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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디 호수는 아름답고 훌륭한 바가지 수단이다.

하지만 진정한 마유주 구매 성공

by 해일


동쪽으로 산맥을 크게 돌아 카인디(Каинды)와 콜사이(Колсай) 호수로 출발하는 날이다.

오로지 별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콜사이 호수 옆에 숙소를 1박 잡았다.

숙소에서 바비큐용 숯통을 무료로 제공한다기에 겸사겸사 고기 구워먹으려다 철회했는데, 도착해보니 현명한 결정이었다.

* 당일치기로 카인디, 콜사이, 차른협곡까지 다 보고 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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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 반, 경건한 아침식사를 시작했다.

이따가 가는 길에 쌈싸 사먹을 생각으로 가볍게 먹은 아침이다.


보바씨와 약속대로 오전 8시에 만나 쌈싸집 재방문을 의뢰했는데 애석하게도 경로를 벗어난다.

대신 불항아리로 빵 굽는 다른 가게에 차를 세워주셨다.

SE-2a61ddd0-9443-46f8-813a-877d00fa050a.jpg?type=w773 화덕 규모는 항아리 1개라 이틀 전에 갔던 집과 비교도 안된다.

이른 시간이라 이제 불을 올렸는지 신선한 빵은 아직 없었다.

어제 팔다남은 빵이라도 일단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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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먹었던 쌈싸보다 매콤하고 기름 조각도 좀 더 많았다.

- 다음에 카우르닥(каурдак) 한번 먹어봐요. 채소하고 고기를 볶고 찐거라 입맛에 맞을걸.

저 고기소와 맛이 비슷할 것 같다.


맛은 괜찮았으나 아무래도 새로 나온 빵을 따라갈 수는 없다.

다 먹어갈 때쯤 작은 머리카락이 하나 나오긴 했지만 일행한테는 얘기 안 했다.

이미 다 먹은 상태라 일부러 기분 나빠질 필요는 없는 원효대사 해골물의 카자흐스탄 에디션 같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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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원시지구스러운 풍경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나는 길에 꼭 들러야 할 중요한 중간 목적지가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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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 당하지 않으려면 조심해서 길을 건너야한다.


그곳은 바로 진심이 담긴 마유주를 판매하는 곳이다.

마유주는 크므즈(Кымыз), 집은 하나(хана), 마유주 파는 집은 크므즈하나(кымызхана)

* '라그만하나(лагманхана)', '차이하나(чайхана)'처럼 취급하는 아이템 뒤에 하나(хана)가 붙어있다.


- 보통 마유주 판다고 하는 곳들 보면 미리 다 담아놓고 밖에 내놓은 채로 팔고 있어요. 근데 그러면 안되거든.

- 어떻게 팔아야 돼요?

- 주문하는 즉시 퍼서 줘야지! 그런 의미에서 지금 가는 곳이 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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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대 맞은편 유르트 앞에서 늘어져있던 고양이 포착

사람이 왔다갔다 시끄러워도 마이웨이 강한 분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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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트/꾸르트도 판매하고 있고,

* 돈 없던 유학 시절, 떡을 만들겠다고 쌀가루들고 난리쳐서 나온 결과물과 흡사하게 생겨서 혼자 숙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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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늘 나무통에 보관해놓고 있다가 길다란 나무 국자로 저은 후 바로 퍼서 주신다.


몽골에서 말통으로 팔던 마유주를 맛보셨던 고객님의 평가에 따르면 그곳보단 찌르르함이 강하지 않다고 한다.

구매하신 고객님의 권유로 한 모금했다.

약간 희석한 액상 쿠르트가 스모키한 향을 머금고 목구멍으로 졸졸졸 흘러들어오다가 이내 향이 양쪽 콧구멍을 뽜악! 두들겨팬다.

고객님이 행복하시면 나는 그걸로 됐다.

* 보바씨가 마트에서 마유주를 사려면 Бал Кымыз(꿀 마유주)를 고르라고 조언하셨다. 전날 마트에서 봤던 말+벌 합체 그림이 그려져있던 그 제품인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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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지구 2탄

언덕에 'Qazaqstan 2050'이라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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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한 지 4시간 지나 카인디/콜사이 호수 부근 사티 마을에 도착했다.

전날 안내받은대로 이곳에서 다른 차를 타고 카인디 호수에 다녀온 다음, 다시 보바씨와 합류하여 콜사이 호수로 갈 예정이었다.

오는 길에 사티 부근 가이드 '메이람'이라는 사람 쪽에서 생선구이로 식사를 준비한다고 하더니 식사 장소로 먼저 안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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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이 아니라 일반 가정집이었다.

종교 시설 바로 옆이라니, 잘 사는 집인가 하며 발을 들였다.

생선을 굽던 메이람의 사촌과 조카가 맞이해주었다.

* 14살쯤 돼보이던 조카는 투어 인스타 계정이라도 운영하는지 우리 사진을 찍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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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시간에 맞춰 한상 차려졌다.

1인 1물고기, 빵, 비스킷, 사탕, 잼, 우유를 탄 차

* 가운데 검은 플라스틱 그릇에는 보바씨가 엊저녁 친구들과 만들어먹고 부러 포장해오신 돼지 머릿고기해(무침). 아래 링크와 같아보이지는 않지만 비슷하게 전래된 건가 싶다.



식사는 맛있게 했지만, 쌈뽕한 관광지의 베이스캠프이긴 하지만, 1인분에 4,500텡게를 매기기에는 아무래도 과한 구성이다.

카드도 안되고 계좌이체나 현금만 가능한데 이런저런 비용 생각하면 현금이 모자란 상황.

ATM도 없는 작은 마을이라 메이람이 달러를 텡게로 바꿔줬다.




[사례로 보는 어휘 학습 : 눈퉁이(눈탱이) 맞다.]


식사비 22,500텡게,

사티마을에서 카인디까지 4인용 차량 운행비 20,000텡게,

환경요금 3,000텡게(지난번 아씨고원 갈 때처럼 주요 관광지 입구마다 돈 내는 곳이 있다),

그리고 나중에 예상못한 추가 비용까지.

* 어른들과 함께 한 여행이라 보바씨가 4인용 차량을 섭외해줬는데, 부한까/부한카(Буханка)라는 다인승 귀요미 소련차를 선택하면 더 저렴하다. 마을 초입에 쪼르르 엎드려 있음.


사티는 찝찝한 현금이 훨훨 날아다니는 곳이었다.

어쩐지 메이람의 전대에도 큰 화폐단위로 현금이 가득했다.


카인디 호수로 올라가는 차는 따로 섭외된 줄 알았더니 메이람이 직접 몰았다.

출발 직전에 보바씨가 메이람에게 호수 전망대까지 안내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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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오프로드 진입까지는 금방이다.

곧 엔진소리와 돌밭을 달리는 소리로 시끄러워졌다.

그는 원래는 차량 비용이나 환율 수수료가 이렇다저렇다 장황하게 외치며 나처럼 해주는 사람이 어딨냐느니 온갖 생색을 다 내기 시작했다.

* 아무래도 사기꾼스러운 레퍼토리를 가르치는 국제교육시설이 존재하는 것 같다.


게다가 중간에 카인디까지 가는 차를 한번 더 갈아타야하고 편도 1인 500텡게이며, 지금 1시 반쯤되었으니 오후 4시에 데리러 오겠다는 말은 미리 듣지 못한 정보였다.

* 보바씨가 부탁하는 순간에 '호수까지 안내할 의무는 없다'고 대답했어도 크게 반박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대충 긍정적으로 대답해놓고 관광객들만 남았을 때 태도를 바꾸는 건 영 치사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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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는 별개로 불쾌지수가 오르고 있었다.

비용은 이미 담합을 마쳤을테니 그렇다치고, 두 번 다시 안 볼 사람들로 생각하고 장사하는 모습과 그 대상이 우리라는 상황은 참 별로였다.


점잖지않은 문장들이 튀어나오려고 목젖을 건드려댔다.

그러나 당장은 통신도 안되는 곳에서 고객님들과 함께 낯선 사람이 운전대를 잡은 차를 타고 있다.

최선을 다해 침묵을 택했다.

덕분에 아씨고원 못지않게 꿀렁꿀렁댔던 그 길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https://kz.kursiv.media/2025-06-09/kchl-tolpy-turistov-na-kaindy/?ysclid=mec7n3i0bc374430487


말미에 여행사 광고가 한 줄 들어가있긴 하지만 대충 비슷한 종류의 횡포를 겪은 사례들이다.

현금으로만 거래한다거나 제대로 된 안내도 없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정식으로 허가받지 않은 채로 검문기관에 돈 찔러넣으면서 장사하는 것 같다는 의심을 잠시 했다.


이윽고 적당히 흑화된 채 카인디 호수 환경요금 내는 곳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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