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소설 5
세상이 흑백에서 컬러로 전환되는 동틀 무렵, 빛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었다. 살살 나의 감각을 일깨우는 바람의 인사에 스르르 눈을 감았다가 떴다. 눈이 부시다. 엄마는 이른 아침부터 봄 날씨가 좋다면서 밖에 나갈 준비를 하셨다.
"아이고 우리 새봄이! 오늘은 무슨 옷을 입을까? 저번에 아빠가 사준 목주위에 하얀 레이스 달린 꼬까옷 입을까?"
엄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나를 꼭 안아주셨다.
"우리 아기, 뽀뽀!"
나도 엄마의 얼굴 전체에 뽀뽀를 신나게 해 주었다. 엄마의 입꼬리가 점점 찢어졌다.
곧이어 나를 모델로 세운 엄마의 패션쇼가 한참이나 이어졌다. 나는 옷을 여러 벌을 갈아입은 후에 버버리 신발도 신었다. 엄마는 인형옷 갈아입히기를 어렸을 적부터 아주 좋아했음이 분명하다. 디자이너이신 걸 보면 적성을 딱 잘 찾으셨다.
곧 유모차를 타고 엄마와 함께 길을 나섰다.
덜컹거리는 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히듯 자극했다. 어느 집인지 아침으로 베이컨을 구워 먹나 보다. 냄새의 입자가 코끝에서 입속으로 들어와 침샘을 건드렸다. 나의 후각은 금방 근원지를 본능적으로 찾았다.
'작은 별 유치원이다!'
'나도 이제 컸으니 유치원에 좀 보내주지.'
엄마는 나를 꽁꽁 싸매서 본인 곁에 꼭 두려고 하신다. 과잉보호다. 5살인 나도 유치원이라는 사회에 나가서 친구들도 사귀고 싶은데, 엄마는 도통 보내줄 생각을 안 하시는 것 같다.
내 유모차는 이제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쭉 늘어난 엿가락처럼 서 있는 호수공원으로 향했다. 난 이동식 감옥 같은 이 유모차에서 당장이라도 내리고 싶어서, 발로 쾅쾅 손잡이 부분을 찼다. 엄마는 눈치를 챘는지, 깊게 페인 커다란 유모차에서 아이스크림을 푸듯이 나를 안아 땅에 내려놓았다. 그럼 그렇지. 엄마는 내 맘을 너무나 잘 안다니까. 난 발을 통통 튕겨가며 리듬 타듯이 걸었다. 고개를 하늘로 향했고 코는 45도 각도로 치켜올렸다.
"어머, 귀여워라! 몇 살이에요? 남자아이예요? 여자아이예요?"
'뭐야. 보면 모르나? 레이스 달린 옷 입었다고요. 여자라고요.'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조물주가 만든 최고로 사랑스러운 나를 보고 탄성을 지른다.
'그래, 난 연예인했었어야 했어.' 내 눈은 반달눈이 되었다.
그런데 나를 추앙하던 지나가던 사람들이 내 옆을 지나가는 레트리버 한 마리에 시선을 돌렸다.
"어머머머! 멋지고 예쁘다. 저 털 좀봐!"
"칫, 저 개가 뭐가 멋지다고!"
난 고개를 바로 돌려버렸다. 그때 호수공원 안에 새로 생긴 커다란 반짝이는 장식품 같은 것을 보게 되었다.
난생처음 보는 은색 빛에 내 눈이 동그라미가 됐다. 거기에 웬 하얀색의 조그만 개가 보였다.
자세히 보니 그 개는 나와 같은 레이스 달린 빨간색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는 하얀 양처럼 생긴 바로 그 개를 안고 있었다.
"어어.. 떨어져. 우리 엄마한테 떨어지란 말이야."
악을 쓰며 말했더니 그놈은 나를 향해 온갖 분노를 토해 내듯이 찢어댔다.
그런데 엄마가 괜찮다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우리 새봄이 거울 처음 보지? 하하하! 놀랐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