가 버닝선과 같은 장소를 운영하고 있을까요?

그 버닝선 게이트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보도되지 않았던 것들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burning sun.png



크루즈 배에는 많은 승객들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극장이 있습니다. 배 안에서 가장 큰 볼거리이며 승객들의 이목을 집중하게 하는 공연(show)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브로드웨이 스타일의 뮤지컬, 기타 또는 피아노, 바이올린 등과 같은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가수, 코미디언의 공연 등 다양합니다. 실력과 입담이 좋은 가수들의 경우는 앙코르 공연도 제공되기도 하지요. 공연하는 엔터테이너들은 빛나는 자리에 오르기 위해, 명성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도들을 했었겠지요. 장기간 배에 승선하면서 여러 가지 뮤지컬을 공연하는 가수들과 댄서들이 ‘Behind the cast’라는 주제로 승객들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습니다. 공연팀의 가수와 댄서들 각자가 수 천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오디션에 통과하고, 그들의 근무 조건과 pay도 각자 다르지만 팀으로 구성되면 크루즈 선사를 오가며 공연을 한답니다. 연습은 미국의 studio에서 7~8개 주제의 공연 연습을 하고 이후 각 크루즈에 배정된다네요.




KakaoTalk_20250126_203256547.jpg




KakaoTalk_20250126_203256254.jpg



극장 쇼에서 공연하는 많은 게스트 엔터테이너와 공연팀 연예인들도 빛나는 자리에 오르기 위해,

명성을 갖기 위해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겠지요. 그들의 땀과 눈물이 별이 되어 빛나게 되고...



프리드리히 니체는 "춤추는 별 하나를 탄생시키기 위해 사람은 자신 속에 혼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비록 마음속에 희망과 좌절, 기대와 낙담, 긍정과 부정의 혼돈의 소용돌이가 있어도 빛나는 자신을 지키고 세워야 할 용기와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일까요



밤하늘의 별 속에서 오늘도 제 갈길을 찾기 위해 저 속에 제 별 하나를 만들어봅니다.




대문사진.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파나마 운하 통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