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속부달欲速不達은‘일을 서두르면(욕속) 도리어 이루지 못한다(부달)’라는 공자의 말씀입니다. 성급하게 서두르면 일이 성사되기는커녕 오히려 잘못될 때도 있습니다. 뭔가를 이루어내려고 안달복달해 봐야 몸과 마음만 피곤할 수도 있습니다. 건물을 지으면서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고 성급하게 서두르다가 부실공사를 하여 다시 짓는 경우가 자주 일어납니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에는 더더욱 서둘지 마세요.
제가 파란불이 깜빡거려서 서둘러 횡단보도를 건너가려고 뛰어가다가, 발이 접질려 다친 적이 있습니다. 다음 파란불에 천천히 건너갔으면 아무 탈이 없었을 텐데, 서둘러 빨리 건너려다 발을 다쳐 한동안 고생했습니다. 이런 일을 겪은 후에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말할 것도 없이 다른 일을 할 때에도 뛰어가거나 서두르지 않습니다. 잘못하면 큰 사고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서두르지 않으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으니, 축복입니다.
≪주역≫ ‘점(漸)괘’는 기러기가 하늘로 날아가는 과정을 통해 깨우침을 줍니다. 물새인 기러기는 물에서 차츰차츰 하늘로 날아갑니다. 물 위에 있는 기러기는 먼저 물가로 나와서 두리번거리며 조심스럽게 탐색을 합니다. 물가를 지나 뭍 위에 있는 평평한 바위에 올라갑니다. 평평한 바위에서 더 높은 육지로 날아갑니다. 육지에서 더 높게 날아가 나뭇가지에 앉습니다. 나뭇가지에서 더 높은 언덕으로 날아갑니다. 언덕에서 마침내 하늘로 날아올라 자유롭게 비행합니다.
기러기가 ‘물가 → 바위 → 육지 → 나뭇가지 → 언덕 → 하늘’로 날아가는 것처럼, 사람도 점진적인 과정을 통해 성장하면서 성숙해집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직장생활이나 사업이나 자영업의 과정을 지나면서 성숙해집니다. 직장에서는 만에 하나 부모의 사업을 물려받아 바로 대표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신입사원 → 과장 → 부장 → 임원 → 대표로 나아갑니다. 로마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Rome was not built in a day.). 인생은 한 번에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하나하나 올라가는 계단이 아닐까요?
한국에 온 외국인에게 물어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빨리빨리’라는 우스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빨리 먹는 밥이 체한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너무 재촉하거나 서두르지 마라’라는 의미입니다. ‘급할수록 돌아간다’라는 말도 있어요. 돌아가다 보면, 비록 멀리 가는 것 같지만 돌아가는 도중에 좋은 생각이나 해결책이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서두르다 보면, 될 일도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둘러 일을 망친 ‘어리석은 농부’ 이야기에서 서두르지 않는 지혜를 배울 수만 있다면, 하늘이 주는 축복입니다.
옛날에 어리석은 농부가 있었습니다. 모내기를 하고 벼가 어느 정도 자랐는지 궁금해 논에 가보니 벼가 덜 자란 것 같았습니다. 농부는 벼의 싹을 뽑아서 키워 놓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가족에게 ‘온종일 벼의 싹을 뽑느라 피곤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들이 깜짝 놀라 달려가 보니 싹이 땅에 단단히 안착하지 못했기 때문에, 벼는 이미 말라죽었습니다. 어리석은 농부는 싹을 뽑으면 더 빨리 자랄 것이라고 생각하고 바보 같은 짓을 하였습니다. 이야기가 ≪맹자≫에 나오는 알묘조장(揠苗助長) 또는 발묘조장(拔苗助長)입니다. ‘곡식의 싹을 뽑아 올려(알/발묘) 성장을 돕는다(조장)’입니다. 급하게 서두르다 오히려 일을 망치거나, 성공을 서두르다 도리어 손해를 봄‘을 비유합니다. 알과 발은 뽑는다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