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회1

초단편소설 6

by bony

태양의 코로나. 혓바닥처럼 날름거리는 불그스레한 불덩이. 모든 수분이 타버려 연기를 내뿜는 냄비바닥.

바로 이 회색 거리다.

정체 모를 괴생명체들이 스치듯 지나가면,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먼지가루들이 허공을 공격한다.

이 고운 입자의 무법자들이 지우의 영역을 침범하려고 할 때,

마스크를 쓴 지우는 얼굴을 찡그며 가판대로 급히 고개를 돌렸다.

거리는 득실거리는 괴생물체들로 아수라장이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지우는 천천히 걸음을 떼어 길 건너에 있는 상인에게 다가갔다.

인간이 탈 수 있는 탈부착형 로봇 네 대가 덩그러니 진열대에 전시되어 있었다.


사막여우와 같은 갈색빛으로 칠해진 지우의 군데군데 찢어진 외투가 바람에 팔락거렸다.

마치 외투는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닌 자연의 일부처럼 보였다. 그냥 모래 그 자체로.

툭툭 털면 딱딱하게 굳은 모래 덩어리가 분진을 일으키며 떨어질 듯하다.

오랫동안 길바닥에 버려진 유기견

털이 있는 대로 얽히고설켜서 결국에는 모조리 깎아버려야 제 몸을 들어낸다.

오늘따라 지우를 감싸고 있는 이 외투가 축 쳐 저 보인다.


지우가 다가가자마자 상인은 지우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말을 툭 내뱉었다.

불행히도 상인의 눈에는 외투가 지우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이다.

"제일 왼쪽에 있는 것이 가장 저렴해요."

"그럼, 그 옆에 있는 거는요."

"그건, 50만 리로요."

"비싸네요."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죠. 그건 기억프로그램이 전부 삭제가 되어서 주인을 찾지 않아요."

"그럼 가장 저렴한 것은 얼마지요?"

"20만 리로요. 대신 얘는 위험알리미 프로그램만 제대로 작동하고 주인을 엄청 찾는다는 단점이 있어요.

그리고 까딱 관리를 소홀히 했다가는 도망가요."

"어쩔 수 없죠. 이걸로 주세요. 그런데 5만 만 깍아주시면 안될까요?"

"곤란한데. 그럼 17만 리로만 주세요. 요새 크리쳐들이 활개를 치니까 확실히 도움이 될 거예요."

"아, 그리고 그 로봇이름은 엘레나예요. 이름을 불러주는 걸 좋아하니 참고하세요!"


"엘레나..."

지우는 나직이 이름을 되내어 보았다. 그리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곧 지우의 팔과 다리 부분에 로봇이 장착되었다. 몸과 기계가 닿는 순간, 즉시 시리도록 차가운 금속이 지우의 피부 속을 찌르듯 다가왔다. 드디어 맞는 옷을 찾았다.

검은 눈동자와 흰 눈동자가 뚜렷이 구분되는 오른쪽 눈 바로 옆에 전원버튼을 살짝 눌렀다.

눈앞에는 시각 인터페이스(HUD)화면이 나타났다.

그리고 엘레나의 의식이 돌아왔다.


"안녕하세요! 2050년형 SANTA -01, 엘레나입니다."

"반가워! 엘레나!! 도처에 크리쳐들이 있어."

"탐지보호기능 작동시작하겠습니다."

"그래, 고마워!"

"여전히 다정하시군요. 지우 님!"

"널 찾느라 고생 좀 했어."


지우와 엘레나 뒤로 수호신같은 붉은 해가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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